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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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나씩 따로 놓고 보면 천성적으로 나쁜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일단 무리가 형성되고 상황이 만들어지면 생각지 못했던 용기와 의지, 때로는 만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들은 작게는 왕따에서부터 극단적으로는 전쟁까지 넓은 범주를 아우른다.
나치의 1급 전범이 해외로 도피한 적이 있다. 이 사람은 신분을 위장하여 살아가고 있었는데, 결혼기념일을 기념하여 꽃을 사다가 검거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서 잔인과 냉혹 대신 자상과 친절을 보았다고 했다. 이처럼 무리의 분위기, 군중 심리는 개인의 인성까지 바꿔버리는 가공할 힘을 지녔다.
그런데 전쟁보다 더 무서운 상황은 내전이 아닐까 한다. 같은 나라 안에서 이해 관계가 달라서 생기는 정치적 내전이 있기도 하고, 르완다 내전처럼 인종이 달라서 반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부분적으로는 흑인 노예의 해방을 목표로 한 내전이라고 볼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는 원주민인 아프리카인들과 350년 전부터 이주해온 유럽인, 아시아인들의 계층이 뚜렷하여 생긴 인종 차별이었다. 자연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 경제적 목적에 의한 사람의 사람 지배는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더욱 피를 요구했다. 그렇게 지낸 350년 동안 흑인의 권리는 땅에 떨어졌고 생사마저도 백인 주인의 손에 좌우되는 노예 생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남북전쟁으로 노예가 해방되고도 130년이나 더 지난 후, 넬슨 만델라라는 운동가가 1994년 선거를 통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됨으로써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흑백이 평등한 무지개 나라가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에 실린 7개의 이야기는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10년마다에 걸친 사회 분위기를 이해하기에 족하다. 서문에 실린 것처럼 흑인에 의한 보복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핍박당한 흑인들이, 그간의 상처를 딛고 조금씩 권리를 회복하는 모습은 참 더뎌 보였지만 꾸준했다. 아직도 그 차별은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그것을 내놓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고, 굽히며 살아온 사람들은 그 노예 근성을 없애는 것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맨 마지막 이야기 ‘장벽을 넘어’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서는 해묵은 관습 대신 서로 평등하고 솔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이 다행스럽다.
시민의식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독립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 즉 전근대적인 미망(迷妄)이나 비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려는 생활태도를 말하며, 둘째로는 각자가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입장에서 발언하는 태도, 셋째로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지하는 의식’이라고 네이버 백과사전에 정의된다. 이와 같은 시민의식은 어려서부터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야기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함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시민의식을 가진 청소년으로 키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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