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쓸모 - 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지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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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파테크가 대세다.

뭐 남일인양 여기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가

실파 몇뿌리를 유리병에 담아봤다.

그나마 흙은 부담스러워

물에 담가두었을 뿐인데

혼자 어찌나 쑥쑥 자라는지...

무서울 지경이다.


먹을 것이 자란다는 뿌듯함보다는

애써 자라나는 얇디얇은 풀뿌리의 생명력에

저절로 매일 물을 갈아주는 일에 성실해진다.

지금까지 화분을 들여 자라는 꼴을 보지 못했다.

패배감 같은 것이 자리잡아서

내 집에 식물은 없다고 생각한지 오래다.

그런데 이 파뿌리가 열심히 자라주는 덕에

내가 그렇게 엉망은 아닌가보다

라는 위안이 생겼다.

이런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쁘게 가꾸어진 정원이 주는 기쁨이 오죽할까.


[정원의 쓸모]는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치료가인 저자가

30년간 정원을 가꾸며

식물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적은 책이다.

푸른 나무나

빨갛고, 노랗고, 하얗게 빛나는 꽃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단순한 심리적 변화를 감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뇌세포 미치는 영향, 진화론에 입각해 인간이 정원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 등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정원을 가꾸는 행위가

우울, 공황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변화시킨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내 주변에 정원까진 못해도

푸른 생명 하나쯤을 들이는 일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다.

특히나 몸을 움직이며 얻게되는 직접적인 효과나

결과에 따른 만족감 등은 너무나 가시적이고 즉각적이라

정원과 먼 삶의 반경이 원망스러워지기도 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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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난생처음 시리즈 4
이경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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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간질간질 연애편지가 따로 없다. 


구원의 천사라고 불리우는 첫 편집자를 만나는 과정과

첫 책을 내는 과정, 두번째 책의 구원자가 되어주는 시간들을 

되집는 글 속에서 

작가는 편집자에게 정말, 홀딱 사랑에 빠진 사람같다. 


(막상 두번째 구원의 천사를 향한 애정의 세레나데는 좀 

적은데..

아무래도 직접 그 세레나데를 읽을 당사자라는 것이 

분량과 농밀함의 차이를 만든 것일까?)


어휴~ 손이 오그라드는구나... 싶다가도

1만자의 메일로 내 글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내 글이 좋다고 말해주고 

내 책에 가득히 포스트잇을 붙여 나타나는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 밖에 ...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부러워진다. 

나도 그런 편집자 만나고 싶다. ㅎㅎㅎ

그래, 이 책은 부러우라고 쓴 책이다. 

자랑하려고 쓴 책이다. 

뭐....난생 처음 시리즈의 취지가 그런 것이겠이나. 

특별히 이경 작가의 난생 처음은 각별히 부럽다. 


벌써 3권째의 책을 내는 것이니 

처음도 아니건만 

처음의 기억을 더듬어 설레는 마음을 담뿍 담아놓으니

정말 좋았겠다. 싶은 거다.

그리고 아~ 책 만드는 일이, 글 쓰는 일이 이렇게 

설레는 일이구나 싶어지고. 


하지만 세상 순탄한 러브스토리는 없듯이 

구원의 천사를 만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첫 책은 예순여섯 곳, 두번째 책은 스물네 곳, 세번째 책은 스무군데의 출판사에 투고해서

책이 되었다. 


그렇게 만난 편집자이니 얼마나 이쁠까.. ㅎㅎㅎ

사랑할 수 있는 편집자를 만나기 위한 

작가의 분투를 보고 있자면 

이 사랑 응원해주고 싶다. 


사기와 다르지 않은 제안을 하거나

내 글을 인정하기 보다는 누군가의 것으로 뜯어고치는 걸 

주저하지 않는 등...

험난한 편집자 맞선 시장을 헤치고 만난 귀한 상대인 것이다. 


이 염장지르는 자랑글을 읽다보면 

책을 내는 과정이라거나 

투고하는 요령 (자신의 투고 원고도 첨부해놓았다.)

등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팁도 담겨있다. 

챕터마다 달려있는 에디터의 첨언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팁을 담고 있다. 


잡을 동아줄 하나없이

어떻게 꿈을 꿔야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팔자좋은 사람의 자아실현 자랑같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기 몫의 고난을 

지니고 극복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니 억지로 앉은 자리를 

끌어내리지 말자.


그리고, 난생 처음 내 책을 가졌던 작가의 기쁨을 나눠받아 

기운을 채워보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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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채
대풍괄과 지음, 강은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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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리 아리따운 남성분께서 표지를 장식하고 계심에도

그저 중국발 로맨스물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작가소개를 읽는데

[선협BL을 대표하는 진강문학성 1세대 인기 작가] !!!

두둥! 뭐야! BL이였음?!

근데 중국에서 BL해도 괜찮음? 안 잡혀감?

라는 시대착오적이며 어딘가 차별적인 생각이 뿜뿜하는 것도 잠시.

오랜만인데~ 라는 반가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10년이 넘은 초인기작이라는데

막 자극적이지 않고 (19장면 등은 아주 소프트하게 처리된다.)

순애보같은 감수성이 흐른다.

초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자극적인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는 해도

결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착한 이야기더라구.

중국 신선 체계를 배경으로

인물들이 활동을 하기도 하고

고전 시대이다보니 단어같은 게 익숙치 않은 순간이 종종 발생했는데

간단한 주석도 달려있어서 큰 무리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외로운 나새의 운명을 선고받은 송요원군.

우연히 떨어진 선단이 들어간 만두국수를 먹고 신선이 되었다.

속세에서처럼 선계에서도 여유자적한 나날을 보내는 중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남남스캔들을 일으켜 선계에서 쫓겨 인간으로 환생한

남명제군과 천추성군에게 사랑의 시련을 내리려 인간의 몸을 빌려 내려간다.

송요원군 딴에는 천추성군을 괴롭히는 것 같지만...

(그니까 괴롭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왜

내 사랑을 받아다오 라는 말이냐.)

나름 살뜰하게 챙기게 되는데...

송요원군을 돕겠다며 내려온 형문청군은 농담처럼

천추성군에게 마음이 가는 것 아니냐며 송요를 쿡쿡 찔러댄다.

하지만, 선계 생활 내내 마음 속에 형문청군을 품어왔던

송요는 정말 농담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

여기에 형문청군에게 홀딱 반한 여우에

천추성군을 데려가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남명제군까지

얼키고 설키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남남 사이의 애정이 문제가 되는 건가 했더니

선계에서는 사사로운 감정을 나누면 안된다는 구려....)

사실 이 인연의 한 쪽 끝에는 송요가 엮여있었다.

전생부터 이번 생까지 이어지는 운명의 끈.

바꿀 수 없는 것이 운명이라고 여겨지던 것을

송요는 소멸을 작정하고 끊어내고

몇 번의 생을 반복해서 다시 신선이 되어

자신이 사랑했던 단 하나의 사랑을 찾아간다.





이 아리따운 4명의 남자들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몇 번을 반복하는 생의 인연들이 꽤나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고

미묘한 감정을 잘 다루는 이야기라 읽는 재미가 꽤 괜찮다.

디테일도 풍성한 편이라

자칫 사랑하는 사람들의 감정 타령으로 흘러가 지루해지는 오류도 없었다.

세상만사 골치아픈 일을 제껴둘 수 있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고픈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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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오리 인쇄소 키다리 그림책 57
카테리나 사드 지음, 신수진 옮김 / 키다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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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딴 농장이 주인을 잃었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주인공은

주인을 잃은 농장에서 살아가는 오리들입니다.

자신들을 돌봐주던 주인이 사라져버리자

걱정이 태산이네요.

뭘 먹고 살지?

글씨를 익혀서 자신들을 돌봐줄 사람을 찾는 광고문을 내걸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요.

블루베리를 잔뜩 으깨서 글씨를 써보려고 하는데

여기저기 잔뜩 어지러질 뿐.

그때! 지나가던 고슴도치가 오리 발자국이 찍힌 담요를 발견합니다.

이 사건이 오리 친구들의 운명을 108도 바꿔버립니다!


보살핌을 받아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오리들이

우연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자립하는 이야기인

이 그림책은

부모님의 품을 떠나 낯선 장소에 가야할 친구들이 보면 좋겠다.

낯선 환경과 만남은

있는지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게 해주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걱정 마. 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내용도 귀엽지만 이 책의 장점은 완전 그림이다.


주인이 떠나가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너부러져서 걱정하는 오리들이 나오는 장면인데...

오리들은 걱정스럽겠지만

너무 귀염귀염한 게 이 모습이 찍힌 담요를 가지고 싶어진다.

폭신폭신할 것 같아!


그외에도 매 페이지가 넘넘 포근한 느낌으로 그려져 있어서

소장욕이 막막 솟아오른다.

사진으로 전달이 되지 않는 그림의 느낌을 꼭, 직접보고 전달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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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신서경 지음, 송비 그림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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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봤을 때 우와! 진짜 신박하다. 라며 흥미가 만땅 차올랐다.

지구 멸망이 일주일 남은 순간

마지막으로 먹고싶은 걸 먹으려는 등장인물의 먹기 위한 분투!

평소 같으면 너무 쉽게 접할 음식을 멸망 직전의 세상에서 먹기 위한 가공할 노력!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처럼, 먹는다는 일에 대한 서러움 등이

우당탕탕 소동극와 함께 펼쳐지지 않을까? 하며 기대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먹.는.다. 라는 행위에 촛점이 맞춰지지 않고

함.께. 먹.는.다. 라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일까?

주인공을 포함 등장인물들이 어쩜 이렇게 다들 혼자일까? 싶었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만이 주인공 주변으로 포진.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기 위한 셋팅이기는 하겠으나...

혹은 그런 사람들이기에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겠구나 싶기도 하고...

요즘 사회가 그런가?

마지막 순간 굳이 가족을 찾지는 않나? 라는 생각도 들고.

혹은 가족이 없기에 마지막 순간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이였던걸까?

그 마음을 보듬기 위해 주인공은 마지막 만찬을 준비해서 사람들을 모은 거였을까?

세기말의 분위기를 위해 전체적으로 흑백톤을 사용하고

음식에만 칼라를 적용했고 한다.

음식 외에 칼라가 적용된 장면이 세 장면 정도 나오는데

하나는 주인공의 편지를 교정하는 빨간펜의 색깔

또하나는 요리를 위해 켜지는 불의 색

펜의 색깔은 음식이 사람들과의 연결을 위한 매개체로 상징되는 연장선에서

주인공이 마음을 여주 캐릭터가 음미하는, 일종의 음식을 먹는 장면을 대신하는 게 아닐까 싶었고

요리를 위한 불 또한 준비하는 마음이라는 형태로 이해했다.

하지만 극초반 주인공이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풍선의 색은

아무래도 모르겠다. 여기에 색을 쓴 건 실수가 아닐까 싶은데....




다 읽고나니 쓸쓸해지더라.

작가는 멸망하기까지 뭐 먹을지가 아니라

세상이 멸망하는 순간 떨리는 손을 마주잡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혹시 지금 비어있는 두 손을 돌아봐줬으면 했던 게 아닐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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