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CULTURA 2007.여름 - 제6호
작가 편집부 엮음 / 작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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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이가 들수록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를 키우던 때 30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다가 점점 더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알았는데, 이제는 그 집중력 시간의 정점을 지나서 떨어지고 있는 시기가 된 것일까.
장편소설을 읽을 때는 잡고서 죽 읽어나가야지, 그렇지 않고 띄웠다가 읽으면 앞의 이야기를 조금은 잊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요즘은 단편집이나 에세이, 똑똑 떨어지는 이야기들이 좋다.
이런 종류에는 잡지도 들어간다. 
여자들이라고 해서 꼭 패션잡지나 육아잡지, 주부잡지를 읽을 필요는 없다.

'쿨투라'는 일반 단행본만한 크기라서, 보통 A4 사이즈는 되는 일반 잡지에 비해 휴대가 간편하다. 그리고 낯익은, 좀 나이가 있는 저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교육에 대한 글을 써 주신 김진경 선생님은,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때 전교조의 파동을 겪던 선생님께서 읽어보라고 주신 책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의 작가라서 참 반가운 마음에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어언 20년이 다 되어가는 그때와 비교해서 더 나아질 것도 없는 교육 현실이 참 암담하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신념을 올바로 지켜나가는 그의 뚝심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장승 이야기'는 잊혀져가는 전통문화에 대한 아쉬움으로 좀더 신경써서 읽었고, '바람의 딸' 한비야씨의 인터뷰는 약간 삐딱해 보이는 인터뷰어의 어투에 그리 공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좋은 기회였다.  
기행문도 있고 논설문도 있고 사진 이야기도 있고 인터뷰도 있고 공연 이야기도 있어서 지루할 새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전문 기자들이 작성한 글이 아닌 것들도 끼어 있어서 어딘가는 서투르고 약간 버거운 면도 있다. 그러나 두꺼운 문학잡지의 평론이 어려운 사람이나 뭔가 내용이 있는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골라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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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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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박사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5단계로 설명했다. 이는 순서대로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이고, 꼭 끝까지 다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사람에 따라서 부정하다가 죽음을 맞을 수 있고, 5단계를 순조롭게 거쳐서 수용하면서 평화로이 죽음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을 운명을 가졌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 자기가 언젠가 죽을 존재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이사카 코타로의 <종말의 바보>에서처럼 앞으로 8년 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세상이 끝날 거라는 ‘강제적인 죽음’이 전지구적으로 선고되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불치병을 선고받는 것처럼 이들은 종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폭동과 살인, 혼란과 무법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제 그 발표로부터 5년이 흘러서, 그사이 죽을 사람은 죽고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조용히 살아가는 힐즈타운의 여덟 이웃들이 <종말의 바보> 주인공들이다. 소란 중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고즈넉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운동을 시작하는 고등학생이 있고 비디오 대여점을 이어가는 청년이 있고 축구모임이 생겨나고 슈퍼마켓이 다시 문을 여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 젊은이는 애인을 만들고 부부는 아이가 생긴다. 그리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서로 모여 온기를 나누는 새로운 ‘가족’도 탄생한다. 맥놓고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생활이 아니라, 우울함에 눌려서 정신을 잃어버리는 생활이 아니라 이들에게는 얼마 남지 않아서 더 소중하고 더 평화로워야 할 소중한 시간이 된다.
앞으로 남은 3년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이다. 지금 간신히 얻게 된 평화로움은 어쩌면 ‘수용’이 아니라 ‘타협’일지도 모른다. 소행성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이들은 더 우울해지고 수용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어려움을 헤치고 나온 이 가족들이라면 소행성이 정말 충돌하든 그렇지 않든 잘 해 나갈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연작소설들에서도 카메오로 출현하는 이들을 자주 보아왔는데, 좀 늦게서야 읽은 <종말의 바보>에서 그 유기적인 연계성을 가장 강하게 느꼈다. 너무 우연이 남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으로 인해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의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종말에 대해, 이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종말의 바보’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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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휴가 알맹이 그림책 6
구스티 글 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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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더러운 곳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틈만 나면 앞다리를 비비는 비굴한 모습, 금속성의 광택이 느껴지는 널찍한 등, 모기에 비해 꽤 뚱뚱한 부피감, 앉은 자리에 또 앉고 쫓아내도 금세 그 자리로 돌아오는 끈질김 등, 파리는 여름이 오는 것을 싫어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러나 그런 파리가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 느낌은 달라진다. 반질반질하고 무지개가 비친 듯한 눈, 십자 나사로 만들어진 코, 일자 나사로 만든 더듬이, 가느다란 끈으로 된 웃는 듯한 입에다 비죽이 보이는 조그만 이 두 개. 누가 이 파리를 보며 현실의 파리를 떠올릴 것인가?

‘수영하기 딱 좋은 날. 물속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파리. 그런데, 갑자기…… 앗, 비상사태!’라는 표지의 문구는 파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책표지를 뒤집어서 안을 넘겨볼수록 아기자기한 파리의 일상에 매혹된다. 수영하는데 필요한 가방, 썬크림, 커다란 수건, 물놀이 공까지 모두 챙겨서 휴가를 가는 파리. 어떤 비상사태가 일어났고 파리의 휴가지가 어디였는지는 책을 읽어보시길.

그림은 앞에서 설명한 나사들 외에도 구겨진 종이의 감촉, 수건의 거친 질감, 응가의 섬유질과 장난감의 딱딱함까지 잘 느껴져서 재미있다. 게다가 검고 두꺼운 외곽선으로 사물을 감싸서 원색과의 대비감이 뛰어났다.
6살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응가’라면 낄낄대며 웃는 딸과 함께 파리의 휴가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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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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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나씩 따로 놓고 보면 천성적으로 나쁜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일단 무리가 형성되고 상황이 만들어지면 생각지 못했던 용기와 의지, 때로는 만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들은 작게는 왕따에서부터 극단적으로는 전쟁까지 넓은 범주를 아우른다.
나치의 1급 전범이 해외로 도피한 적이 있다. 이 사람은 신분을 위장하여 살아가고 있었는데, 결혼기념일을 기념하여 꽃을 사다가 검거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서 잔인과 냉혹 대신 자상과 친절을 보았다고 했다. 이처럼 무리의 분위기, 군중 심리는 개인의 인성까지 바꿔버리는 가공할 힘을 지녔다.
그런데 전쟁보다 더 무서운 상황은 내전이 아닐까 한다. 같은 나라 안에서 이해 관계가 달라서 생기는 정치적 내전이 있기도 하고, 르완다 내전처럼 인종이 달라서 반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부분적으로는 흑인 노예의 해방을 목표로 한 내전이라고 볼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는 원주민인 아프리카인들과 350년 전부터 이주해온 유럽인, 아시아인들의 계층이 뚜렷하여 생긴 인종 차별이었다. 자연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 경제적 목적에 의한 사람의 사람 지배는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더욱 피를 요구했다. 그렇게 지낸 350년 동안 흑인의 권리는 땅에 떨어졌고 생사마저도 백인 주인의 손에 좌우되는 노예 생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남북전쟁으로 노예가 해방되고도 130년이나 더 지난 후, 넬슨 만델라라는 운동가가 1994년 선거를 통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됨으로써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흑백이 평등한 무지개 나라가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에 실린 7개의 이야기는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10년마다에 걸친 사회 분위기를 이해하기에 족하다. 서문에 실린 것처럼 흑인에 의한 보복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핍박당한 흑인들이, 그간의 상처를 딛고 조금씩 권리를 회복하는 모습은 참 더뎌 보였지만 꾸준했다. 아직도 그 차별은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그것을 내놓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고, 굽히며 살아온 사람들은 그 노예 근성을 없애는 것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맨 마지막 이야기 ‘장벽을 넘어’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서는 해묵은 관습 대신 서로 평등하고 솔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이 다행스럽다.
시민의식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독립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 즉 전근대적인 미망(迷妄)이나 비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려는 생활태도를 말하며, 둘째로는 각자가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입장에서 발언하는 태도, 셋째로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지하는 의식’이라고 네이버 백과사전에 정의된다. 이와 같은 시민의식은 어려서부터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야기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함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시민의식을 가진 청소년으로 키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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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보다 쉬운 성공원칙 9
헨리 클라우드 지음, 마영례 옮김 / 가치창조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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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성공하는 여자는 대화법이 다르다>, <성공하는 10대들의 7가지 습관>, <성공하는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법칙>,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성공하는 여성들의 7 Days 전략> 등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수많은 성공학 서적들이 늘어선다.
모 인터넷 서점에는 국내도서만 해도 2760권이 있을 정도이니, 매일 한 권씩 책을 읽는다고 해도 7년 반이 넘게 걸리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만큼 성공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면 성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성공을 너무 거창하게 여기기 때문이거나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성공만을 성공으로 치부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룸’이다. 여기에는 직업, 인간 관계, 영적인 목표, 그 밖의 여러 영역들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들은 물질적이고 정량적인 성공 원칙보다는 정신적이고 정성적인 원칙들에 더 중점을 두어 설명한다.
실패보다 쉬운 성공원칙 9가지는 각각 찾아내라, 제거하라, 영화를 상영하라, 무언가를 하라, 한 번에 한 가지씩 행하라, 잘 미워하라, 공평하게 경기하지 말라, 겸손하라, 당황하게 만들어야 할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라이다.
간단하고 조그맣고 평범한 항목들이지만, 이 과정들을 제대로 이루어 나간다면 당당하고 계획성있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차근차근 이룰 수 있고 매일매일 조금씩 더 성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잡힌 고기를 주는 대신 고기 잡는 방법을 조근조근 알려주는 듯한 이 책은, 성공하고 나니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쓸쓸한 이야기 대신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그런 모습이 연상된다. 성공의 고지에 곧바로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까지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이야기한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이런 따뜻함을 위해 이 성공원칙들을 조금씩이라도 실천하자고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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