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 주는 남자와 33인의 화가 - 33인 화가의 그림 이야기
박세당 지음 / 북성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이 엣세이처럼 투명하게 사물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그림은 소설이다. 그림을 보며 느끼는 감상은 소설을 읽고 난 후의 그것처럼 다양하고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유명화가 초대전에서의 과도하게 친절한 해설은 감정을 옥죈다. 그렇다고 그림을 보는 안목이 있다고 할만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그림 읽어주는 남자>와는 말이 통하는 것 같다. 그림이나 화가에 대한 장황한 이력을 지루하게 내놓지도 않고, 화풍이나 작품성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도 않는다. 그저 편안하게 자신이 읽어주는 그림에 대해 "당신의 생각은 어때?"라고 되묻는다. 33인의 화가, 그것도 치즈냄새나는 서양화가들이 아닌, 청국장 냄새나는, 그리고 어릴적 시골의 향수를 전하는 우리나라 화가들의 그림을 들고 만났다는 것이 더없이 좋았다. 우리나라 화가들의 그림을 충분히는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중에서 아주 재미난 화가를 만났다. 구병규 작가.
<실직당한 M씨>란 그림을 본다면 누구라도 먼저 웃음이 날 것이다. 그림 읽어주는 남자도, 나도 그랬던 것처럼.
물론 그림 읽어주는 남.자.는 너무 남편의 입장만 들추고 있다. 배신의 하늘처럼 우울한 노랑? 옆에 서 있는 아내의 입장도, 장난처럼 그려넣은 무지개도 읽어야하지 않겠느냐, 고 내가 말했다. 들었을려나...<도원의 꿈>은 복숭아밭 옆으로 소등에 올라타 피리를 불고 있는 사람의 그림이다. 난 이 그림을 통해 박세당이란 저자와 완전히 통했다. 그가 소의 표정을 "미치겠지?"라고 표현했을 때 진짜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구병규 작가가 좋아라 할지는 모르겠지만, 꿈보다 해몽이 좋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이 그림에서 "두 손을 머리 위에 모아 하트를 만들고 하늘로 스멀스멀 올라가고 있는 요정? 유령? "을 꼭 찾아보시라. 그 어떤 개그맨이 웃겨도 하나도 웃기지 않을만큼 우울할 때를 대비해 이 그림 하나 정도는 소장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주 유쾌한, 유머러스한 작가다.

역시나 작가의 이름을 다 외지는 못하겠다. 워낙 이름 외는 기억회로에 원천적인 문제가 있는 탓으로.
그러나 그림 하나하나에 대한 뚜렷하고 강렬한 질감이 촉감으로 남을 것 같다. 저작권 문제다 뭐다하며 좀처럼 그림을 내보이지 않던 화가들을 설득해 대중에게 내놓기까지의 노력과 그림을, 머리로가 아닌 마음으로 읽어주는 저자의 진정이 돋보이는 값진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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