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사전 - 영어 글쓰기의 때깔이 달라지는
박영수 지음, 황중환 그림 / 살림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내가 자랄 때부터는 중학교부터 문법 위주로,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회화와 문법 위주로 영어를 배운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말에서도 속담을 빼면 말의 뜻이 통하지 않듯, 영어에도 관용구가 꽤 많이 있다. 앞으로 영어 번역을 하고자 하지만 영어권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사전에서 영어 단어의 뜻을 찾았을 때 첫번째나 두번째로 나오는 의미가 아닌 이런 관용구들은 전혀 생소할 뿐이다.

이 책 ‘영어 표현사전’의 부제는 ‘영어 글쓰기의 때깔이 달라지는’이다. 꽉 짜이고 격식을 갖춘 표현들 사이에서 그들 특유의 관용어구를 써 준다면, 외국인이 우리 속담을 말하는 것처럼 얼마나 뜻밖이고 반가울 것인가….
관용구가 유래한 원인에 따라 동물, 신화와 문학, 종교, 인물, 인체, 지역, 사물, 고대 문명, 유럽 문화, 미국 문화의 10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마다 톡톡 튀는 제목이 붙어 있다.
각 장에는 20여개의 관용구를 적고, 그 말이 나오게 된 유래를 설명한다. 길게는 고대에서부터 짧게는 만화 주인공인 호머 심슨이 등장할 정도로 폭넓은 연대를 넘나들고, 로마에서 미국까지 영어권을 널리 포괄한다. 그래서 영어 구절을 외우는 외에도 짧은 토막이나마 상식을 늘릴 수 있고 역사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그 밑에는 이 관용구를 쓴 예문과 해석을 적어 두었는데, 부드럽게 의역한 것이라 다양한 해석까지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강렬한 원색의 표지와 더불어 속지에서는 두세장마다 삽화가 들어 있어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책의 앞에서 저자가 소개한 방법대로 한번 주욱 읽어보고, 찾아가며 다시 보고 가끔 들춰보고, 멋진 영어 표현으로 분위기를 바꿔보고 영화를 보는 깊이를 달리 하는 데에 이 책을 자주 애용하여,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해 보고 원 뜻에 맞는 번역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능소화: 한반도 중부 이남에 심어 기르는 잎 지는 덩굴나무. 줄기가 길게 뻗는 데다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담이나 나무에 붙어 자란다. 칠월과 팔월에 깔때기처럼 생긴 진한 귤빛 꽃이 핀다. 시들지 않고 송이째 떨어져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원색식물도감>

책을 읽는 내내 능소화가 어떤 꽃이기에 이렇게 두 사람을 엮어주고 두 사람을 갈라 놓았는지 궁금해서, 책을 덮자마자 인터넷에서 능소화의 사진을 찾아 보았다. 양반만 키울 수 있었다던, 짙은 녹색 잎에서 고개를 내민 나팔꽃 모양의 귤빛 꽃이 담장 너머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꼭 응태를 처음 만나던 날의 여늬처럼..

1998년 안동 택지개발시 고성 이씨 이응태공의 묘소에서 발견된 그의 아내의 편지와 머리칼을 엮어 짠 미투리가 세상을 감동시켰다. 1586년에 쓰여진 이 편지는 우리말을 사용하여 죽은 남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절실하고 솔직하며 아름답게 표현했다.
저자는 이 편지글에 살을 입혀 원이 아버지와 원이 엄마, 이응태와 홍여늬의 사랑 이야기를 절절하게 그려내었다.
소화는 하늘의 꽃, 선계에서 소화를 훔치고 인간 세상에 태어난 여늬와 엮어졌기 때문에, 응태는 여늬의 벌을 대신 받고 목숨을 잃는다. 짧았으나 서로에게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말하도록 사랑하는 삶을 산다. 응태를 잃고 아이를 잃었지만 여늬는 굴하지 않고 하늘의 뜻을 어기는 능소화의 길을 가기로 한다.

응태가 태어났을 때 하응 스님이 말한 것처럼 응태와 여늬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그렇게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끝내는 만날 운명이었던 것을. 평생을 무미건조하게 살기보다는 짧더라도 사랑하며 사는 것이 더 불꽃 같은 삶이 아닐까.. 어쩌면 빨리 끝났기에 더 처연한 아름다움이 더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장례를 치른 후에 조용히 살면서 고인에 대한 사랑을 유지한 여늬의 외로운 삶에 눈물을 떨구었다. 요즘에도 무뚝뚝함의 고장으로 알려진 경상북도 안동에서 그 옛날에 있었던, 이 소설의 내용처럼 꼭 선남선녀가 아니더라도 좋은, 불륜과 삼각관계에 점철된 요즘의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 같은, 이 가을의 감성을 자극하는 조선 시대의 아련한 러브 스토리에 찬사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
안정효 지음 / 모멘토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품을 이해하려면 작가에 대한 이해, 작품이 쓰여진 시대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저자인 안 정효 선생님은 소설가 이전에 기자로 활동했고, 번역가로도 이름을 날린다. 번역가가 되려고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그의 소설보다, 이 윤기 선생님과 더불어 1세대 전문 번역가로 불리는 번역가로서의 이력에 관심이 많았다.

이 글은 문학 작품, 그 중에서도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지침서와 같다. 첫째 마당 ‘단어에서 단락까지’, 둘째 마당 ‘이름 짓기에서 인물 만들기까지’, 셋째 마당 ‘줄거리 짜기에서 초벌 끝내기까지’, 넷째 마당 ‘시작에서 퇴고까지’ 하여 작품 하나를 끝낸 후, 다섯째 마당 ‘글쓰기 인생의 만보’라는 소제목에서는 글쓰기 인생을 회고하고 지식을 전수한다.

문예 창작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서일까. 글을 읽다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부딪힌다. ‘있을 수 있는 것’을 배제하는 낱단어 선택에서 시작해서, 글의 첫 시작을 한 줄짜리 짧은 문장으로 하면 독자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는 등, 사소하지만 영향력이 큰 여러 지식들이 줄지어 흘러나온다.
번역가로서의 지식이 함께 더해져서 수많은 외국 작가와 작품들이 사례로 소개되고, 덕분에 지금까지 몰랐던 작가에 대해, 그리고 작품에 대해 조금은 눈을 뜨게 되었다. 습관적으로 우리말에 섞어 사용하던 단어들을 한글로만 표현한 점도 눈에 띈다.
간간이 등장하는,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는 빡빡한 내용 사이의 오아시스였고, 본문에서는 어렵기만 하던 저자의 유머 감각이 엿보인다.

앞으로 소설을 쓸 일은 없겠지만,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불릴 정도이므로, 영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이를 우리말로 옮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 저자가 표지에까지 넣어 강조한 ‘읽기에 쉬운 글이 쓰기 어렵다-헤밍웨이’, ‘요령으로는 뚝심을 당하지 못한다-안정효’는 꼭 새겨두어야겠다. 책 한 권으로 소설 창작과 번역까지 두 가지 내용을 공부한 뿌듯함이 밀려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임정진 글, 원유미 외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마시멜로 이야기는 마시멜로를 주고 얼마 동안 안 먹고 참을 경우 하나를 더 준다고 하는 실험이다. 어른은 대부분 참아내겠지만, 아직 유혹에 약한 어린이가 참아 내기는 좀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낸 어린이들은 인내와 성공을 위한 기질이 더 풍부하다고 본다.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 대신 이 책에서는 공부와 자신감, 시간 관리, 금전 관리, 목표 관리, 대인 관계, 체중 관리라는 일곱 가지 목표에 대해 자제심과 인내력, 계획력을 키우는 방법을 설명한다. 부자 아빠를 만나서 편하게 살고자 했던 제니퍼가 시간과 목표, 친구 등 현실 상황에 대해 아빠의 인도를 받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참 바람직하다.
나태하고 편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정신적 나른함과 육체적 만족감을 주지만, 이는 기다리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어버리는 일과 같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것처럼, 바람직한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된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다면 돈을 많이 물려주는 것보다 성공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연히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이라는 책을 같이 읽게 되었는데, 그 책에서도 부모가 멘토로 아이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많이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이지만, 부모가 먼저 읽고서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는 부모가 된 후에 아이에게 권하는 순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부모는 마시멜로가 생기는 대로 먹는데 아이더러 기다렸다 먹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수영장 앞에서 안 쓰는 액세서리를 파는 벼룩시장을 열고 요트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 등 참 미국적인 모습이 나오고, 우리 나라에서는 마시멜로가 맛있다고 널리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거리감이 있었지만, 소중한 것을 먼저 하고 자제심과 인내력을 키우는 훌륭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특히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일화와 에피소드 끝의 만화를 통해 책을 읽기 버거워하는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덮을 수 없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더풀
울라 카린 린드크비스트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주변에서 빠른 죽음과 느린 죽음을 겪는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5일만에 유언 한 마디 없이 돌아가셨다. 할머니도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뇌수술을 받으시고 지금 1년 반째 누워계신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를 주지 않는 당황스러움과 아쉬움을 남기지만, 우리 할머니처럼, <원더풀>의 주인공 울라 카린 린크드비스트처럼 천천히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삶도 그리 쉽지 않고, 오히려 더 어려울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이나 살아남는 사람이나 항상 죽음을 마주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루게릭 병은 책에도 나오는 내용처럼 유전적인 것도, 나쁜 습관에 의한 것도 아닌 병이 갑자기 발생하니 자기 자신이나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의식은 멀쩡한 채 육신이 점점 약해지기 때문에, 유리 감옥에 수감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처럼 가장 잔인한 병이란다. 몸은 멀쩡한 반면 정신이 약해지는 치매 환자와는 반대이다. 더구나 정신적으로 영민한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인 셈이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불치병 선고를 받으면 처음에는 화를 내고 부정하고 타협하고 우울해 하다가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주인공은 앞의 네 단계를 모두 건너뛰어 죽음을 수용한다. 자신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남는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물론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얻고, 그런 와중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로움을 간직한다.

소설이었다면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온몸이 마비된 채 눈만 겨우운용할 수 있어서, 딸아이가 알파벳 철자를 가리키면 쓰고자 하는 곳에서 눈을 깜빡이는 방법으로 글을 썼다니 참으로 눈물겨운 책이다.

 

우리 나라 속담에는 ‘긴 병에는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환자와 가족이 모두 지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울라 카린은 죽으면서까지 삶은 위대하다고 말하고 떠났고, 그 덕분에 가족들도 모두 구원받았다고 느낀다. 천년 만년 살아갈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며 사는 내게는, 자신의 죽음을 마주 대하고서 당당할 자신도, 주변을 포용할 자신도 사실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좀더 현실에 충실해질 것을 다짐한다.

또 한 가지, ‘앨리슨 래퍼’의 책에서도 느낀 점인데, 불치병 환자를 대하는 선진 의료 시스템에 많은 부러움과 감명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