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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반전이 있는 책에 대한 서평을 쓰기는 쉽지 않다. 결과를 언급하지 않고는 과정을 설명하기 어려우며, 결과를 언급하면 책을 읽을 마음이 떨어진다는 것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결과를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기욤 뮈소에 대해서는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라는 책을 통해 이름을 많이 들었다. 책 속날개에 나온 저자 소개를 보니 1974년생, 30대 초반이며, 지금까지 낸 4권의 책이 모두 1백만 부 이상 팔려서 대단한 성취를 거두었다고 했다. 우리나라 문학계에서도 30대 작가들이 많이 눈에 띄는 상황에서, 기욤 뮈소의 책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렇게 찬사를 받는지 확인하고픈 생각도 하면서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잡은 결과는? 잡은 자리에서 2시간 내내 손을 놓지 못하고 책을 읽어낼 정도로 흡인력이 있었다.
표지 그림을 보자. 어떠한 힘으로도 절대로 흐름을 바꿀 수 없는 인간 운명의 법칙, 출생, 죽음, 환생이 이어지면서 모든 업보가 영원히 되풀이된다는 법칙을 뜻한다는 '법의 바퀴' 위에 라일라, 에비, 앨리슨이 앉아 있다. 밝지 않은 표정들은 이들이 처한 상황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보다.
실종된 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포기한 마크, 마크와 절친한 친구이자 크나큰 상처가 있는 정신과의사 커너, 라스베이거스 근교의 공터에 세워둔 카라반 트레일러에서 간암환자인 엄마와 둘이 살아온 에비, 할리우드의 트러블메이커인 패리스 힐튼이나 린제이 로한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앨리슨 해리슨 등 등장 인물의 삶은 꽤 다양하다.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각 인물들의 플래시백(회고)을 통해서, 그리고 출신과 사는 곳이 전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서로 같은 자리에 서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교한 장치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 중에는 우연이 너무 많아서 현실감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결말 덕분에 그런 우연이 거슬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310페이지라는 길지 않은 분량이 34개의 플롯으로 나뉘어져 있고, 시각적 묘사가 충실하기 때문에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 소개글에는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해자와 피해자, 상처를 입힌 자와 상처받은 자들은 서로 화해와 용서를 통해 삶을 어둠 속으로 이끄는 상처를 극복해간다'는 구절이 나와 있다. 이 구절처럼 정확한 책 소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프랑스 영화만큼이나 프랑스 소설도 난해할 거라 지레 짐작했으나, 그 짐작을 깨고 쉽게 읽히며 대단한 반전까지 준비했던 기욤 뮈소의 책 <사랑하기 때문에>,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이어지던 여운만큼이나 기욤 뮈소의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