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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데이비드 제롤드 지음, 정소연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2008, 데이비드 제롤드 지음, 황금가지 펴냄)라는 책 제목을 듣고 처음에는 SF 소설인가 하고 생각했다. '스타 트렉'과 '환상 특급' 등 텔레비전 드라마의 작가로 인기를 얻었고, 미국 최고 권위의 SF상인 휴고 상과 네뷸러 상을 모두 수상한 저자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과 동시대의 작가라고 하니 꽤 오랜 경력과 저력을 지닌 작가이다. 부끄럽게도 그의 작품을 이것으로 처음 접한다.
한 남자를 사랑했다가 갑자기 사고로 그를 잃어버린 '나', 데이비드는 40대가 되어서 아들을 입양하기로 결정한다. 그 이유는 홀로 죽고 싶지 않아서, 기억해 줄 사람 하나 없이 떠나고 싶지 않아서. 내가 쓴 많은 글들 뒤에 진짜 인간이 있음을, 바로 아빠가 있음을 누군가 알아주길 원했던 것.
독신 가정에다 동성애자인 나는, 그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로스앤젤레스의 힐튼 공항에서 열린 '전미 입양 가족 박람회'에서 사진첩 맨 끝 사진으로 만난 남자 아이, '화창한 가로수 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람에 금발이 헝클어졌고, 눈은 안경 너머로 별처럼 반짝였으며, 표정은 쾌활하고 상쾌한' 8살짜리 데니스에게 운명을 느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약물 남용에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1살 반에 버림받았고 8년 동안 여덟 군데의 보육 시설을 전전하면서 과잉 행동 장애와 공격적인 성향으로 기피 대상이 되어 있었다. 더구나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믿는다.
이런 데니스를 데려다 바다와 같은 아빠의 사랑을 전해 줌으로써, 마침내 데니스가 오랜 트라우마를 벗고 마침내 진정한 아들이 되는 것이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의 내용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지구에 혼자 떨어진 화성인의 마음으로 아이가 살아간다는 것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일까. 다양한 보육 시설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양육자들의 학대에 맞서려고 두텁게 쌓았던 불신과 자기 방어의 벽이, 끝없이 인내하고 이해하고 안아 주고 사랑을 전해 주는 아빠의 사랑 안에서 조금씩 허물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참 따뜻했다.
생전 처음 겪는 경험 앞에서 많이 생각하고 많이 알아보고 많이 고민하는 바탕에 최대한 데니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했던 데이비드의 모습은, 온전한 가정의 부모도 쉽게 할 수 없는 최고 아빠의 경지라고 느껴진다. 데니스는 결국 엄마가 없이 성장하게 되었지만, 열 엄마 부럽지 않은 아빠 덕분에 세상에 나갈 힘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기대하고 펼친 책에서 '인간시대'를 본 느낌이다. 책 뒷편에 실린 홀트 아동 복지회 성남 사무소 소장이신 이수연 님의 입양 관련 글도 그런 느낌을 연장시킨다.
어둡지 않게 입양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한 책,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책으로 휴고 상과 네뷸러 상을 연이어 수상했다는 이력과 함께 올 겨울 추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읽어보면 좋겠다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