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의 역습 - 무일푼 하류인생의 통쾌한 반란!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 / 이루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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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착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단히 착각했다. 이번에 수원에 작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한 것을, 그것도 절반 가량 대출을 끼고 산 것을, 내심 중산층에 도입했거니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갑자기 부자라도 된 양 퇴근하면서 베이커리에 들러 종이 봉투 가득 빵을 사 가기도 하고, 그간 자제했던 배달음식도 까짓것 못 사 주겠냐며 호기를 부렸었다. 만약 지금 당장 회사에서 잘린다면 당장 몇 달 못 가서 관리비며 대출금 이자를 낼 것이 막막한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가난뱅이의 역습> (2009,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이루 펴냄)을 읽으면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버리는 자전거 같은 우리 인생은 자타 공인 가난뱅이란 말씀', 동감한다. 남 이야기 같지 않은 기발한 가난뱅이, 마쓰모토 하지메가 이야기하는 가난뱅이의 생존 기술과 그간의 투쟁 이야기를 들어 보자.

'이기는 사람도 없는 경쟁사회'에 휘둘리는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좀 곤란한 일에 부딪히고 그 결과 몸부림을 치지만 무슨 수든 써서 어떻게든 되는' 인간답고 즐거운 방식, 그것이 바로 가난뱅이의 자세이다. 주류에서 떨려난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적극적인 가난뱅이는 마음까지 가난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일단 자기 자신부터 구원하는 제1장, '여차할 때 써봄직한 가난뱅이 생활 기술'은 집 얻기, 밥값 절약하기, 이동 수단, 옷, 미디어 만들기까지 절약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말한다. 진지하지 않으면서 궁색하지도 않은 그 말투는 중독성이 있다.
2장은 이제 가난뱅이들의 연대를 꿈꾸면서 '거리를 휩쓰는 무적의 대작전'을 펼친다. 저자가 고엔지 기타나카 거리에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재활용 가게를 세우면서부터 시작된 재활용과 연대는 꽤 독특하고 활기차다. 여러 작전들을 함께 수행하고 나면 정말 무적이 되어 있을 것 같다.
3장은 저자의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활약상을 이야기한다. 회사를 다니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소설을 쓰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이혼하고 산으로 들어가 자급자족으로 생활하시는 어머니 등 가정 환경부터 범상치 않았던 그는, 대학 시절부터 가난뱅이와 관련된 수많은 투쟁을 선도하며 자타 공인 가난뱅이의 수장이 되었다. 그런 기질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영화로, 이벤트로, 가게 주인으로, 책의 저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4장은 가난뱅이들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가게들을 소개했고, 5장은 아마미야 가린이라는 저널리스트와 함께 '가난뱅이를 위한 작전 회의'라는 제목으로 한 대담을 실었다.

가난뱅이에게서는 벌써부터 주눅듦과 자괴감이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다. 나부터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괜히 기가 죽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적'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을 가하면서 가난뱅이의 입지를 굳히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시도들을 보면서, 그래, 어쩌면 가난뱅이들도 당당하고 서로 연대하며 살아갈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 나온 것들 중에서 당장 몇 개를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중고품 기증과 판매를 하는 '아름다운 가게'를 이용하고, 마음부터 자발적인 가난뱅이로 재무장하자고 다짐한다.
유쾌하면서 기발한 <가난뱅이의 역습>을 흥미롭게 읽었다.
세계의 가난뱅이들이여, 대동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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