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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따라쓰기 ㅣ 처음책방 필사책 4
박인환 지음, 김기태 엮음 / 처음책방 / 2025년 5월
평점 :
박인환 따라쓰기
처음책방 필사책 4
박기환 지음
김기태 엮음
처음책방
좋은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의
가장 위대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며,
그것을 따라 쓰는 일은 그 위대한 사람의 마음에
내 마음을 보태는 것이다.
항상 주변에 책이 있다. 그것도 많이. 나는 책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책도 시절 인연이 있는지 나이에 따라,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장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지금 내 책상위에는 서류들이 있고, 바닥에는 도서관 책이, 옆 책장에는 샀지만 읽지 못한 책이, 가방에는 반납하려고 담아 놓은 책이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박인환 따라쓰기'가 있다. 좋은 작품을 읽는 것은 그 작가와 대화해 보고 싶고, 친구같고, 그 사람이 쓴 다른 책을 읽고 싶고, 만나고 싶은 책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고, 시간이 영 가질 않고,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필사를 추천하다.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듯 하지만 창작의 고통이 또 있으니 좋은 글을 써보며, 곱씹으며 좋은 정신 수양 중에 하나지 않을까 싶다. 병원은 왠지 나를 홀랑 뒤집어서 내보이는 것 같은 벌거벗은 느낌이 들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는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배경, 시대적 배경을 안다면 시 읽기의 깊이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박인환은 1926년 8월 15일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났다. 1956년 3월 20일에 돌아가셨으니 참 어렸다. 내 나이 오십이 다가오는 나이니 어리다고 표현할 수 있으리. 대표적으로는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이 있다. 어쩜 이런 깊이의 글을 쓸수 있을까 부럽다.
책을 펼쳐 필사를 하면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의 성향, 취향을 아니 이런점이 참 좋다. 책을 주문해 본다. 이래서 책이나 친구는 오래될 수록 좋은 가 보다.
주말 동안 추수를 했다. 정신없는 차였기에 책을 읽은 시간이 없었다. 자기 전에 누우려고 하는데 글자가 너무 읽고 싶은 거다. 글자가 책이 너무 보고 싶어 몇 글자라도 읽어야 잠이 올거 같았다. 글을 읽으니 몇 자 적고 싶다. 얼른 '박인환의 따라쓰기'를 꺼내어 한장을 쓰고 나서야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가을의 유혹 - 박인환 -
가을은 내 마음에
유록의 기을 가르킨다
숙녀들과 바람과 이야기를 하면
가을은 다정한 피리를 불면서
회상의 풍경을 지나가는 것이다.
전쟁이 길게 머물로 서울의 노대에서
나느 모딜리아니의 화첩을 뒤적거리며
정막한 하나의 생애의 한시름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한 순간
가을은 청춘의 그림자처럼 또는
낙엽모양 나의 발목을 끌고
즐겁고 어두운 사념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