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그만두는 방법 - 국가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과 문화
니시카와 나가오 지음, 윤해동 외 옮김 / 역사비평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만큼 충분히 자극적이며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다. 
말초신경이 꿈틀대는 자극과는 판이하지만. 

저자는 <세계지도.만국인물도병풍>에서 "여러 국가와 지방의 전형적인 풍속과 인물을 나타낸다"는 전제를 두면서도 곧바로 "아메리카에 백인이 아닌 이른바 인디언의 모습을 한 선주민이 그려져 있는 것을 감개를 불러일으킨다. 선주민이 학살.축출되기 이전의 세계"로 언급한다. 여기서 "여러 국가"와 "선주민"에 대한 대립적 단어 선택에 주의해 볼 필요성이 있다. 물론 앞의 설명은 일반적인 것으로 저자의 의도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국가이데올로기를 껴안은 민족,문화의 딜레마를 생각한다면 "선주민", 즉 민족이나 문화가 통찰의 대상임을 명확히 해야한다. "이 두 개념의 허위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역할"을 납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와 독일을 예로, 우리는 두 문명권이 ’민족주의’와 ’국가이데올로기’로 흐르는 역사적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역사 관점들이 다른 문화권과의 대립과 충돌로 이어지게 된 배경과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가 내세운 ’문화론’과 ’문명론’은 구체적이며 논리적 개념과 반박의 당위성을 두루 포괄하고 있다. 그것은 "자국 문화의 우월함과 타국 문화에 대한 멸시의 감정으로 쉽게 전화되기 때문"이라는 논리적 전개가 생각외로 쉽고 분명하게 전달된다. 길게 돌아왔지만 ’민족’을 대신하는 시대이데올로기가 ’문화’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민족문화가 국가이데올로기로 변질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의 역사속에서의 일이며, 역사 반복성의 우려를 되짚어 보더라도 같은 일의 회귀를 보편적 판단에 견주기는 무리가 있다.  


헐리우드 영화나 프랑스 문학는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권을 형성한다. "저 영화는 너무 미국식이야" 라는 말 속에는, 영웅 만들기에 능숙한 테마와 오락, 조미료처럼 첨가된 감동을 잘 믹스해 놓고 있다는 뜻이 담겨있다. 프랑스 문학은 지나치게 철학적이고 화려한 미사어구를 첨가함으로써 찬란했던 옛 영화(榮華)를 향수한다. 그렇다면 지극히 한국적, 우리적인 문화와 민족적 특성은 무엇일까? ’백의민족’의 다양한 함의중에서 나는, 사람이 죽었을 때나 입는 하얀 옷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슬픔과 한의 민족임을 부정할 수 없다. 잦은 왜침에 시달렸던 역사를 통해, ’국가적’이 ’민족적’으로 자리잡힌 결과는 아닐까.  


결국 ’문화’와 ’국민통합, 국가’는 결부되어지고 이원화될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다. 저자의 말대로, 혈연적 비선택권과 마찬가지로 국가에 예속된 국민임을 그만둘 방법은 없다. 국민통합 일원으로서의 탈퇴는 불가하지만 ’국민통합’의 의미와 범주를 확대시키는 것으로 새로운 문화의 창출은 가능하리라 보여진다. "여성,대중,외국인까지 포함한 보다 넓고 강력한 국민통합"을 바라는 바다. 국가, 문화,문명은 회귀를 자초할지언정 소멸되지 않으리라는게 나의 견해다. 단지 그 용어만이 사라졌다 재창조 될 뿐이다. 충분한 이해에 덧붙이자면, 저자의 능숙하고 예리한 문화론 읽기는 일본 사조(思潮)로 갈음하고 있다. 한국 문화론, 한국사의 대입과 진중한 고찰을 통해 새로운 국민통합을 이루고, 세계적 문화로부터 고립이나 충돌없이 독자적인 ’신문화’의 기조(基調)를 다질 필요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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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25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글 브리핑에 뜬 닉네임 '모름지기'가 뉘신가 들어와 봤어요.^^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에서 아버지가 그러죠. 국민을 그만두겠다고....

모름지기 2011-03-26 23:08   좋아요 0 | URL
전에 이 닉네임을 썼는데..역시 첫사랑처럼 잊혀지지가 않아 다시 바꿨어요.

저는 그 유명한 <남쪽으로 튀어>를 아직 못 읽었다죠.ㅠㅠ
그런 훌륭한 말씀을 하신 아버지를 만나기위해서라도..그 책 꼭 읽어야겠어요.^^

요즘도 많이 바쁘시죠? 저도 하는일 없이 늘상 바빠요~
리뷰만 덜렁 올리고 후다닥 빠져나가고..ㅎㅎ 게으름도 한몫해요...반성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