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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격의 심리학 -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놀라운 여행
리타 카터 지음, 김명남 옮김 / 교양인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 가요 <가시나무새> 중에서
살다 보면 내 속에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들어 있음을 문득문득 느낀다. 회사일에, 아이 키우기에, 남편 보좌에, 며느리로 딸로, 인터넷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참 다양한 국면으로 활동하다 보니 각각의 역할마다 다른 모습이 등장한다.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던 다중인격자 <빌리 밀리건>처럼 24개의 서로 다른 인격이 서로를 밀어내려고 투쟁하며 존재할 정도는 아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비치도록 노력하지만, 거의 항상 내 욕심이 우선하여 딸내미는 차선에 두는 등 일관성은 없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인격처럼 보이는 것이 한 사람 안에 존재함은, 다중인격장애나 해리성인격장애가 아니라 어쩌면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영국의 과학,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인 저자 리터 카터는 <다중인격의 심리학> (2008, 리타 카터 지음, 교양인 펴냄)에서 사람들 안에 숨어 있는 보조 인격들을 세상으로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더 다양한 자신을 파악하고 그 인격들 사이의 그물망을 강화함으로써 더 나은 자신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격'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일관되고 특징적인 방식'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한 사람 안에 여러 인격이 존재하는 것이 전혀 비정상적이지 않다. 어려서 겪은 특정한 경험, 살아가는 문화의 차이, 기대되는 방식과 억압의 정도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주 인격 외에도 보조 인격들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저자는 이런 보조 인격이 다중인격의 얼터 에고(alter ego)와 다른 점을 설명한다. 얼터 에고는 서로간에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배타적인 자아들이라면, 보조 인격은 비활성화될 경우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기억과 경험이 공유됨으로써 한 사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 저자는 1장에서 이런 다중성에 대한 여러 사례들과 진단법, 치료 기술 등을 설명하면서 그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한다.
2장에서는 독자들이 실제로 자신 안에 있는 인격을 알아볼 수 있도록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증이라는 다섯 특질에 따라 자신을 평가하는 인격 바퀴 그리는 방식을 설명한다. 그렇게 도출된 각각의 보조 인격 유형을 설명하고 자주 하는 말과 하는 일, 강점과 약점, 이 인격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 그 유형의 특성이 잘 설명된 사례가 차례대로 나온다. 각 인격들을 이해했다면 마지막으로는 이들 사이에 대화를 통해 변화시키고 융합하고 문제 인격을 돕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결과적으로 꼭 있어야 할 보조 인격을 만들어내는 방법까지 설명한다.
지금껏 회사 업무상의 교육에서 MBTI나 DISC 등의 방법을 통해 내 성향과 그 장단점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DISC는 무의식의 나와 의식적인 나를 구분함으로써 의식적인 내 모습보다는 무의식적인 나에게 집중하도록 설명했다. <다중인격의 심리학>에서는 DISC의 무의식적인 나보다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보조 인격들이 설명된다. 쉽지 않은 책에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생소했지만, 다양한 보조 인격들의 하모니를 통해 지금보다 발전할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내 안의 나들에게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언젠가 한가로운 오후 조용한 곳에서 솔직하게 내 안에 침잠하는 시간을 가져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