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 거대 농축산업과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지정학
롭 월러스 지음, 구정은 외 옮김 / 너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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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롭 월러스, 너머북스): 감염병 위기를 낳는 자본주의 농축산업 https://wspaper.org/article/24530

7부 33개 장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부 4장 ‘역외 농업의 바이러스 정치학’이다. 이 글은 롭 월리스의 인생에 커다란 변곡점이 된 조류인플루엔자 연구 결과를 대중용으로 풀어 쓴 것으로 바이러스 진화의 배경이 된 중국 광둥성 일대의 역사적 변화 과정에 대한 설명이 탁월하다.

7부 1장 ‘숲과 에볼라’는 자본주의적 농축산업이 그 내부에서 독성 바이러스를 키워 낼 뿐 아니라 ‘미개척지’로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감염병을 ‘발굴’해 내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는 현재 코로나19의 기원으로 알려진 박쥐에서 어떻게 천산갑을 거쳐 인간에게 이 감염병이 전달됐는지 단서를 제공한다. 조만간 출판될 롭 월리스의 신간 《죽은 역학자들》(먼슬리 리뷰)에서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길 기대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무능과 친(親)제국주의적 태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데, 롭 월리스는 이런 태도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롭 월리스의 책을 출판한 〈먼슬리 리뷰〉의 편집자 존 벨라미 포스터는 여러 저서에서 엥겔스 이후 마르크스주의 과학자들의 전통을 언급하며,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르원틴도 그 계승자로 포함시켜 왔다. 롭은 이들의 제자인 셈이다. 롭 월리스도 책의 곳곳에서 마르크스를 비롯해 그 전통에 있었던 이들의 기여를 언급한다. 

다만 이 대목에서 너머북스 출판사와 번역자들에게 아쉬움을 표해야겠다. 원서의 핵심 주제와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듯하지만 번역서에는 원서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누락돼 있다. 역자들이 서문에서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임을 감안해 의학·병리학을 깊숙히 파고든 설명들은 일부 생략했다” 하고 밝히기는 했다. 일부 장의 내용이 지나치게 전문적이라 일반 독자들에게 어려울 수 있음은 저자 자신이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기여  — 마르크스, 레닌, 데이비드 하비, 이스트반 메자로스 등에 대한 언급들  — 가 상당부분 누락되거나 압축된 것은 특히 유감이다. 분명히 저자인 롭 월리스는 이런 식의 번역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원서의 4부에 있는 ‘붉은 백조’라는 장이 별 설명 없이 빠진 것도 의아하다. 이 장에서 롭 월리스는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을 비판하며, 탈레브의 역사 이론 비판에 맞서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을 방어한다. 너머북스 출판사 측이 너무 늦지 않게 완역 개정판을 출판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감염병 위기의 원인과 근본적 대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자본주의를 끝장내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자 하는 사회주의자들에게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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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김재원 > 2019년 개정판은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

기후변화와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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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의 기원


최근에 유럽과 중앙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코카서스 지역의 나고르노-카라바흐(이후 ‘야르차흐 공화국‘으로 개명함)를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분쟁은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 협정이 체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산발적인 분쟁이 진행 중이다.
이 갈등은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오늘날 터키 동부에 거주하던 아르메니아인들이 러시아 편을 들 것을 염려해서 아르메니아인들을 학살한 것으로 시작된다. 이때 아르메니아인들이 유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해외 각지로 망명해야 했다. 이 학살은 비극적이게도 히틀러가 ˝누가 터키인에 의한 아르메니아 학살을 기억하느냐?˝며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한 근거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터키 정부는 여전히 학살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이런 갈등이 사라질 가능성을 잠시 보여줬었다. 
러시아인, 아르메니아 석유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던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는 비록 단명하긴 했지만, 혁명을 지지하는 소비에트가 건설되었고, 아르메니아인이 지도자로 활동했었다.
그리고 바쿠에서는 코민테른 주도하에 여러 피억압 민족 독립운동가들을 초대해 반제국주의 투쟁을 논의하는 바쿠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그리고 아르메니아 출신 공산당원들은 코민테른에서 세계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적극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코카서스 출신인 스탈린이 볼셰비키의 민족문제를 담당했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러시아 혁명의 성과를 약화시키는 조치가 코카서스에서 많이 발생했었다. 
가령 터키의 건국자 장군 케말 파샤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열강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영토를 분할하는 것에 맞섰다. 이때 스탈린은 케말 파샤를 지지하면서, 동시에 터키가 지금의 터키 동부인 서아르메니아 지역을 지배하는 것을 묵인했다.
그리고 스탈린이 러시아 내의 소수민족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자치구역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르메니아인들이 다수 거주하던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 내 자치주로 만들었다. 이에 소련 공산당원들이 주도하던 아르메니아조차 소련 중앙정부의 결정을 비판했었다. 아르메니아와 터키에 둘러싸여 있는 나흐체반이 아제르바이잔에 속한 것을 고려하면 이 주장이 불합리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아제르바이잔인들과 아르메니아인들이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물론,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에서 큰 문제 없이 공존했다.
하지만 1991년에 소련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수면에 가라앉았던 갈등이 다시 일어나서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혁명 당시의 기억은 철저히 잊혀지고 왜곡되었다.
가령 나는 2018년 코카서스 3개국 단체여행 중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의 한 궁전에서 1917년에 발생한 총격전의 흔적을 발견했다. 분명히 러시아 혁명 당시 볼셰비키와 반혁명 세력 간 총격전의 흔적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한 영문 설명은 ˝아르메니아 식민주의자들과의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서술되었다. 그리고 아르메니아의 이웃인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국경검문소는 아르메니아로 입국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 때문인지 아제르바이잔 공무원들은 나와 같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게조차 경찰이 심문하듯이 조지아로 가는 이유를 꼼꼼히 묻고, 얼굴 사진을 찍고 통과시켰다.
한편 아르메니아에서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저지른 학살의 만행을 폭로하는 기념관과 터키에 빼앗긴 서아르메니아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세워져 있었다. 아르메니아 공항에는 아제르바이잔과 터키를 규탄하는 다양한 언어로 된 책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과거에 두 민족의 갈등이 없던 시절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르메니아인 가이드는 친러 성향으로 혼란스럽긴 했지만,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는 자신들이 일으킨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삼촌은 바쿠에서 군 생활을 했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르메니아를 무조건 지지할 수도 없다. 물론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에 비하면 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 터키에 맞서고자 러시아와 더불어 아제르바이잔의 이웃국가인 이란하고도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아르메니아 블랜디(꼬냑)를 몰래 이란 성직자 지배계급에게 선물한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 지도자들은 아르메니아의 지배계급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2018년에 아르메니아 민중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출신으로 장기집권을 추진하던 아르메니아 총리를 물러나게 했었다. 이후 집권한 아르메니아의 현 총리가 초기에는 아제르바이잔과 터키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 것을 고려하면, 아제르바이잔인과 아르메니아인들의 단결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이야말로 진정 민족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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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央ユ-ラシア史硏究入門 (單行本)
고마츠 히사오 / 山川出版社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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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중앙유라시아역사 연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경향 등과 옛 소련이 미친 영향에 대해 잘 분석했다. 확실히 제국주의 국가였기에 일본 학자들의 연구가 정교하다. 한편으로는 1945년 패망 이후에는 학자들이 국가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연구가 가능해진 것을 지적한 점은 확실히 긍정적인 것 같다. 또한 냉전 때문에 제약된 중앙유라시아 연구는 소련 해체 이후에 현지 학자들과 문서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 덕분에 성과가 많이 나온 점을 지적한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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