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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벙커X - 강영숙 장편소설
강영숙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또 지진이 나면 나를 데리러 올 거지?
내가 죽으면 보러 올 거지?"
라는 문장에 끌렸다.
지진, 그 후 무너진 세상에서 인간 이하의 삶 속에서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인간적인 감정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했다.
조금은, 세기말 로맨스 같은 걸 기대했나보다.
순문학보다는 장르문학, 웹소설 류를 즐겨읽는다.
장르물은 서사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간다면
순문학은 개인에게 집중된다고 느끼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장르물은 대동맥, 대정맥 같은 느낌이라면
순문학은 모세혈관 같달까.
가냘펴서 미쳐 있는 줄 몰랐던 순간, 감정을 보여주는 예민한 이야기.
유진은 지진이 지나간 부림지구의 벙커에서 지내고 있다.
칩을 넣으면 부림지구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칩넣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벙커생활을 이어간다.
이들이 왜 칩을 넣기를 거부하는지 뚜렷하게 나오진 않는다.
그리고 칩이라는 것으로 행해지는 전체의 간악함이라서나 숨겨진 음모같은 것도 뚜렷하지 않다.
이 작품이 장르물이였다면
주인공은 영웅으로 거듭 태어났겠지.
하지만, 유진은 영웅 비슷한 존재도 될 생각도 여유도 없었고
대장이라는 인물이 전체를 아우르고 끌어주는 영웅 비슷한 역활을 담당했지만 ...
그도 영웅은 아니였다.
쇳가루가 날아다니던 부림지구의 추억을 더듬는
벙커에서의 생활을 선택하는
N시로 넘어갈 마지막 기회를 거절하는 유진의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
하지만 여전히 미세먼지처럼 내 폐 속에 가라앉아 있는 건
벙커 안에서 "나"를 전하고 싶어하던 사람들이다.
모든 것이 파괴된 후
모든 것에 소속된 내가 파괴된 후 남은 나를 수습하기 위해 붙잡는 어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