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놀아요, 흙이랑
이토 히로시 지음 / 예림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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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클 때만 해도 마루를 내려서면 마당에서부터 흙이 지천이라서
부모님이 돌봐줄 틈이 없는 아이들은
마루에서 슬슬 기어내려와 마당에서 풀도 뽑아먹고
흙도 한줌 집어서 먹으며 그렇게들 자랐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흙을 보려면 한참 가야 하는 곳도 많고,
놀이터 모래에는 동물 기생충이니 뭐니 해서
손에 흙을 묻히는 아이들도 많이 줄었으며,
돈을 내고 모래놀이를 하는 곳도 생겼으니 참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비가 오면 진흙탕에서 발을 구르며 놀던 때가 그리운 것은
내가 그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리라.

책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물과 흙을 5:2로 섞어서 생긴 진흙에서 ‘흙이랑’이 태어난다.
신나게 진흙을 던지고 흙탕물을 튀기는 모습이 자유롭다.
흙에 물을 많이 넣으면 묽은 느낌,
물이 적으면 푸석푸석 마른 느낌을 주면서
흙물로만 그린 그림에서는
비가 오기 시작할 때의 비릿한 흙 향기가 물씬 풍겨 나온다.
글씨까지 황토색이라 일관성이 느껴진다.
어린 아이들은 아주 구체적인 것보다는
이렇게 둥글둥글 형태만 표현된 것에서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아기들에게는 바비 인형보다는 발도르프 인형이 더 좋다고 한다.
이처럼 모나지 않은 흙빛 흙이랑과 놀면서
아이들은 실제로 흙을 만지고 노는 듯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총 천연색으로 피곤했던 눈과 마음에 안식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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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쨍하고 해뜰날
이명숙 지음 / 미디어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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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TV에서 가수 송 대관씨가 나오면 엄마는 항상 그러셨다.
저 사람은 꽤 어려운 시기를 오래 보냈지만
‘쨍하고 해뜰 날’을 불러서 결국은 해뜰 날을 맞았다고,
그러니까 너희들도 좋은, 바람직한 노래를 부르고 꿈을 가지라고 말이다.
무의식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해서 자기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이런 무의식의 작용과는 다르지만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직업상담원이 쓴 글이다.
나는 운이 좋았는지 취업을 우연히 쉽게 했기 때문에
이렇게 생생하고 어려운 구직자들의 이야기는 처음 대했다.
저자가 일하는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자아성장 프로그램인 희망 프로그램과,
자존감 향상 및 구직 기술 향상 프로그램인 성취 프로그램을 통해
구직자들이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의 근간은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변하고, 습관이 변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과 ‘가난이 죄가 아니라 게으름이 죄’라는 것이다.
이런 원칙들에 따라 수많은 조건과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그들이 바라는 바를 찾게 해 주는 직업상담원들이야말로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마음의 간호사가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쓰는 방법,
면접에 대비하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사이트도 많지만
진정으로 인생을 아우르는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중학생 또래부터 어르신까지, 장애인과 전과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려움을 겪다가 마침내 취업에 성공한 이야기는 모두 같은 멜로디이지만,
그곳에 녹아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뻔한 이야기임에도 기대하게 만든다.
로또와 즉석복권을 긁는 손길보다 더욱 성실한 손이 바로 이들의 손이다.
자, 이제는 내 인생도 쨍하게 해 뜨도록 만들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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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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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야시에 실려있는 이야기 두 개,
<바람의 도시>와 <야시>는 아주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바람의 도시>에서 ''야시'' 이야기가 까메오처럼 잠깐 나오기도 한다.
지금의 현실과는 약간 떨어져 병존하는 어둠의 시공간을 겪으면서
소중한 것을 잃고 마는 사람들이 바로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이다.
<바람의 도시>와 <야시>를 읽으면서 나는 뜬금없이
해리 포터와 같은 마법사들의 상점가인 다이애건 앨리와
킹스 크로스 역 9와 3/4 정거장을 떠올렸다.
머글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마법사들을 위해 엄연히 존재하는 그런 장소들.

책의 내용을 빌면 ‘정월이나 크리스마스하고는 정반대의 것. 훨씬 더 어두운 축제.
깨어나면 잊어버리는 꿈속의 괴이한 징조가 현실로 나타나는 날’이 바로 ‘야시’이다.
끝없는 방랑이 이어지고 죽어도 벗어날 수 없는 고도와
무엇인가를 거래해야 끝나는 야시는
정녕 신들의 세계라서 힘없는 인간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무서운 것은 이 장소가 사람을 부른다는 것,
한 번 겪고 나면 다음의 부름이 왔을 때 그 부름에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낮잠을 오래 자고 일어났는데 밖은 깜깜하고
가족을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의 소슬한 느낌,
그런 느낌을 이 책은 준다.
인생은 고도와 야시의 연속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 일본호러소설 대상을 받은 것이 아닐까?
남은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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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하우스 - 평범한 하루 24시간에 숨겨진 특별한 과학 이야기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7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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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육백만불의 사나이처럼 사물을 확대하여 볼 수 있는 눈이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아니면 거인국에 떠내려간 걸리버처럼 된다면? 꼭 필요한 것들을 찾기는 쉽겠지만 수많은 먼지와 벌레, 기생충, 세균들 때문에 결벽증과 두려움이 생길 것이다.

여기 평범한 서양의 한 가정에서 하루동안 일어난 일들의 표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일지가 나왔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균과 정전기, 각질, 기생충, 먼지, 바이러스, 곰팡이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비, 정전기 등 미생물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을 총괄한다.

자연물이 아닌 먹을 거리로 들어가면 더욱 참기 힘든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서 케이크의 예를 들어 보자.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우선 돼지 비계와 죽은 지 오래된 생선을 압착해 얻은 생선 기름을 섞은 뒤 공기를 불어넣는다. 부피를 늘리기 위해 글리세롤 모노스테아레이트가 첨가되고 이 물질이 물을 기름에 녹이는 역할을 한다. 다음 설탕으로 무게를 맞추고 밀가루로 지방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준 다음 콜타르 색소와 향료, 베이킹 소다로 색과 향, 질감을 조정하면 보드라운 케이크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식품공학과 화학의 승리이다. 자, 알고도 먹을 수 있겠는가?

책을 보면 위의 학문들 외에도 사하라 사막에서 떠올라 이동하는 모래의 이야기에서는 지리학과 기상학, 지질학이, 향수와 데오드란트에서는 역사에 대한 지식과 인체 생리학이 자연스럽게 소개되어서, 백과사전을 보듯이 많은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모두 일상 생활과 연계된 것이니 이야기로 과학을 배운다고나 할까.

그리 구미에 당기는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보이고 적당히 느껴지는 것이 새삼 다행스럽다. 이 책을 통해 기묘한 일상 속으로 과학 여행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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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의 경제학 - 석유 위기의 시대, 성공 투자를 위하여
스티븐 리브 외 지음, 김명철 옮김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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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배럴당 65달러하는 원유가가 200달러 이상 될 거라고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상은 경우에 따라 정말 암울할 수도, 대비를 하면 어려움이 많이 완화될 수도 있는 암울한 모습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는 전적으로 석유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했다가 사라진 문명들이 종말을 맞은 이유의 많은 부분이 자원의 부족이라고 했다. 그나마 이전까지는 석탄, 또는 핵에너지라는 대체 자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석유 가격이 낮은 상태로 유지될 거라는 막연한 집단 심리 때문에 대체 자원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단다. 따라서 저자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
예전에 알루미늄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몇 십년이 지나면 매장량이 고갈되어 알루미늄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을 줄 알았는데, 가격이 높아지면서 채산성 때문에 미발굴 상태였던 광산이 발굴되어 가격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석유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예전에 들었던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석유 가격이 높아지면 지금껏 채굴하지 않았던 유정을 개발하면 되겠거니 하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가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허버트의 법칙과 세계 석유 생산과 소비의 추이를 보니 이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고, 발등에 떨어진 불과도 같은 형세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오일의 경제학을 설명한다.
첫번째는 오일, 석유에 관한 과학적, 사회적인 이야기이다. 석유 산유국인 OPEC과 비OPEC 나라들을 거론하면서 생산량과 향후 추이에 대해 설명하고, 액화 천연가스, 석탄가스 등의 대용물, 풍력, 태양열 등의 대체 에너지를 설명한다. 엄청난 인구를 앞세워 세계의 경제에 부상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중국과 인도에 대한 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번째는 경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국을 주무대로 하였고 1900년대의 석유 파동과 연관하여 경제와 주식의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이 틀리는 결과가 되더라도 정치가들이 대체 에너지 개발을 촉구하여 석유 부족으로 인한 문명 붕괴, 또는 후퇴가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불행하게도 지금처럼 집단 심리에 휩싸여 석유 부족 사태를 맞게 될 것을 대비하여, 투자 유망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을 알려준다. 부록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판매하는 투자 유망 종목 리스트가 간략하게 나와 있어서 실제로 감을 잡을 수 있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해박함과 함께 정책 입안자들처럼 근시안적이지도, 환경운동가들처럼 원시안적이지도 않은 가깝고 먼 안목에 감탄했다. 듣기에는 참으로 무서운 전망이었지만 말이다. 이라크 전쟁은 사실 미국이 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일으킨 전쟁이라는 말도 떠돌았던 것을 보면, 우리도 서둘러 석유 위기에 대처해야 할 거라 생각된다. 준비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쉽게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앞으로는 세계 정세에 좀더 귀를 열고 살며, 미래를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도 대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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