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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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티벳의 고원, 오체투지로 성지까지 순례하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가시가 박힌 채찍으로 자신의 벗은 등을 후려쳐서 끊임없는 고통을 겪으며 스스로 깨어 있음을 확인하는 순례자들도 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성지를 순례하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하는 이도 꽤 많으니, 외국에는 그런 성지와 종교의 관습이 면면히 이어지는 모양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삼보일배三步一拜로 속죄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있으니, 길을 가는 방법에 따라 길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독일의 코미디언, MC, 카바레리스트 등 만능 엔터테이너인 하페 케르켈링이 2001년 6월 9일부터 7월 20일까지 42일간 600킬로미터의 야고보 길을 걸으며 만났던 사람들과 생각과 고통과 깨달음에 대해 적은 글이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50킬로미터 정도라고 하니 야고보 길의 길이에 대해 짐작이 어렴풋이 간다.
프랑스의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야고보 길은 캔터베리에서 로마까지의 프란치제나 길과, 예루살렘으로 가는 순례 행로와 더불어 가톨릭의 3대 순례길에 속한다고 한다. 땅 속에 흐르는 힘의 혈관과 에너지 길이 야고보 길 전반에 걸쳐 은하수와 평행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진다는 켈트 족의 전설도 있단다.
이베리아인들의 유명한 선교사인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다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진 이 길은 이처럼 유명하기 때문에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동기와 목적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자주 부딪히지만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 자신의 시각으로만 남을 보는 사람 등 오래고 고된 걷기에 지친 사람들은 본능적이고 적나라한 모습을 보인다. 낮에는 한여름처럼 뜨겁고 저녁에는 추운 사막 기후.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은, 더구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며 그만큼 깊어진다는 것일 게다.
코미디언, MC, 카바레리스트로서의 하페 케르켈링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생각과 행동과 말들이, '인간극장'이라는 우리나라 프로그램처럼 피부에 와닿을 것이다. 그래서 2년 연속 베스트셀러에다 2백만 부가 판매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냥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으로만 여겨졌다. 42일간 600킬로미터. 그리 힘들지 않게 생각되는 이유는 그의 여유 때문이었을까.
자세한 풍경 묘사와 심리 묘사와 인물 묘사 덕분에 나도 함께 야고보 길을 걷다 온 느낌이 든다. 다음에 걷게 된다면 좀더 성실하고 몰입하여 걸어 보아야겠다.
- 알라딘 서평단의 일원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어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