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와 불멸의 오랑우탄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우선 제목부터 살펴보자.

보르헤스는 실존 작가였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1899-1986)으로, 픽션과 가짜 에세이를 혼합한 환상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다.

불멸의 오랑우탄이란 <네크로노미콘>이라는 죽은 자들의 이름에 관한 책에 관련하며, 자음과 모음을 조합함으로써 신비학자들이 찾고 있는 우주의 비밀스러운 어휘와 그 어휘에 실려 있는 힘을 이용 또는 규제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신이나 악마의 정확한 이름을 부르는 순간 세상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기본 사실을 모르더라도, 책에서 주석을 통해 설명을 많이 해 주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다.

 

이 책은 화자인 나 포겔슈타인과 보르헤스 사이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 초반을 이루고, 본문은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을 연구하는 모임인 이스라펠 소사이어티의 컨퍼런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포겔슈타인은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 활약하고, 보르헤스는 암호학자의 위치에서 범인을 추리한다. 보르헤스의 열렬한 팬인 포겔슈타인은 이렇게 보르헤스와 함께 하는 시간을 참으로 소중하게 생각한다.

포겔슈타인이 옆에서 보고 들은 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다가 마지막 결말을 보르헤스에게 넘기는데, 보르헤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의 반전을 이끌어낸다.

 

추리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는 단서들이 있었는데, 나는 감이 둔한데다 추리 소설에는 담을 쌓은 터라 결말에서 깜짝 놀랐고,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발라와 신비주의, 에드가 앨런 포의 여러 작품들, 기호학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뭔가 신비한 분야를 살짝 들여다본 듯한 느낌을 받았고, 흑백에 빨간 색이 들어간 삽화는 강렬했다. 보르헤스에게 바치는 이 팬 픽션을 읽고 나니, 이제는 보르헤스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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