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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처음 '레게'라는 단어를 들어본 기억은 가수 김건모였을 것이다. 2집인가 레게머리를 하고 나와 '첫인상'을 부르던 김건모의 모습은, 특이한 리듬과 함께 레게가 그런 것인가 보다 생각하게 했다. 물론 더이상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음악을 장르별로 구분하며 듣기에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워낙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 말리'라는 이름도 사실 이번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 더구나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라는 부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4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에 기대가 많았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밥 말리의 성장 과정은 아주 평범하고 빈곤하여, 그 당시의 흑인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자신의 정체성, 지향해야 할 바를 찾던 밥 말리는 흑인의 자존감 회복이라고 할 수 있는 라스타파리에 가입하게 되고, 그를 바탕으로 하여 차별과 소외에 저항한다. 흑인운동을 했던 외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 생존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와 그가 남긴 말들과 그가 만들어낸 노래 가사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그의 전기는, 당시의 사회상과 그의 라이벌들, 세계 음악의 흐름까지 모두 실어놓은 방대한 자료집이다. 그리고 음반 제조업자와 클럽 등 가수 뒷면의 언더그라운드 세계도 흥미로웠고, 밥 말리의 발전상도 일관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밥 말리의 생애와 영향력을 보면서 나는 아일랜드의 록그룹인 U2를 내내 생각했다. 인권이나 마약, 사회보장제도, 부채 탕감의 필요성 등을 꾸준히 주장해 온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높아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U2의 리드보컬인 보노는 "대중스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델 제시","대중스타 사회 참여에 대한 참된 모델"이라는 뉴욕타임즈 등의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밥 말리가 어쩌면 U2의 선배일지도 모르겠다.
밥 말리라는 개인은 자기중심적이기도 하고 많이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음악과 주장은 아직도 살아남아,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끝까지 읽어내기 쉽지 않았으나, 흑인에 대해, 레게에 대해, 음악의 역할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