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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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중인 장 피에르 드 마저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 평양사무소 대표는 29 "북한의 식량 위기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드 마저리 대표는 이날 오후 서머셋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에 필요한 식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는 지원국의 도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식량 공급은 매일 매일의 투쟁과 같다" "이는 지난해의 수해와 그로 인한 농경지 손실 그리고 WFP 등의 국제 구호단체를 통한 공여국의 지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표적 북한 식량 지원국이었던 한국과 중국마저 북핵 사태 등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면서 북한의 식량부족이 한층 심화되었으며, 이는 가장 취약한 계층인 임산부나 산모, 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당장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곧 다가올 춘궁기에 북한 주민들의 식량 위기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호소했다.

드 마저리 대표는 특히 "이번 평양 방문에서 북측이 과거와는 달리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WFP의 북한 활동의 중요성을 북한 당국도 인정한 것이라 본다"며 북한 당국의 변화된 태도와 식량 지원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WFP에게 전체 인구가 필요로 하는 식량과 자체 생산량 사이에 100만톤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측이 이같이 식량 부족을 인정하고 게다가 직접적 수치를 인용한 것은 처음으로, 이는 북한이 정말로 식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드 마저리 대표는 "WFP는 정치적 기관이 아닌 만큼 정치적 논쟁은 피하고 싶다"고 전제한 뒤 "인도적 지원은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북한 식량 지원이 정치적 이슈에 좌우되고 있지만 북한의 굶주린 아이들은 정치를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지난해 약속한 식량 5만톤 지원이 정치적 이유로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2007 3 29 뉴시스 정치 뉴스에서 발췌

 

이 뉴스는 <왜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가>에 대한 현실 상황을 포괄적이고 긴박하게 보여준다. 이런 기아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와 상황, 해결되지 않을 때의 예상 결과, 주변국과 구호 단체의 역할까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기사를 예사로이 읽어 넘기고 이들의 어려움을 지극히 외면하고 있다. 이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에, 그 지식 위에 침묵의 외투를 걸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인 장 지글러 교수는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 일을 하면서, 강대국의 관심 밖에서 소외받고 있는 많은 국가의 기아 인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아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 실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현실 등에 대해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아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얼핏 보기로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FAQ (frequently asked question)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안을 들춰 보면 기아의 처참한 내용에 대해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침착한 설명이 대조적으로 비춰진다. 감정적으로 대한다면야 뜨겁게 끓었다가 뜨겁게 식는 반응만을 유발할 수 있겠지만, 여러 나라의 역사와 지리, 정치,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등을 풍부하게 실어 놓아서 우리가 기아에 대해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머리로 이해한 지식들은 계속해서 우리 안에서 무엇인가 행동으로 이루어내도록 촉구할 것이다.

웰빙과 로하스가 트렌드인 요즘 같은 시대에,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인 그들의 현실은 남의 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임을 새삼 깨닫고 행동으로 옮겼으면 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월드비전: www.worldvision.or.kr
굿네이버스: www.goodneighbo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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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2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종이로 만든 사람들
살바도르 플라센시아 지음, 송은주 옮김 / 이레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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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면 띠지와 표지, 속날개를 쓱 훑어보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요즘은 워낙 띠지가 멋지게 나오기 때문에, 무엇을 강조하며 홍보하고자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띠지는 마치 물건의 사용 설명서처럼 ‘본문의 글자 방향이 거꾸로 되어 있거나 세로로 된 경우, 당황하지 말고 책을 돌리거나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읽으십시오. 페이지 가운데 일부 하얗게 비어 있거나, 글자가 검은 상자로 덮여 내용을 알아볼 수 없거나, 글자가 희미해지는 곳이 있으며, 종이에 구멍이 뚫려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저자의 의도에 따른 것으로, 파본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을 싣고 있다.

책을 사자마자 띠지를 거추장스러워 하며 휙 벗겨버린 독자라면, 책에서 위와 같은 상황을 마주쳤을 때 살짝 당황했을 법도 하다.

이처럼 책의 내용 뿐만 아니라 표현 방식과 종이에까지 신경을 쓴 책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발하고 매혹적인 삼차원 메타판타지’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메르세드와 메르세드 드 파펠, 꼬마 메르세드가 나오는가 하면 감시자로서의 토성, 이에 대항하는 EMF 단원들, 불로 몸을 지지거나 벌의 침을 쏘이며 마음의 위안을 찾는 사람들에다가 연금술사, 종이접기 전문가인 오리가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페데리코 데 라 페가 그렇게 대항하고자 했던 대상은 바로 토성이다. 처음에는 진짜 하늘에 떠 있는 토성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이 책의 작가인 살바도르 플라센시아였다는 설정은,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상황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취하든 이는 모두 작가인 토성의 의지이고 행동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일단 작가가 만들어놓은 인물들은 나름대로의 생명력으로 각자 움직인다는 사실, 반역을 꾀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일견 흥미롭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으로 세계적 명성의 작가들이 소속된 에이전시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영향력이 검증되었다는 뜻인데, 형식에 급급해서 읽느라 그 느낌과 감흥을 충분히 느끼지 못 했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나처럼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책 소개 페이지를 먼저 읽고 책을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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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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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라고 하면 왠지 다른 직업의 사람들보다 더 정확하고 꼼꼼하고 객관적인 결과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과학의 특성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수많은 기만과 표절의 사례를 통해 과학과 과학자의 문제점, 이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과학은 ‘인간이 두 가지 목표, 세계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위해 기울이는 개인적 노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을 위해 분투해온 무대’였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과학에 대한 첫 번째 목표보다 두 번째 목표에 대한 필요성과 보상의 유혹이 커질수록, 그리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발각될 위험이 적어질수록 기만과 표절이 늘어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논리적 연역, 결과의 객관적 검증, 이론의 구축이라는 과학적 방법의 기둥’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세워둔 이론에 입각하여 주관적인 결과를 수집하게 된다.
과학자의 연구 성과는 논문과 특허로 발표되며, 동료들의 검증과 실험의 재연을 통해 점검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지만, 저자들이 책에서 이야기했듯 과학의 분야가 점점 더 지엽적이고 전문화되면서 검증과 재연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데이터를 말끔하게 다듬거나 통계치를 약간 부풀리고, 마음에 드는 데이터만 선별하여 보고하는 행위’가 더해질 경우 재연 성공률은 더 낮아진다. 저자들은 과학에 기만과 표절이 난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술지의 축소와 경쟁, 논문의 양보다는 질을 추구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 과학계에 종사하는 내 입장에서는 책 내용에 자유로울 수 없기에 100% 공감하며, 그리고 뜨끔해 하며 읽었다. 회사에서도 논문과 특허의 개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승진에 가산점이 부여되므로 그 분야를 소홀히 할 수 없고, 최소한이지만 부분적인 데이터 마사지도 실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특허나 논문에 나와 있는 실험을 그대로 해 봐도 재연이 어려운 것은, 아주 세세한 항목까지 기술되어 있지 않고 핵심적인 것은 누락시키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지적 재산권이 철저히 지켜지는데, 과학에서는 객관적이고 자세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보인다. 그렇지만 건강과 생산성, 실생활 전반, 때로는 생존에까지 커다란 영향과 위험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는 진실과 공익의 측면에 서야 하고 정치적인 문제에 좌우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논문 표절을 일삼았던 알사브티보다 정치와 야합하여 인종 문제를 야기한 두개골 용적의 새뮤얼 모턴, IQ지수의 시릴 버트, 소련의 리센코의 예를 볼 때 그 파괴력을 실감할 수 있다.

다른 책들에서처럼 지식과 과학의 사기꾼의 예를 듦에 그치지 않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배경과 구조에 대해 자세하고 치밀하게 설명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이자 독자층을 좁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과학계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일관성있고 흐름에 따른 구체적인 문제를 제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장이 길고 복잡해서 번역하기에도 어려웠을 것처럼 보이고 그 때문에 명확하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문장도 꽤 있었던 점이 아쉽고, 쓰여진 지 10년이 넘은 책이라서 아주 오래된 사례들이 주를 이룬 점도 그렇다. 현재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들이 표절 또는 기만인지 밝혀지기까지 또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꿈이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닌 지금, 과학자의 위상과 진실한 과학을 위해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황 우석 사태를 겪었고 유교적인 도제 사회에 익숙한 우리 나라에서는 더 시급하다고 보지만, 세계적인 기만 사례인 황 우석 사태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을 보면 우리 나라 과학계 전반의 반성과 재정립은 참으로 요원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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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의 여정
소냐 나자리오 지음, 하정임 옮김, 돈 바트레티 사진 / 다른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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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대해 알고 싶을 때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그 일을 먼저 겪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과 그 일을 직접 하는 것. <엔리케의 여정>의 저자인 소냐 나자리오는 후자를 택했다. 온두라스의 테구시갈파에서 과테말라를 지나고 멕시코를 종단하여 미국 국경과 인접한 누에보라레도까지의 2574킬로미터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실상을 정확하게 나타냈다.

 

매년 4 8천명의 아이들이 혼자서 불법으로 중앙아메리카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한다. 이들보다 먼저 떠나서 미국에서 일하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잠깐의 이별이 길어지는 경우, 다른 아이에 비한 물질적 풍요보다도 정신적인 충족을 위해 이들은 참으로 힘들고 위험한 여정에 오르게 된다. 그 길에는 강도와 강간, 폭력, 부상과 방치, 밀입국 조직이 지천에 깔려 있고 부모를 반드시 만나리라는 보장도 확실치 않다. 그리고 마약이나 본드에 중독될 위험, 부상을 입어서 그 여정에서 낙오될 위험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아이와 어른들은, 7살밖에 안 된 아이들까지도 사력을 다해 미국으로 가는 열차의 지붕에 올라탄다.

악명높은 치아파스를 지나고 이민귀화국을 거치는 어려움을 보며 나는 갑자기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되었던 에스탄시아라는 만화를 떠올렸다. 이 만화에서도 단일 철로를 타고 가는 열차에서 각 검문소마다 특정 임무 또는 질병의 관문이 주어지고, 이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만이 최후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 만화의 내용만큼이나 현실의 엔리케의 여정은 참으로 고단하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겪어내고 엔리케는 엄마를 만났다.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어느 정도는 해피 엔드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어렵게 엄마를 만났어도 엔리케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아이와 엄마가 만나면 또다른 국면이 시작된다. 자랄 때의 외로움과 여정의 어려움을 보상받고자 하는 아이와,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개인적인 삶을 희생한 것을 몰라주는 아이의 무정함에 서운한 엄마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엔리케는 다시 자신의 아이에게서 엄마를 뺏음으로써 제2의 엔리케를 만들게 된다.

 

개발이 뒤떨어진 나라들의 경우 아무리 일을 해도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특히 가족이 해체되었을 경우 더하다. 따라서 엔리케처럼 어렸을 때부터 노동 착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나는 엔리케의 시선으로, 엄마인 라우데스의 시선으로 엔리케의 여정을 지켜보았다. 이 쪽도 저 쪽도 다 공감이 되는 입장이면서,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그들의 갈등과 어려움에 마음이 답답하다. 이 책으로 인해 엔리케와 같은 불법이주민들이 더 쉽게 부모를 만날 수 있게 될까?

밀려드는 이민자들과 그들이 낳는 아이들 덕분에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이 늦어지는 혜택을 입고 있는 미국이지만, 이들처럼 가진 것 없는 극빈자들은 사실 환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현실은 자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행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엔리케들의 생활이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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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불멸의 오랑우탄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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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부터 살펴보자.

보르헤스는 실존 작가였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1899-1986)으로, 픽션과 가짜 에세이를 혼합한 환상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다.

불멸의 오랑우탄이란 <네크로노미콘>이라는 죽은 자들의 이름에 관한 책에 관련하며, 자음과 모음을 조합함으로써 신비학자들이 찾고 있는 우주의 비밀스러운 어휘와 그 어휘에 실려 있는 힘을 이용 또는 규제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신이나 악마의 정확한 이름을 부르는 순간 세상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기본 사실을 모르더라도, 책에서 주석을 통해 설명을 많이 해 주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다.

 

이 책은 화자인 나 포겔슈타인과 보르헤스 사이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 초반을 이루고, 본문은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을 연구하는 모임인 이스라펠 소사이어티의 컨퍼런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포겔슈타인은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 활약하고, 보르헤스는 암호학자의 위치에서 범인을 추리한다. 보르헤스의 열렬한 팬인 포겔슈타인은 이렇게 보르헤스와 함께 하는 시간을 참으로 소중하게 생각한다.

포겔슈타인이 옆에서 보고 들은 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다가 마지막 결말을 보르헤스에게 넘기는데, 보르헤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의 반전을 이끌어낸다.

 

추리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는 단서들이 있었는데, 나는 감이 둔한데다 추리 소설에는 담을 쌓은 터라 결말에서 깜짝 놀랐고,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발라와 신비주의, 에드가 앨런 포의 여러 작품들, 기호학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뭔가 신비한 분야를 살짝 들여다본 듯한 느낌을 받았고, 흑백에 빨간 색이 들어간 삽화는 강렬했다. 보르헤스에게 바치는 이 팬 픽션을 읽고 나니, 이제는 보르헤스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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