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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휴가 ㅣ 알맹이 그림책 6
구스티 글 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7월
평점 :
파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더러운 곳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틈만 나면 앞다리를 비비는 비굴한 모습, 금속성의 광택이 느껴지는 널찍한 등, 모기에 비해 꽤 뚱뚱한 부피감, 앉은 자리에 또 앉고 쫓아내도 금세 그 자리로 돌아오는 끈질김 등, 파리는 여름이 오는 것을 싫어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러나 그런 파리가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 느낌은 달라진다. 반질반질하고 무지개가 비친 듯한 눈, 십자 나사로 만들어진 코, 일자 나사로 만든 더듬이, 가느다란 끈으로 된 웃는 듯한 입에다 비죽이 보이는 조그만 이 두 개. 누가 이 파리를 보며 현실의 파리를 떠올릴 것인가?
‘수영하기 딱 좋은 날. 물속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파리. 그런데, 갑자기…… 앗, 비상사태!’라는 표지의 문구는 파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책표지를 뒤집어서 안을 넘겨볼수록 아기자기한 파리의 일상에 매혹된다. 수영하는데 필요한 가방, 썬크림, 커다란 수건, 물놀이 공까지 모두 챙겨서 휴가를 가는 파리. 어떤 비상사태가 일어났고 파리의 휴가지가 어디였는지는 책을 읽어보시길.
그림은 앞에서 설명한 나사들 외에도 구겨진 종이의 감촉, 수건의 거친 질감, 응가의 섬유질과 장난감의 딱딱함까지 잘 느껴져서 재미있다. 게다가 검고 두꺼운 외곽선으로 사물을 감싸서 원색과의 대비감이 뛰어났다.
6살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응가’라면 낄낄대며 웃는 딸과 함께 파리의 휴가를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