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 행운의 절반
스탠 톨러 지음, 한상복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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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커피가 섞이면 조화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고

사람이 어우러지면 행복과 성취를 만들어낸다 (273쪽)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소중함을 느낀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이가 들수록 또래 친구를 만나기가 어려워지며, 그 만남의 깊이도 일시적이 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 학교 다닐 때에는 그 많던 친구들이 다만 경쟁 상대로 여겨졌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그 친구들과 연락이 되지 않거나, 졸업 이후 살아온 길이 너무 많이 달라져서 더이상 친구가 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상에서 수많은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것에 매달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 동료들에게는 아예 친구가 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행운의 절반 친구>에서는 지금이라도 먼저 친구가 되어 줌으로써 친구를 만들으라고 말한다. 제로섬 게임에서 경쟁 상대로만 친구를 대했으나, 이제는 모두 행복해지는 플러스섬 게임을 하자고 말한다. 여기에서 친구는 동년배 사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배우자, 가족, 선후배, 직장동료, 함께 생활하는 동물에까지 넓어질 수 있다. 

가족 안에서도 아주 외로웠고,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따돌림을 당했던 조, 그는 지금 연인과도, 회사의 같은 팀 내에서도 인간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 우연히 들른 커피숍에서 맥이라는 커피숍 주인을 만나게 되고, 그가 제공한 공짜 커피와 쿠폰 덕분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뭔가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속셈으로 계속 접근한다. 그에게는 밀려드는 청구서와 브로커에게 정보를 사면서 진 빚이 많았으니까.
그러다가 아무런 대가 없이 친구처럼 대해주는 맥에게 감동하고, 결국 그 감동과 기쁨을 부서 사람들에게 나누기 시작한다. 삐걱대던 연인과도 아주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한다. 성과급에 목매달던 그는 이제 부하 직원의 취미 생활에 대한 관심, 개인적 어려움에 대한 배려, 사심 없는 기회 부여 등 진정한 친구로 바뀐다.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다시 생각하면 얼마나 쉽고 행복한 일이랴.
우화 형식의 책들이 다 그렇듯 너무 술술 풀리는 일들과 절묘한 타이밍의 우연들이 조금은 아쉽지만, 조에게 감정 이입을 해 가면서 읽었기에 참 따뜻하고 행복한 결말이었다.

어렸을 때로 돌아가 보자. 내가 학교에 다니던 때만 해도 수험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중학생 때라면 참 좋겠다. 좋은 것은 서로 나누고 선생님 흉도 같이 보고 맛있는 것도 나눠 먹으면서 별 것 아닌 일에도 함께 웃었던 친구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따뜻하고 친밀한 일터, 오손도손 화목한 커뮤니티, 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가족, 가끔씩 챙겨주는 선후배가 되도록 노력한다면, 예전에 전부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잃었으나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조처럼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 곁에는 6살배기 친구가 자고 있다. 내일 아침에는 이 친구를 부드럽게 깨우는 일부터 시작해서 회사에서 만나는 친구들, 온라인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먼저 미소띤 인사를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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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
심봉희 옮김, 예안더 그림 / 예림당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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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 적이 있다. 자전거는 타고 싶은데 키가 작아서, 안장에 엉덩이를 걸치지 못하고 페달에 서서 탔던 적, 다른 아이들의 아동용 자전거가 부러웠던 적, 사 달라는 말은 못하고 내내 옷자락을 잡아 뜯으며 눈치만 보았던 적.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자전거를 몇 대라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가 보다.
 
** 글 **
새 자전거를 갖고 싶은 아이는, 할아버지의 요술 램프에 새 자전거를 빨리 가지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 지금은 아이에게 너무 큰 짐자전거를 힘들게 타고 다니는 상태. 책 전반에 걸쳐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 점과, 어머니가 밤 늦게까지 일해도 형편이 어렵다는 점을 보면 아버지가 안 계신 아이인가 보다.
3등 안에 들면 자전거를 사 준다는 엄마와의 약속대로 국어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지만, 맨발로 학교를 다니는 것을 불평했으나 어느날 다리 없는 거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되었다는 엄마의 말씀에 마음을 돌린다. 
대신 새 크레용을 사고 자전거에는 새로 칠을 하였으니, 표지에 나오는 자전거와 연, 강아지의 그림은 아이가 새 크레용과 새로 칠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다. 새 자전거를 그린 연이 끊어지고 대신 어른이 되고 싶다는 세 번째 소원을 비는 아이, 이 아이에게는 어떤 미래가 그려질지 궁금하다.
 
** 그림 **
밑그림이 그대로 드러나는 수채화 톤의 그림에는 정겨운 아이들의 모습, 으리으리한 빌딩이 아니라 나지막한 주택들이 등장한다.
목에 보자기를 두르고 집에서 머리를 깎는 모습, 집에서 재봉틀로 일하는 엄마, 모두 불이 꺼진 건물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단층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아이의 구멍 뚫린 양말 등에서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이 눈에 들어온다.
노란 얼굴과 익숙한 생김새, 벼가 심어진 논 등은 참 낯익지만, 사당처럼 보이는 '봉천궁'과 간간이 보이는 야자수 비슷한 나무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받는다.
10년간 만화 영화를 제작했던 예안더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거라서 그런지 그림이 비주얼하고 한 편의 만화 영화를 본 듯했다.
 
** 소감 **
마음에 드는 것, 낮에도 꿈을 꿀 정도로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을 참아내는 것은 이미 어른인 내게도 쉽지 않다. 울며 불며 떼를 쓰기에는 좀 많은 나이여서 그런가, 엄마의 설득에 마음을 돌리고 현실을 좀더 낫게 바꾸고자 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대견하다.
50쪽이 넘지만 글이 많지 않으므로, 여섯 살 아이에게도 어렵지 않게 읽혔다.
패배 의식이나 열등감 대신 아이가 밝고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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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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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잘 알려진 여러 코미디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유명한 매일 연속극 '센트 셰리' 등 텔레비전 시리즈의 작가라고 소개된 니콜 드뷔롱을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로 처음 만났다.

'남자가 어두운 표정으로 썩은 동태눈을 하고 당신에게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라는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는 그는, '당신' 티틴과 '남자' 알렉상드르 사이의 투닥거림과 사랑과 소소한 생활 이야기를 재미있게 펼쳐 놓는다. 

회사에서 나이를 이유로 정리해고당한 50대의 남자와 38년째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당신.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일상이 갑자기 붕괴되면서, 이들 사이에는 삐걱거림이 시작된다. 특히 당신은 오전에 영감이 솟구쳐 올라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였기 때문에, 남자의 행동과 간섭은 그만큼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최대한 배려하는 말과 행동은 - 마음속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 참으로 존경스러운 경지이다. 자신이 흥미로운 것에는 몰두하면서 그렇지 않은 것에서는 정말 뺀질대고,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아이 같은 남자의 모습에는 나부터 화가 나지만, 삼십팔년 간의 결혼 생활은 그저 명목상의 시간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당신'이라는 호칭과 1인칭 시점, 전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재 시제 등이 조합되어 지금 당장 내 앞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면서도, 조금은 거리를 둔 3인칭의 존재인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당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경박하면서도 긍정적인 생각들이 참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가 쓰고 있는 추리소설이 '여자의 오른손을 깨끗이 절단하고 시체를 훼손하는 연쇄살인범'을 다룬 것이라서 우스운 현실과 더욱 대조된다.
수많은 나라의 말로 외치는 '제기랄'들 - 스라즈네 (세르비아어), 보예 (말리어), 워이 (우오로프어), 파익 카아나 (벵골어), 뷔브노 (폴란드어) 등 - 은 또 어떻고.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의 작가이기 때문인지, 눈에 선하도록 묘사하는 것이 능숙하다.
이들을 둘러싼 관리인, 딸들과 손주, 시부모, 소방관, 친구들까지 모두 특이한 사람들이라서, 프랑스에서는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작가 자신의 모습일 듯한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며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다도시 씨의 '울랄라'를 듣는 듯한 경쾌한 소설이었다.

추신. 각 챕터마다 사용된 흑백 사진들은 마치 영어 시험인 TOEIC에서 듣기 시험 파트 1에 나오는 그런 사진들처럼 아주 낯익으면서 조금은 생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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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에도 여자의 인생은 짧다
김혜영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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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김혜영씨는 이문세씨와 함께 MBC에서 수여하는 골든 마우스를 수상하였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을 2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수여되는 이 상의 수상자는 지금까지 이종환, 김기덕, 강석 등 세 명이다.

김혜영 하면 억척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가끔 점심에 외출할 때면 FM 95.9로 맞춰둔 라디오에서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가 흘러나오는데, 아주 괄괄한 목소리에 다양한 음성 변조, 조금은 연배가 있는 분들이 보낸 사연 소개와 전화 데이트까지, 참 예스럽고 정겨우면서 약간은 시대에 뒤처진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그처럼 내게 라디오의 DJ로만 존재하는 김혜영씨가 쓴 이 책은, 행복론, 성공론, 부자학, 자녀교육, 살림 이야기까지 그의 프로그램만큼이나 참 다양하고 싱글벙글 웃음이 묻어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는 대학교 1학년때 코미디언으로 방송계에 들어와 지금까지 21년째 방송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관계로 아주 바쁘고 힘들게 살아왔는데, 이제 돌이켜 보니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런 바쁨과 어려움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책 전반에 걸쳐 하고 있다.
정오부터 2시까지 생방송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들을 병행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바쁘다. 이런 바쁨과 낙관과 열정은 약이 없다는 사구체 신우염도 극복하게 했으니, 그는 바쁘게 살 팔자인가 보다. 목적 없이 마음만 바쁜 그런 삶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 챙겨가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가며, 자잘한 행복을 추구해 가며, 성공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자부심을 가지며, 엄마다운 엄마가 되어 살고 있으니, 직장 다니면서 아이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의 둘다 흐지부지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그래, 행복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어떻게 살아가기로 마음먹는가에 따라 우리 인생은 행복해질 수도 지루하고 불행해질 수도 있다. 김혜영씨처럼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웃는" 그런 향기로운 사람이 되도록 생각을 바꾸어야겠다. 잔잔히 웃고 있는, 맨발의 표지사진처럼 편안한 그의 목소리가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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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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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레게'라는 단어를 들어본 기억은 가수 김건모였을 것이다. 2집인가 레게머리를 하고 나와 '첫인상'을 부르던 김건모의 모습은, 특이한 리듬과 함께 레게가 그런 것인가 보다 생각하게 했다. 물론 더이상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음악을 장르별로 구분하며 듣기에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워낙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 말리'라는 이름도 사실 이번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 더구나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라는 부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4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에 기대가 많았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밥 말리의 성장 과정은 아주 평범하고 빈곤하여, 그 당시의 흑인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자신의 정체성, 지향해야 할 바를 찾던 밥 말리는 흑인의 자존감 회복이라고 할 수 있는 라스타파리에 가입하게 되고, 그를 바탕으로 하여 차별과 소외에 저항한다. 흑인운동을 했던 외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 생존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와 그가 남긴 말들과 그가 만들어낸 노래 가사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그의 전기는, 당시의 사회상과 그의 라이벌들, 세계 음악의 흐름까지 모두 실어놓은 방대한 자료집이다. 그리고 음반 제조업자와 클럽 등 가수 뒷면의 언더그라운드 세계도 흥미로웠고, 밥 말리의 발전상도 일관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밥 말리의 생애와 영향력을 보면서 나는 아일랜드의 록그룹인 U2를 내내 생각했다. 인권이나 마약, 사회보장제도, 부채 탕감의 필요성 등을 꾸준히 주장해 온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높아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U2의 리드보컬인 보노는 "대중스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델 제시","대중스타 사회 참여에 대한 참된 모델"이라는 뉴욕타임즈 등의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밥 말리가 어쩌면 U2의 선배일지도 모르겠다.
밥 말리라는 개인은 자기중심적이기도 하고 많이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음악과 주장은 아직도 살아남아,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끝까지 읽어내기 쉽지 않았으나, 흑인에 대해, 레게에 대해, 음악의 역할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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