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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D - 기계치도 사랑한 디지털 노트
김정철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아직까지 휴대폰으로 mp3를 들어본 적이 없다.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만, 컴퓨터로 옮기거나 인화해본 적이 없다. 다양한 기능보다는 외부의 디자인이 휴대폰을 선택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PMP든 PSP든 닌텐도 DS든 디지털 기기들은 그리 가까이하지 않는다. 카메라도 일반적인 디지털 카메라를 주로 자동 모드에 놓고 쓴다. 브랜드와 모델명만으로는 모르고 제조회사의 이름을 대야 겨우 알 수 있다.
나 같은 정도의 기계치라면 <안녕, D> (2009, 김정철 지음, 북폴리오 펴냄)의 도움을 크게 받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컴퓨터, 휴대폰, 노트북, MP3 플레이어, 게임기라는 다섯 개의 항목으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들을 나누어 놓았다. 각 항목마다를 대표하는 대형 제조사들을 서너 개 선정하여 역사와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쇼핑 가이드에서는 이 항목을 구입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자세하게 적혀 있고, 브랜드 열전은 앞에서 이야기한 제조사들을 포함하여 국내 또는 국외를 포함한 중소 제조사들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하면 잘 다룰 수 있는가를 말하는 매뉴얼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들의 흥망성쇠를 수록한 작은 역사책 겸 상식사전으로 볼 수 있겠다. 깊고 자세하게가 아니라 넓고 길게 서술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렵지 않고 아기자기하다는 것.
휴대폰 편을 볼까. 모토롤라의 다이나택은 당시 가격으로 200만원이 넘었고 무게는 1.4 킬로그램에 달했다고 하는데, 1996년 발매한 스타택에는 진동 기능이 탑재되고 무게는 겨우 88 그램이 되었다고 하니 디지털 기기의 발전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내 경우에는 2000년에 흑백 액정의 휴대폰을 썼는데, 그 후로 몇 년 사이에 칼라 휴대폰, 카메라폰, mp3폰, DMB폰, 영상통화폰, PDA폰, 스마트폰까지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년마다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이나, 반도체 용량이 매년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모르더라도, 숨가쁘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기의 속도는 쏟아지는 신제품과 광고에서도 충분히 느껴왔을 것이다.
디지털 도사 제나두와 기계치 순이는, 예전에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선생님께서 일기 끝머리에 찍어 주시던 '참 잘했어요' 도장 안의 등장인물 같다. 제나두의 불친절한 설명과 순이의 마이동풍은 디지털 도사와 기계치라는 대조를 잘 살리면서 유머러스해서 재미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순이와 나를 동일시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애플은 쉬운 이름으로 제품명을 짓고,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략) 디지털과 IT를 이해하는 방법에서도 애플의 방법은 효과적이다. 거리를 좁혀야 관심도 가고 쉽다고도 느끼기 때문이다. (22~23쪽)
<안녕, D>를 통해 컴퓨터부터 게임기까지, 성능과 디자인, 휴대성과 편리함 등 점점 더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발전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감각적인 사진들과 시니컬한 작가의 말들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디지털 기기들은 기계치에게도 쉽고 친근하게 다가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