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 룩셈부르크의 옥중서신(김선형 옮김, 세창출판사)에 나오는 환경과 1917년 러시아 혁명기 내전과 제1차세계대전에 관해 로자 룩셈부르크가 소피 리프크네히트(러시아 로스토크 출신)에게 쓴 1917년 12월 중순 편지 내용의 일부2.
나는 러시아에서 온 소식을 읽을 때마다 매일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의미 없는 전보를 볼 때마다 대단히 흥분할 것이 상상되어 걱정스러웠습니다. 저쪽에서 오는 것들은 대부분 타르타르인에 대한 소식입니다[인용자 주. 타르타르는 타타르족이 세운 단명한 크림 공화국을 말하는 걸까? 참고로 크림 반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남부에 속한다.]. 그리고 그것은 남쪽 지방에 한해서 곱절이나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들은 (이곳이나 저곳이나 마찬가지로) 혼란을 최대한으로 과장하고 매번 믿을 수 없는 풍문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곤 합니다. 사건을 명쾌하게 알기 전까지, 그렇게 미리 불안해야 할 어떤 근거도 없는 것입니다. 사건들은 그곳에서 보통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어쨌건 ‘전투들‘에 대한 모든 - P129
소문들은 미확인된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사적인 신문 통신원이 조사에 따르자면, 여전히 고삐 풀린 듯한 착란이자 참담하고 불쾌한 당파 싸움입니다. 유대인 박해에 관한 소문은 모두 다 조작된 것입니다. 러시아에서의 박해(포그람)의 시간은 단연코 끝이 났습니다. 게다가 그곳에서는 노동자와 사희주의의 권력이 훨씬 강합니다. (중략) 오히려 나는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생각해 봅니다... . 다만 페테르부르크의 정부[볼셰비키]와 우크라이나 인민대표회의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이, 대단히 첨예한 갈등 때문에 극단의 상태에 이르러 있기에,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과 해명이 곧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 P130
(중략)
아. 소니차카, 나는 이곳에서 대단히 심각한 고통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산책하곤 하는 안마당은 작은 포대를 가득 실은 군대의 마차들이 자주 옵니다. 포대에는 간혹 피 얼룩이 있는 낡은 군복 상의나 내의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 포대를 내려놓고, 분배하고, 수선을 하고, 그리고 다시 실어서 군인에게 전달합니다. 최근에는 말 대신에 들소들이 마차에 매어져 있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가까이서 짐승들을 보았습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소보다 훨씬 힘이 세고 커 보였고, 납작한 머리에 뿔도 납작하게 굽어 있었습니다.(중략) - P135
그들은 루마니아에서 온 전리품이었습니다.... 마차를 모는 군인들은 이 거친 짐승들을 잡는 데 대단히 힘이 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사는 짐승이기 때문에 짐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이용하는 데 더욱 힘이 든다는 것입니다.(중략) 들소들 중 100마리 정도는 브로츠와프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다가, 풍요로운 루마니아의 목초지에 익숙했던 그들이 비참하고 열악한 사료를 먹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짐차를 끌기 위해 무자비하게 이용되고, 그리고 빠르게 죽어 갑니다. (중략) 들소를 끌고 가는 군인은 잔인한 인길으로, 채찍 손잡이의 두꺼운 끝부분으로 짐승들을 난타하기 시작했습니다. 감시인이 짐승들에게 동정심도 없느냐고 분노하며 그에게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동정심이란 없어!" 그는 사악하게 웃음 지으며 대답했고 더욱 힘껏 내려쳤지요. 짐승들은 마침내 움직여 높은 문턱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한 마리 - P136
가 피를 흘렸습니다. ... 소니치카, 들소가 가진 두꺼운 피부의 강인함은 속담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찢어졌습니다. (중략) 지친 데다 피를 흘리는 한 마리는 검은 얼굴에 부드러운 눈매를 하고 마치 눈물을 흘리는 아이와 같은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중략) 나는 그 앞에 서 있었고, 그 동물은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습니다. 사랑스러운 형제가 나의 무능력 때문에 고요히 고통으로 경련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습니다. 아름답고 자유로우며, 수액이 풍부한 루마니아의 초록색 목초지는 너무 멀어 도달할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중략) 이곳 낯설고 끔찍한 도시, 습기 찬 외양간에는 구토를 일으키게 하는 부패한 건초와 뒤섞인 썩은 짚, 낯설고 두려운 사람들 그리고 구타, 선명한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있을 뿐입니다... . 오, 나의 불쌍한 들소. 나의 불쌍 - P137
한, 사랑스러운 형제여 우리는 이곳에서 서로 말없이 고통과 무능력, 그리움 속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 P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