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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 집도 괜찮아! - ‘짐’이 아닌 ‘집’을 선택한 사람들
야도카리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17년 8월
평점 :
미니멀리스트들의 집에 관한 이야기.
책도 참 미니멀하게 나왔다. 하얀 종이에 온리 파란색 인쇄.
-바코드 검은색과 뒷날개 다른 책 소개에 사용된 칼라를 보면
물리적 미니멀이라기보다는 이미지를 위한 미니멀인 것 같기는 하지만-
내부에는 글과 관련된 집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있다.
작은 집이라고해서 뭔가 우울한 상상을 하게 될까봐
깔끔하고 색깔있는 집들을 잘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
뭔가 좀더 구석구석 보고 싶더라.
도대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 건지. 디테일한 생활이 궁금하다.
"가끔은 그냥 숨이 막힌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며
삶을 유지하는 일에 매달려 숨쉬는 여유없이 살아가는 하루하루.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게 살기, 그중에서도 살기 위한 집을 가져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말을 건다.
도심에서 살기를 고집하지 않고, 규모를 줄여 집세를 포함한 생활비를 줄여서
사회의 레일에서 내려오는 것에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삶.
매력적이다.
돈을 벌려고 사는 건지. 살려고 돈을 버는 건지. 돈을 벌어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나를 위한 시간을 사기 위해 돈을 버는 일로 내몰리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여기에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5인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4인 가족이 10평의 타이니 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스즈키 나오씨.
냉장고와 에어컨 없이 트레일러 하우스에서 살아가는 마스무라 에리코씨.
전통공법으로 3평 집을 짓고 살아가는 우치다 야스요씨.
직접 지은 스트로베일 공법의 풀꽃집에서 살아가는 모토야마 사호씨.
집없이 여행하듯 살아가는 니시하타 토시키씨.
사실 100% 받아들이기에는 좀 과장된 카피라는 느낌은 있다.
스즈키 나오씨는 10평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부지 안에 서재 건물을 따로 가지고 있고 아이들을 위한 건물을 증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4인이 살아가는데 10평이 충분하지는 않은 거다.
가족이 살기위해 필요한 공간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우치다 야스요씨는 아주 지척에 남편이 사는 보통의 건물이 있다.
3평의 집은 온전히 야스요씨를 위한 집이다.
자식들도 따로 살고 있다. 일종의 개인별장으로 보여진다.
디테일한 이야기가 있지는 않지만 3평 집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을 경우
가까운 남편의 집을 이용하면 된다는 안도감이 없을까?
니시하타 토시키씨는 도쿄의 호텔과 에어앤비 등을 떠돌며 살아간다고 하지만
조만간 결혼과 함께 정학할 예정이라고 한다.
언젠가 끝날 여행과 언제 끝나게 될지 알수 없는 여행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도 평일은 이곳저곳에서 숙박을 하지만
주말은 여자친구의 집에서 지낸다고 한다.
반복적으로 돌아가 안정적인 쉴 곳이 있다면, 정말 여행과 다르지 않지 않나?
집이 없는 것이 아니잖은가? 자신의 집이 없을 뿐, 여자친구 집이라는 돌아갈 곳이 있는데...
그리고 스즈키 나오씨와 마스무라 에리코씨는 지식 노동자로서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도 대부분
창작업이나 창작에 가까운 개인사업 등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사실상 성취나 경제적 압박에 대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 사무, 생산직, 서비스업 사람들보다 삶의 형태를 구성하는 것은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이지 않나?
자유롭고 싶으려면 직업을 바꿔야하나?
직업을 바꾼다는 건 단지 선택의 문제일까?
개인적으로 도심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중에 커뮤니티에 대한 것이 있다.
나는 도심의 적당한 거리감이 좋다.
사람이 사람에 대해 알아가다보면 필연적으로 관심이 생기고 그와 함께 의견이라는 것이 생겨나는데
이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영,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사람들이 있단 말이지...
그게 정말 싫은데.....
안그래도 인터뷰이가 스즈키 나오씨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어쩌면 좋을까 라고 물었는데...
그 답변이 참, 하나마나한 이야기라...
사귀고 싶지 않으면 교류하지 않으면 되요. 라고 답변하는데...
전체적인 생활을 설명하는 내내, 교류와 상생,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저렇게 답변하는 건...
나오씨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지역 커뮤니티와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내내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이게 과연 선택지일수 있을까?
뭐 적다보니 계속 투덜거리는 식이 되어버렸는데
말도 안되는 생활 방식이라거나
좋아보이지 않는다면 이렇게 투덜거리지도 않을 것 같다.
닮아가고 싶고 흉내내고 싶고
그래서 나도 삶의 불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에
현재 나의 처지와 비교하다보니 궁시렁이 늘어지는 것 같다.
인상적이였던 건 모토야마 사호씨의 사례였는데
정말 수퍼파워! 랄까?
생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같았다.
식생활의 자급자족과 생활을 유지하는 에너지도 자급자족.
집을 짓는 일조차 혼자서 뚝딱뚝딱.
지금도 건물을 하나 짓고 있는데 2,3년 정도 걸릴 것 같단다.
계획하고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내일 일조차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을까 의심을 품고
내부적인 이유가 아닌 외부의 변동 사항에 흔들리며 살아가는 도심의 부품으로서...
자신이 결정하고, 결정한 일에 큰 불안과 의심을 품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듬직한 거다.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일부분이 아닌 어떤 일을 직접 해낼 수 있을 때의 독립성과 성취감이 가장 뚜렷이 드러나는 사람이다.
그녀의 이야기 중
"아이는 미래의 일꾼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라는 말도 참 좋았다.
우리는 누구나 일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을 텐데...
나로 태어나 나로 자라면서 생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무언가가 되기 위해 살아간다.
5인의 인터뷰가 마무리되며 인터뷰이들의 후일담에서
여자들이 좀 더 감각적으로 적극적인 실행력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감각적인 깨달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져,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