빈털터리의 생존 법칙
김건 지음 / 청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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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목차를 보았을 때는 손에 쥔 것이 없어도 험한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법칙들을 알려주는 그런 처세술 책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무모한 주식 투자로 깡통을 차고 그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을 가난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였으며,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결국 이 사람의 어려움은 타개되지 않았고, 지금도 사기를 치며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주변에 주식 투자 실패로 많은 피해를 겪은 사람이 둘이나 있으나, 다행히 가족의 도움으로 빚을 갚고 정신을 차렸다. 그렇지만 주인공 강 석우는 끝내 일하지 않고 남의 돈을 쉽게 벌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았다. 그의 이런 성향은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입자 즉석복권에서도 2억 가까운 돈을 허비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전국적으로 부는 로또 열풍도, 개미 군단의 분위기에 휩쓸린 주식 투자도 솔직히 돈 놓고 돈 먹기, 큰 돈 쉽게 벌기에 기반을 둔 것으로 생각하여 그다지 마뜩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정직하게 땀 흘려 번 돈이 가장 값진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주인공이 한심했으며, 이 인생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건강하고 밝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 가족의 삶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서 이런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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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들에게 주는 지침 평사리 클래식 2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 평사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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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이나 행동 따위의 지도적 방법이나 방향을 인도하여 주는 준칙이다. 과거 영광스럽게도 정복 착용 하인으로 7년 동안 근무했었고, 품위를 손상시켜가면서까지 세관 일자리를 수락하느라고 바보같이 그 자리를 그만두고 만 늙은 하인의 입을 빌어, 영국 가정을 구성하고 있던 수많은 하인, 하녀들 각각에게 그동안 쌓아 둔 지침을 알려 주면서 격려하고 있다.

18세기의 영국 가정에서는 재산 정도에 따라 규모의 차이가 있는 종복을 부리고 있었다. 지침을 하달받은 하인의 종류는 집사, 요리사, 정복 착용 하인, 마차꾼, 말구종, 재산관리 집사, 문지기, 침실 담당 하녀, 몸종 하녀, 청소 담당 하녀, 버터 제조 담당 하녀, 보모, 유모, 세탁부, 하녀장, 여자 가정교사로 16종이나 된다. 주인 가족의 생활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인 생활을 했다. 옛날 우리 나라의 양반과 노비처럼 뚜렷한 상하 관계가 아니라, 고용 계약으로 맺어진 지금의 회사원과 비슷한 처지라고 보아도 되겠다. 하인들 내부에서도 상당한 계층이 있었고, 각각 하는 일에 따라 권한과 의무가 달랐으나, 최대한 주인의 재산을 우려내려는 관점과 노력은 일치했다. 조나단 스위프트 생전에 이 책이 출판되었다면 하인들에게 테러를 당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지침은 구체적이다.

여러 가지 기발한 상황 설정들에서 일어난 끝없는 기만과 복지부동, 횡령과 남용 등은, 웃고 난 뒤의 씁쓸함과 반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상사의 발소리가 들리면, 들키지 않기 위해 모든 창을 닫는 단축키 사용법, 상사의 눈에 띄지 않게 조는 법, 개인적인 일로 몇 시간씩 외출하고도 천연덕스럽게 돌아오는 법 등 현대판 하인들에게도 떠다니는 지침들이 생각나서일 것이다. 그래서 줄곧 주인하인을 각각 상사부하 직원으로, 하인의 종류를 각 부서로 대치하여 읽어도, 쓰여진지 30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내용이 되었고, 내 안에 있는 하인 의식도 간만에 확인할 수 있었다. 설마 이 책을 읽고 따라해야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품 해설의 작가 소개 코너는 아주 유용했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워낙 오래전의 작가이고, 그의 작품은 어렸을 때 세계명작으로 읽고 더 이상 읽지 않았으므로, 작가에 대해서는 처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작품을 이해하려면 작품 자체와 작품이 쓰여진 시대 상황, 작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과 시대, 작가를 모두 알게 해 준 작가 소개 코너 덕분에, 이후 풍자의 대가인 그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좀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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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생명의 밥상
김인술 지음, 고우석 감수 / 밀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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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뜻한 바가 있어 귀농하고, 농업의 다면적 가치를 살리기 위한 생명운동과 함께 우리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전통생활문화연구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이력이다. IMF 이후로 귀농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는데, 귀농과 생명, 정체성 회복을 접목시킨 분은 아주 오랜만에 본다.
책에서는 우리 민족의 저력은 인재이며,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태교’에 대한 교육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우선 이 책에서는 태교보다는 건강에 관한 강의 내용을 묶었고, 주된 주제는 예전의 생명의 밥상, 즉 체질과 기후에 따른 음양 오행을 잘 맞추고 신토불이 유기농, 또는 환경 친화적으로 키운 먹을거리를 과하지 않게, 채식 위주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말처럼 바른 먹을 것을 먹음으로써 건강하고 온전한 생명을 영위할 수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각종 질병 (감기, 암, 고혈압, 당뇨)에 맞는 식이요법, 고기와 채소, 컬러에 따른 섭식을 제시했다.
또한 예전 선조들의 예시, 생일날 수수팥떡을 해 먹이는 이유, 제삿상에 조율이시가 빠지지 않는 이유, 복날 삼계탕과 보신탕을 먹는 이유 등의 다양하고 알기 쉬운 예들에 대해 음양오행적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이해를 좀더 쉽게 하였다.
예전 어른들은 어떻게 이런 것을 생각하셨는지 새삼 경탄하기도 하고 이런 것은 생활에 바로 적용해 봐야지 결심한 것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정 시간에 배웠던 서양 영양학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약간은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반면 강의글이나 연재하던 글을 모은 것이라 조금 산만하고 중복되는 내용이 곳곳에 보였으며 머리에 많이 남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보다 전에 ‘먹지 마 건강법’이라는, 한의사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웰빙의 일환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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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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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딱 한 줄로 요약한다면 1권은 지상 세계에서 루모가 성장하고 짝을 찾는 이야기, 2권은 지하 세계에서 루모가 짝을 구출하며 기적을 이루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선과 악이 대립하는 가운데 수많은 종족과 인물들, 그 인물들의 배경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을 형성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앞에서 나온 암시가 뒤에서 구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1000피스 그림 맞추기를 완성시키는 것과 같은 두근두근한 경험이었다.

도박의 일종인 카드게임 루모의 이름을 따서 주인공의 이름을 루모라고 짓는 것에서부터 인생과 도박은 같은 유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루모와 같은 볼퍼팅어에게는 은띠라는 인생의 목표가 하나씩 주어진다. 이를 따라서 볼퍼팅이라는 도시에까지 온 것이고, 어떤 현실적 어려움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은띠를 찾아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루모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아서 약간 낯설기도 했지만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로 인해 사람보다 더 풍부한 청각, 후각을 경험했고, 눈을 감아도 세상이 보이는 것을 같이 느꼈으며, 개의 여러 품종에 따른 외모와 성격들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여기 등장하는 종족들은 모두 발터 뫼르스의 상상의 산물이다 보니 나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이 많이 나왔는데, 곳곳에 등장하는 삽화들에서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감 잡을 수 있었다. 눈물샘이 축 늘어진 볼퍼팅어 우샨 데루카, 일곱쌍의 팔이 있는 상어구더기 폴초탄 스마이크, 뇌가 4개인 아이데트 콜리브릴, 깔때기와 물통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리제벨, 피하자살특공대 등의 모습은 재미있었고, 책의 맨 앞과 맨 뒤에 나와 있는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의 지도를 따라가면서 주인공들의 여행을 같이 할 수 있었다.

책이 정말 두꺼운데 읽어나갈수록 남은 장수가 적어진다는 아쉬움이 커진 책이었고, 체력만 허락한다면 한 자리에서 두 권 모두 읽어나갈 수 있는 흥미진진함이 대단하다. 책을 덮고 나니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현실감각을 잠시 잃고 있었고, 내가 지금 지하세계에 있는지 잠깐 고민할 정도였다.

안주하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거나, 모험과 판타지를 좋아하고, 목적에 대한 추진력을 얻고 싶은 독자들 (초등학생 이상 독서 가)은 루모와 함께 지상과 지하의 어둠을 헤쳐나가는 모험에 동반하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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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소녀 카르페디엠 8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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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라는 과테말라에 사는 인디오 소녀로, 나무 타기를 잘 하고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나무소녀라는 별명을 얻는다. 라티노들에게 생활의 터전을 많이 잃고 시골로 밀려난 이후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온 가족에게, 과테말라 내전이라는 무서운 비극이 들이닥친다.

나무에 올라가면 그만큼 더 하늘에 가까워진다며 나무 타기를 좋아했던 소녀에게 나무는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행복한 장소였다. 그렇지만 나무 위에 숨어서 한 마을의 몰살을 숨죽여 지켜보아야 했던 이후로 나무소녀는 나무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런 가브리엘라를 구원한 것은 수용소 안에서 학교를 엶으로써 희망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말을 되찾은 막내동생이었다.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에서 동족이지만 사상이 다른 상대편에 의해, 거기에 더해 각 진영이 업은 외국 군사들에 의해 파괴와 학살을 경험한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더욱 무섭게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울 정도로 인종 차별과 내전의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꿋꿋하게 굴복하지 않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가브리엘라의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 아우슈비츠의 수용소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희망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한다.

3년간의 한국전쟁이 끝나고서 우리 나라는 정신적, 물질적으로 폐허가 되었다. 과테말라는 1996년까지 36년간이나 내전에 휘말렸다고 한다. 미국의 조종 가능성도 책에서는 언급했는데 과연 그렇다면 제3세계의 많은 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주도하는 전쟁 유발국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좀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듯 과테말라도 내전의 상처를 딛고 굳건히 다시 서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가브리엘라와 같은 인디오와 라티노들 모두 자연 안에서 평등하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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