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독특한 포즈, 잔뜩 몰입한 얼굴, 올백으로 묶은 꽁지머리, 풍부한 표정의 손. 검은 바탕 위에 흑백 사진으로 등재된 저자 조윤범은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한다. 책 표지 속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면 음악 뿐만 아니라 글솜씨, 디자인, 컴퓨터 실력, 영화, 역사, 철학에도 조예가 깊다고 하니, 가히 클래식 음악계의 기린아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2008, 조윤범 지음, 살림 펴냄)은 예당아트TV에서 강의 쇼로 진행한 프로그램들의 대본과 같은 책인가 보다. 저자는 서문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부담을 이제는 내려 놓으라고 말한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이 어려워진 것은 음악을 만들어낸 공급자인 작곡가, 음악을 듣는 소비자인 관객 사이에서 마케터 역할을 하는 연주자들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작곡가들의 멋진 선물인 클래식 음악을 관객들에게 잘 설명하여 대중화하는 것이 바로 연주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상품, 즉 클래식 음악과 그 작곡가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저자는 현악사중주단의 멤버답게, 네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소나타 형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하이든으로부터 시작된 소나타 형식은 음악의 기승전결과 같다. 제1악장 너무 빠르지 않게 (바로크에서 고전파), 제2악장 빠르고 유쾌하게 (낭만파), 제3악장 감정을 담아 느리게 (근대음악), 제4악장 힘차고 웅장하게 (현대음악)으로 나뉘어진 이 책에서는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을 담았다.
작품 제목 또는 번호와 작곡가를 매치하여 외우던 학창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 한 작곡가의 삶과 동시대를 살아간 작곡가들의 연결을 읽는 것은 참 재미있다. 콰르텟엑스에서는 작품 번호로만 존재하는 곡들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해 오고 있다는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감성으로 덧붙여진 이름은 좀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특히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고도 소개된 저자의 경험에 따라 클래식 음악들이 삽입된 영화, 드라마, CF 등을 소개함으로써, 지금껏 무심히 들어넘긴 것이 클래식 음악이었음을, 그처럼 클래식 음악이 쉽게 다가올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암기가 아닌 이야기는 재미있다. 작곡가와 가족, 그를 잘 이해한 연주자, 그 작품을 이용한 공연 등 관련 시각 자료들이 풍부해서 눈이 즐겁다. 그가 재미있는 이름으로 소개한 곡들은 찾아서 정말 그런 느낌을 나도 받을 수 있을지 들어보고 싶다.
그의 설명은 재미있었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켰지만, 마음 먹고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면 악기와 화성에 대한 무지 때문에 아마 또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때 다시 이 책을 펴 들면서 작곡가의 숨결을 느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