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적이 있다. 자전거는 타고 싶은데 키가 작아서, 안장에 엉덩이를 걸치지 못하고 페달에 서서 탔던 적, 다른 아이들의 아동용 자전거가 부러웠던 적, 사 달라는 말은 못하고 내내 옷자락을 잡아 뜯으며 눈치만 보았던 적.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자전거를 몇 대라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가 보다.
** 글 **
새 자전거를 갖고 싶은 아이는, 할아버지의 요술 램프에 새 자전거를 빨리 가지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 지금은 아이에게 너무 큰 짐자전거를 힘들게 타고 다니는 상태. 책 전반에 걸쳐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 점과, 어머니가 밤 늦게까지 일해도 형편이 어렵다는 점을 보면 아버지가 안 계신 아이인가 보다.
3등 안에 들면 자전거를 사 준다는 엄마와의 약속대로 국어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지만, 맨발로 학교를 다니는 것을 불평했으나 어느날 다리 없는 거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되었다는 엄마의 말씀에 마음을 돌린다.
대신 새 크레용을 사고 자전거에는 새로 칠을 하였으니, 표지에 나오는 자전거와 연, 강아지의 그림은 아이가 새 크레용과 새로 칠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다. 새 자전거를 그린 연이 끊어지고 대신 어른이 되고 싶다는 세 번째 소원을 비는 아이, 이 아이에게는 어떤 미래가 그려질지 궁금하다.
** 그림 **
밑그림이 그대로 드러나는 수채화 톤의 그림에는 정겨운 아이들의 모습, 으리으리한 빌딩이 아니라 나지막한 주택들이 등장한다.
목에 보자기를 두르고 집에서 머리를 깎는 모습, 집에서 재봉틀로 일하는 엄마, 모두 불이 꺼진 건물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단층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아이의 구멍 뚫린 양말 등에서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이 눈에 들어온다.
노란 얼굴과 익숙한 생김새, 벼가 심어진 논 등은 참 낯익지만, 사당처럼 보이는 '봉천궁'과 간간이 보이는 야자수 비슷한 나무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받는다.
10년간 만화 영화를 제작했던 예안더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거라서 그런지 그림이 비주얼하고 한 편의 만화 영화를 본 듯했다.
** 소감 **
마음에 드는 것, 낮에도 꿈을 꿀 정도로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을 참아내는 것은 이미 어른인 내게도 쉽지 않다. 울며 불며 떼를 쓰기에는 좀 많은 나이여서 그런가, 엄마의 설득에 마음을 돌리고 현실을 좀더 낫게 바꾸고자 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대견하다.
50쪽이 넘지만 글이 많지 않으므로, 여섯 살 아이에게도 어렵지 않게 읽혔다.
패배 의식이나 열등감 대신 아이가 밝고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