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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모르는 것이 약이고 아는 것이 병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 순 거짓이었다는 것, 그것도 생활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먹을거리에 관한 것이었고 알고 나서도 선택하지 않기가 어려울 때 부쩍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0년간 과자 공장에 다니면서 가공 식품의 폐해를 직접 체험하고, 소비자에게 쉬쉬하며 숨겨지고 있는 유해성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1장 위대한 파괴자들만 읽어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우리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에 둘러싸여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2장의 설탕, 3장의 지방, 4장의 식품 첨가물 등 가장 유해성이 큰 성분들을 들어 과학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일반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기 보다는 생물학이나 의학 쪽에 관심이 있는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쓰여져 있다. 각 성분들의 역사와 유해성에 대해 노벨상을 탄 사람들의 주장과 많은 학술 논문들이 소개된다.
약식동원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과 약은 기원이 같으므로, 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쓰여졌다. 설탕과 지방이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되어 저혈당증, 당뇨병, 이에 따른 심혈관계질환 및 암의 발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야말로 먹음으로써 병이 생기는 것이고, 이를 섭취하지 않음으로써 병을 낫게 했다는 것이다. 예전 우리 선조들처럼 정제하지 않은 거친 음식을 먹고 명절 때나 기름기 있는 음식을 섭취했던 때에는 현재와 같이 성인병에 걸린 사람이 성인 전체의 1/3에 해당할 정도로 많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먹을 것이 얼마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정크 푸드의 총아인 맥도널드 음식만 먹으면서 몸의 상태를 서술한 <먹지 마, 똥이야!>를 읽었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설탕과 트랜스 지방, 식품 첨가물이 가득한 식단을 계속 먹는 한, 영양적으로 다소 결함이 있는 사료를 먹여 키운 고양이에서 세대가 거듭될수록 장애의 정도가 심해진 <포텐거의 고양이>와 같은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먹을 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스스로 식욕을 자제할 수 없는 사람들, 현재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사람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설탕과 지방, 식품 첨가물이 든 음식물을 단번에 끊을 수는 없겠지만, 그리로 손을 뻗을 때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섭취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식품 회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는 여론도 형성되길 바란다. 이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그런 상황이 아니고, 총체적으로 부실과 비리가 많은 절을 뜯어고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모르는 것이 약이고 아는 것이 병이라고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깨우쳐주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