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손진익 지음, 한용욱 그림 / 북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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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 강원도의 명산 가리왕산과 자장율사 이야기 -

손진익 著 / 도서출판 북산 刊 / 175 page






지은이 : 손진익

그린이 : 한용욱

펴낸곳 : 도서출판 북산

발행일 : 2022년 11월 7일 1판1쇄

도서가 : 15,000원








가리왕산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과 북평면, 평창군 진부면에 걸쳐 있는 해발 1,562미터에 이르는 산으로 산림청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각광받는 산입니다. 기암절벽과 높이 치솟은 강원도의 여느 산들과는 달리 가리왕산은 거친듯 하면서도 완만하고 정상은 평평한 모습을 하고 있다지요. 이러한 가리왕산과 관련된 도서 한권이 출간되었다기에 입수하여 읽어 보았습니다. 도서카페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입수하게 된 이 책은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라는 다소 긴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요. 내용은 가리왕산과 자장율사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정선 아리랑과 정암사 등 정선의 문화유산도 같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동양화 느낌 가득한 그림들이 책 곳곳에 수록되어 있어서 여느 책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을 주고 있구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놀랍게도 로미지안가든을 설립하신 분이었답니다. 정선 여행 갔을 때 로미지안가든에 가보았는데요. 10만평이라는 대규모의 공원를 설립하신 분 이야기를 들었는데 로미지안은 부인이 로미, 저자는 지안이란 애칭이어서 명명했었다 들었습니다. 가든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아내의 건강을 염려하던 저자가 정선의 맑고 깨끗한 청정 자연에 아내를 위한 정원을 만들게 되었다 했었구요. 참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었는데 저자 소개란을 보니 여러 책들을 집필하셨더군요.


책은 서두와 총 4부의 본문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머리에'에는 왜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자락에 10여년째 자리잡게 되었는지, 자장율사와 가리왕산 이야기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어요. '1부. 가리왕산과 자장율사'는 제목 그대로 가리왕산과 자장율사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고, '2부. 깨달음의 소리, 아리랑'은 아리랑과 정선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가, '3부. 깨달음의 사찰, 정암사'는 정암사의 연혁과 그 내용들, '4부. 설화로 읽는 정산의 문화유산'에서는 정선향교나 삼굿놀이, 상유재 고택 등과 같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알아둘 만한 정선의 문화유산들을 소개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구요.










가리왕산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는 가리왕산과 자장율사의 이야기랍니다. 자장율사는 말년에 갈반지를 찾아서 오대산을 거쳐 가리왕산에 이르렀고 당시 이름이 없었던 산에 석가모니와 인도의 가리왕의 설화를 들어 자리왕산이라 지었다 합니다. 자장율사는 신라 진평왕(590)때 선덕여왕의 친족인 무림공의 아들로 출생한 고승으로 일찍이 부모를 여읜 뒤 스스로 영광사를 짓고 출가하였답니다. 선덕여왕(636)때 당나라에 들어가 구법수도를 하다가 중국 청량산(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뒤 깨달음을 얻었고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 불두골, 사구계를 받아 이것들을 가지고 신라로 귀국하였다죠. 신라에 돌아와 대국통에 임명된 자장율사는 황룡사와 통도사를 창건하였고, 말년에는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경주를 떠나 평창에 수다사를 짓고 머물렀고 오대산에 월정사를 세웠으며, 이어 갈반지를 찾아가 석남원(정암사)을 지어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였답니다. 그런데 자장율사가 정암사에서 문수보살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남루한 옷차림에 죽은 개를 삼태기에 메고 찾아 온 늙은 거사를 아상에 사로잡혀 문수보살임을 알아보지 못한 채 돌려보냈다가 뒤늦게 알아차리고 쫓아갔지만 결국 친견하지 못했고 입적하기 전까지 문수보살을 그리워하다가 끝내 집착과 아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는군요..


아상(我相)

나에 대한 관념과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일련의 관념을 말하는 것으로 실체적인 자아가 있다는 그릇된 관념을 의미하는 불교교리.

아집(我執)이라고도 불리움.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가리왕산에 얽힌 설화 중에는 맥국 설화란게 있답니다. 이 이야기는 춘천과 횡성, 평창 등 영서지방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 있다는데요. 강원도 춘천지역에 있었던 고대의 소국이었던 맥국은 갈왕이 전쟁을 피해 가리왕산까지 왔다가 그 빼어난 풍광에 감탄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다 합니다. 18세기 이후 제작된 고지도에도 갈왕의 맥국 표시가 있다는데 지금의 신북읍 발산리가 맥국의 왕궁터라 전해진다는군요. 그 곳의 여러 지명들에서도 맥국과 관련된 이름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구체적인 사료는 찾아볼 수 없지만 전해지는 설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리왕산과 맥국과의 관련성, 가치와 중요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어요.

책에는 인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주옥같은 문장들이 나옵니다. 성현들의 가르침이나 명상의 시간 같은데서 들려주던 그런 문장들 같기도 한데요. 아무튼, 그중 몇 개 문장 여기에 올려 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균형이 있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지나가면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출처 :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p.83



삶은 유한하지만,

인생의 가치는 끝없이 무한합니다.

매일 꽃밭에 물을 주듯이 내 인생의 꽃밭도 소중하게 가꾸어 보세요.

당신과 함께 하는 이 모든 순간이 소중해집니다.

출처 :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p.125



어린 찻잎 하나가 나를 가르칩니다.

어리석음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알아차리고

지혜롭고 긍정적인 나로 거듭나게 합니다.

출처 :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p.155




앞에서도 말했듯이 책 본문의 마지막인 4부에는 정선의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중 삼굿놀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인분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삼굿놀이는 '삼굿'이라는 삼을 실로 짜내기 위해서 거치는 노동집약적인 여러 과정 중 삼을 쪄내는 과정을 놀이로 풀어낸 것이라 합니다. 옛날에는 삼찌기와 삼찌기 후 깨끗하게 씻어 말리는 과정까지 워낙 일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에 온 마을 주민들이 다 함께 했었고, 그러다 보니 삼굿놀이란게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지금의 정선 삼굿놀이는 정선문화원에서 고증을 통해 복원한 것으로 매년 8월말에 정선군 남면 유평리 주민들이 삼굿놀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답니다.


이처럼 책은 가리왕산이나 자장율사에 대한 이야기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강원도 정선의 다채로운 문화유산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책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가리왕산과 자장율사 이야기(1부)이지요. 강원도 정선과 가리왕산과 자장율사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책 한번 읽어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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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오르는 마음 -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
최예선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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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절집 오르는 마음

-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 -

최예선 著 / 앤의서재 刊 / 374 page






지은이 : 최예선

펴낸곳 : 앤의서재

발행일 : 2022년 11월 1일 초판1쇄

도서가 : 19,800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불교 사원을 '절' 또는 '사찰'이라고 부릅니다.

2018년 우리나라 7개 사찰이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란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그 이후로는 심심치 않게 '산사'와 '산지 승원'이란 말도 쓰이게 된 것 같은데요.

그런데 분명 하나의 대상인 사찰을 가지고 왜 이렇게 여러가지의 단어들을 쓰게 되었을까요?

제 생각엔 아마도 불교가 우리에게 전래된 이후 민간신앙을 흡수해 가면서 전통적인 믿음의 수준에 이를 정도로 한민족의 문화와 정서에 스며들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신화와 전설, 민담의 내용들과 사찰에 가면 만나게 되는 것들을 조금만 신경써서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지요.

최근 도서카페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응모하여 선정된 후 입수하게 된 책이 사찰과 관련있는 서적이었습니다.

도서 제목부터가 불교 색채가 가득한데 <절집 오르는 마음>이란 책입니다.

부제는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인데 왠지 가을에 읽기 좋을 듯한, 가을 색감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습니다.







예술 칼럼니스트라는 저자는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건축전문지와 문화교양지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이후 프랑스로 가서 미술사를 공부했다는 분입니다. 학부 졸업후 사회생활을 하다가 학업을 다시 재개하신 듯 한데 조금은 다채로운 인생길을 걸어오신 분 같네요.

지금은 칼럼니스트와 미술 관련 동인으로 활동중에 있다고 합니다.






책은 서론부 <글을 시작하며>로 시작되어 1부에서 3부까지 본문부, 마지막으로 <부록>과 <참고문헌>으로 마무리됩니다.

본문에는 저자가 직접 17곳의 사찰과 암자들, 그리고 폐사지에 가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표현하고 있었지요.

처음 목차를 보았을 때 각 부의 제목이 그 의미가 나름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요.

각 부의 테마가 포행과 친견, 합장이었는데 1부는 <포행. 뜻을 구하는 마음>, 2부는 <친견. 깊이 바라보는 마음>, 3부는 <합장.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로 되어 있었습니다.

책에 수록된 '절집'중에 개인적으로 가보지 못한 곳은 청량사, 은해사, 운주사가 있었고 '암자'는 거의 전부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어요.

깊은 산속에 자리한 산사에 부속된 암자까지 가본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암자에 대해서도 생각 좀 해 봐야겠습니다..






책에는 사찰이나 절, 산사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굳이 '절집'이라고 쓴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사찰이나 산사라고 하면 완전무결한 존재처럼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절집'은 마음을 묻어둘 만큼 가깝고 온기 가득한 공간처럼 다가온다고 하면서 왠지 '절집'에서는 스님들과 가깝게 앉아도 되고 부처님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군요.

그리고 집은 사람의 공간이자 마음의 공간이라 느껴지기에 사찰기행이나 문화유산기행이 아닌 '절집기행'을 표방하였다고 합니다. 흐흠..

제 경우엔 '절'이라는 단어보다는 '사찰'이나 '산사'란 단어가 훨씬 자연스럽고 익숙했었기에 주로 이 단어들을 사용해 왔었는데 앞으로 사찰탐방기 쓸 경우 '절집'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 좌상 - 불일암 초입, 우상 - 미황사 일주문, 좌하 - 통도사 일주문, 우하 - 길상사 일주문 ]





<1부. 포행 - 뜻을 구하는 마음>에는 송광사 불일암, 백양사 천진암, 해인사, 청량사, 은해사 운부암, 미황사 도솔암과 같이 3곳의 사찰과 3곳의 암자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책에는 포행(布行)을 '좌선하는 중간에 잠시 걷는 일. 걷는 것도 참선하듯이 해야 한다.'이라 정의하고 있었는데 그 테마에 맞게 1부의 내용에는 사찰과 암자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제일 처음 나오는 송광사 불일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갔던 내용이었습니다.

예전 송광사에 갔을 때 시간상 불일암은 들러보지 못하고 송광사만 살펴보고 돌아왔었기 때문이죠..

책에 수록된 불일암 이야기와 사진들을 보니까 다시 한번 송광사 찾아가 불일암에 올라가야 할 듯 싶었습니다.






<2부. 친견 - 깊이 바라보는 마음>에는 봉정사, 백련사, 대흥사 일지암, 경주 폐사지, 경주 남산, 통도사, 통도사 암자 등 3곳의 사찰과 2곳의 암자, 그리고 경주에 있는 의 폐사지와 경주 남산의 불상과 석탑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었어요. 저자는 친견(親見)을 '친히 보고 직접 보는 것. 마음을 다해 바라본다면 우리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라 말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테마에 걸맞게 2부에서는 사찰과 암자 외에도 3곳의 폐사지와 경주 남산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불상과 석탑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에는 평소 가보고 싶었던 경주 남산 순례 편이 제 관심을 끌었는데 그것은 경주 남산에 산재해 있는 석불과 석탑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죠.

할매부처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해 본 이야기였는데 이처럼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경주 남산의 많은 불상과 석탑에 대한 내용들이 사진과 함께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3부. 합장 -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에서는 부석사, 운주사, 용주사, 수덕사, 길상사와 같이 5곳의 사찰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합장(合掌)은 두 손바닥을 마주하여 합하는 것을 말하는데 저자는 이를 '마음의 경건함과 한결같음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홍콩영화에서 소림사 스님들의 한 손만으로 합장하는 것을 보고는 이후 오랫동안 지인에게 그 자세를 흉내내어 인사하던 습관이 있었는데 앞으론 그리하면 안되겠단 생각이 드네요..

혹시나 해서 '한 손 합장'에 대해 알아보니 중국 남북조시대 당시 소림사에 계시던 달마대사를 찾아가 눈 속에서 가르침을 구하였으나 허락치 않아 자신의 왼팔을 끊어낸 뒤 허락을 받고 가르침을 전수 받아 크게 깨우쳤다는 선종 제2조인 혜가대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합니다.

한 팔 밖에 없으니 합장도 한손으로 밖에 할 수 없었던 혜가대사의 사정상 시작된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올바른 합장은 어디까지나 두손을 모아서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3부에서 인상적인 내용은 운주사편이었습니다. 불교 사찰인지 도교 사원인지 지금도 논란이 많은 영귀산 운주사는 책에서도 이에 대해 애매하게 쓰고 있습니다. "통일신라 말 승려 도선이 하룻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쌓았다고도 하고, 미륵불이 도래하리라는 혁명사상을 믿는 하층계급들이 주도한 공동체가 주축이 되었다고도 하며, 불교사원이 아니라 도교사원이라 했다가 그도 아닌 밀교사원이었다, 누구나 빌러 오는 민간신앙의 집결지였다, 사찰 짓는데 마고할미가 힘썼다, 몽골군인들이 쳐들어왔을 때 황급히 지은 것이다 등등 그럴 듯한 이야기가 몽땅 들어있지만 어느 것 하나 선뜻 옳다고 결정지을 단서가 없다"고 하면서 말이죠.

여태까지 가보지 못한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절집 전라남도 화순의 영귀산 운주사. 언젠간 꼭 한번 찾아가야겠습니다.






마지막 부록 또한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던 내용들이었어요.

그것은 <절집에 가면 만나는 것들>이란 테마의 내용이었는데 '사찰의 기본 건축물'과 '사찰의 대표 미술품', '그 외 알아둘 곳들'으로 여기에는 부처의 상징이자 불상을 구분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수인(手印)'중 대표적인 것 4종류와 불전 안에 조성된 불상을 모신 불단, '수미단(須彌壇)'에 대한 설명도 들어있었습니다.

사찰 방문하여 살펴볼 때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었죠.






책은 이처럼 불교 혹은 사찰에 관심있는 분이나 산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 또한 전국 명찰은 물론 수도권에 자리한 절까지 찾아갈 정도로 관심 많고 좋아하기에 이 책이 너무나 반갑고 좋았었지요.

절집 오르는 마음. 처음엔 어떤 마음을 말하는거지?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책 다 읽고 나니 그 의미를 어렴풋하게 알 것도 같습니다.

부제에도 나오듯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그런 마음일 수도,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마음인 것도 같았죠.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절집, 그리고 그 고즈넉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새로운 여정을 걸어가고자 하는 분이라면 이 책이 좋은 동행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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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최철호 지음 / 아임스토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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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 서울의 잃어버린 이름들을 찾아서 -


최철호 著 / 아임스토리 刊 / 231 page

 

 

 

 

 

지은이 : 최철호

펴낸곳 : 아임스토리(주)

발행일 : 2022년 8월 31일

도서가 : 16,000원

 

 

 

 

 
 

 

오백년 역사의 조선은 개국 이후 개경(개성)에서 한양으로 도읍지를 천도한 이래 지금까지 한반도의 수도로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이성계(태조)의 한양천도 결정으로 종묘와 사직단, 경복궁과 한양도성이 축조되면서 수도의 외양을 갖추기 시작한 한양은 조선 2대 왕인 정종은에 의해 잠시 개경 환도로 잠시 중단되지만 3대 태종에 의해 한양 재천도가 이루어지면서 도읍지 건설이 완성됩니다. 이번 이야기는 이러한 조선의 천도로 수도로 거듭난 서울(한양)과 관련된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이란 도서의 후기입니다. 도서카페 리뷰어스 서평단 모집에 응모후 선정되어 입수하게 된 이 책은 책 제목만 보면 단순히 한양도성길을 소개하는 책 같아 보이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천도 이후 한반도의 수도로 자리매김한 서울, 그중에서도 한강 이북의 한양도성 안팎 지역을 포함한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한양 도성 안팎의 지역과 한양도성과 관련된 건축물과 문화재, 유적 이야기 등 여러가지 소재들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인문서적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책에 나오는 저자 소개에 따름 저자는 성곽길 전문가로 보여집니다.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자이면서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을 집필하였다고 하니까요. 이외에도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무차장을 역임중이고 한양도성 역사기행 가이드로도 활동중에 있다네요.

 

 

 

 

 

책은 머리말, 본문 6장, 맺음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머리말. 6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한양도성>은 한양도성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의미 등을 저자의 생각과 함께 보여주고 있어요. 본문은 모두 6개의 장으로 <1. 도성을 품은 내사산 여행>, <2. 사소문 따라 서울 동네 한 바퀴>, <3. 청계천에서 한강까지 물길 여행>, <4. 조선 왕조 역사 따라 추모의 길>, <5. 위인의 흔적 찾아 도심 속으로>, <6. 목멱산 따라 용산 여행>이 그것입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중 한강 이남 지역은 나오질 않는데 당연한게죠. 조선의 수도 한양에 한강 이남은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개인적으로 보면 서울의 서부와 중앙 지역은 대부분 가본 곳인데 비해 동부 지역은 가보지 못했거나 심지어 잘 모르는 곳도 있더랍니다. 이 책을 통해 가까운 곳에 있는 새로운 탐방지 정보들을 알게 되어 무척이나 기쁜 마음 들었지요.^^ 마지막으로 기재된 <맺음말. 한강 아리랑>은 특이하게도 어떠한 문장이나 해설, 설명이 전혀 없이 민요조의 사설만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음.. 이걸 무슨 의미라 해석해야 할까요?

 

 

 

 

 

목차 앞에는 두 페이지에 걸쳐 한양을 그린 '도성도'와 '경조오부도'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1페이지에 하나의 지도가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너무 작은 글자들인지라 명칭은 알아 볼 수가 없었어요. '청계천은 오늘도 말없이 흐른다'에 수록된 '수선전도'도 그랬는데 좀 아쉽더군요.

 

 

 

 

 

 목차 다음에 나오는 내용은 일러두기였습니다. 다른 것은 그냥저냥 했는데 지명에 대한 내용 중 북한산과 삼각산, 북악산과 백악산이 자꾸 헷갈려서 해당 내용 읽다가 다시 일러두기를 찾아 펼치게 했었죠. 무엇보다 눈으로는 제대로 읽고 있는데 머릿 속에서는 자꾸 엇갈리고 꼬이는게 참 힘들더만요. 이젠 그럴 나이에 접어들었나 봅니다.

 

 

 

 

 

머리말에는 "싸가지"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나옵니다. 이게 참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듯 해 보였지요. 책에 따름 서울 사대문 명칭에 들어 있는 '인의예지'(흥인지문(동)의 仁, 돈의문(서)의 義, 숭례문(남)의 禮, 소지문(북)의 智)가 '4가지'라 합니다. "싸가지가 없다"는 "버릇이 없다", "기본이 안되어 있다"란 의미로 쓰인다는 걸 생각해 봄 그럴 듯 하지요. 그런데 이게 참말일까요? 사실 확인차 어학사전을 찾아보니 '싸가지'는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하면서 '싹수'의 방언이라고 나오더랍니다. "싹수가 노랗다"란 말을 생각함 이 말이 맞는거 같네요. 여하튼, 이 내용 때문에 싸가지에 대해 한시간이나 소비하면서 정보들 찾아보게 되었다죠?ㅎㅎ

 

 

 

 

 

본문 6장을 보면 1장에서 3장까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것을 주제로 삼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장별로 보면 내사산과 사소문, 청계천이 주제인데 잘 몰랐던 내용과 이야기들이 나올 때면 흥미롭고 재미나게 집중해서 읽게 되더군요. 이야기들 중 듣도 보고 못한 처음 알게 된 만초천(蔓草川) 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악재에서 발원하여 독립문을 지나 돈의문 사거리와 서울역 뒤 청파, 원효로를 지나 용산 일대로 흘러 삼각지에서 모여서 한강에 합류한다는 만초천은 지금은 복개되어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는데요. 만초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을 용산강이라 불렀고 근처에 77m 높이의 용머리를 닮은 용산(龍山)이 있었답니다. 지금의 용산구 명칭이 여기에서 유래되었다네요. 그리고 7.7㎞ 남짓 흘러가는 이 만초천에는 다리도 많았답니다. 경교장(京橋莊) 명칭의 유래가 되는 경교와 약현성당으로 가는 염천교도 만초천에 있었던 다리였다는군요. 책에 경교장 사진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그걸 보니까 예전 찾아가봤을 때 병원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던 경교장 모습이 마치 병원 부속건물로 보여졌던 안타까웠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4장과 5장은 역사와 위인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고 6장은 목멱산(남산) 주변을 주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멱산 따라 용산 여행이 유독이 시선을 붙잡았는데요. 아무래도 대부분 스쳐 지나치기만 했지 탐방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이 책 덕분에 개인적으로 서울 가볼만한 곳 여러군데가 발생했네요.^^ 목멱산에서 한강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용산에는 유독 부군당이 많이 있답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주민의 안녕과 동네의 번영을 기원하는 곳이라는 부군당은 이태원과 한남동, 서빙고동, 동빙고, 용문동, 산천동에 있다는데요. 저자는 물의 신인 용신(龍神)을 한강진에서 용산강까지의 부군당에 모신거라고 여기는 듯 합니다. 그리고 말로만 많이 듣던 해방촌, 동일한 지명이 전국 곳곳에 있지만 책에서 말하는 해방촌은 용산 미군기지 내 둔지산과 목멱산(남산) 사이를 말합니다. 행정구역명으로는 후암동과 용산2가동에 속한다 하구요. 여기에 부산 초량의 이바구길에서 보았던 168계단과 모노레일과 유사한 후암동 108계단과 경사형 승강기가 있다네요. 꼭 찾아가봐야겠습니다.

 

 

 

 

 

이처럼 책은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보다는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 기행'에 방점을 찍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제겐 흥미와 재미는 물론 새로운 서울 명소 탐방과 열정까지 주는 책이었는데요. 하지만 개인별 호불호가 있을 수 있기에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방송,책,웹 등을 통한 간접 여행 체험을 말하는 랜선여행이 붐이었죠. 랜선여행을 선호하거나 한국문화와 새로운 여행지 정보에 목말라 하시는 분이라면 무척 재미나고 흥미롭게 이 책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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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의 세계사 - 한 장으로 압축된 인류의 역사 EBS CLASS ⓔ
김종근 지음 / EBS 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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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지도 위의 세계사
- 한 장으로 압축된 인류의 역사 -

김종근 著 / EBS Books 刊 / 304 page1

 

 

 

 

 

 지은이 : 김종근

펴낸곳 :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발행일 : 2022년 8월 15일 1판1쇄

도서가 : 17,500원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래 지속적인 발견과 발명, 혁신을 통해 지금의 문명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세계 10대 발명이라 하여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요. 1위가 나침반이고 2위가 총, 3위가 금속활자라 그랬었더랬죠. 그런데 이걸 본 순간 전 나침반만 있으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랍니다. 나침반은 지도가 있어야 효용가치가 극대화되니까 말이죠.

 

이번 이야기는 이러한 지도와 관련있는 도서 후기입니다. <지도 위의 세계사>란 책인데 저자가 선택한 10개의 고지도를 해설하고 세계사에 미친 영향도 같이 이야기해주는 내용의 서적입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지리교육학을 전공하고 석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역사지리학과 지도학사를 연구하는 분입니다. 어려서부터 지도를 무척 좋아했다는 저자는 학교에서 받은 <사회과부도>를 매일 열심히 보면서 국명, 수도명 등을 많이 외었다네요. 저도 역시 그러했었는데 그 당시 사내아이들치고 사회과부도 열심히 들여다 보지 않는 녀석은 많지 않았었죠. 지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대학 들어가서였다는데 지도를 활용해 도보답사를 다니며 즐겁게 지도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고지도 연구와 여러 지도책을 펴내는데 참여하고 있답니다.

 

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10개의 고지도를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문이라 할 <들어가며>에선 저자가 지도와 관련하여 배우고 경험한 이야기들과 함께 책에 수록된 10장의 고지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10개의 고지도는 본문 10장 제목 그대로인데 <1장.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 <2장.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 <3장. 헤리퍼드 마파문디>, <4장.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 <5장. 배수의 제도육체>, <6장. 메르카토르의 아틀라스>, <7장.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 <8장.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9장. 김대건의 조선전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10장.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가 그것들입니다. 나름 지도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매우 짧은 지식 수준이었다는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1장에서 3장까지는 고대 바빌로니아와 그리스-이집트왕조, 중세 기독교시대와 같이 고대와 중세의 고지도가 대상이고, 4장부터 7장까지 세계지도 제작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친 지도들 이야기이며, 8장과 9장은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지도를 보여주는 장이고 10장은 특수 목적으로 제작된 지도를 설명하고 있는 장입니다.

 

고대와 중세시대 당시에는 지구가 편평하다는게 일반적인 상식이었죠. 바빌로니아를 건설한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 역시 우주가 세 하늘과 지표면, 그리고 이를 떠받치고 있는 물과 그 아래 지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의 그러한 인식을 바빌로니아 세계지도에서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기원전 6세기 경 제작되었다는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는 점토판에 새겨진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지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랍니다. 가로 8.2㎝, 세로 12.2㎝인 작은 점토판에 조감(鳥瞰,Bird-view)형식으로 그려져 있다는데. 사진으로 지도를 보니 이게 지도인가 싶더군요. 하지만 현재 전해지는 것이 많이 훼손되어 불완전하긴 하지만 그 내용들을 해석하여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이것을 만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지도에는 세상의 기원에 대한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내용을 기재하였고 현실 세계를 기호와 글자로 표현되어 있으며 바빌로니아를 지도 가운데 위치시켜 그들의 수도를 세상의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답니다. 이처럼 지도를 분석하여 그들의 우주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다고 하네요.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재직하던 천문학과 지리학에 있어 중요한 책 2권을 집필한 학자입니다. 그가 저술한 '천문학 집대성'은 가장 포괄적인 지구 중심 우주 모델을 제시한 책으로 정지한 구형의 지구가 구형 천체의 중심에 존재한다고 주장했고, 우주가 매일 동에서 서로 지구를 한바퀴 돈다는 내용도 들어있답니다. 그리고 그의 '지리학'은 총 8권으로 1권에 지리학에 대한 정의와 세상을 지도로 그리는 지도투영법을 설명했고 2~7권에서는 약 8천여 곳에 이르는 도시와 장소의 경위도를 정리했으며 8권에 26개 지역을 지도로 묘사하고 설명하고 있답니다. 여기에서 구체인 지구를 평면에 표현하는 도법이 나온다면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가 나온답니다.

 

'헤리퍼드 마파문디'는 영국의 헤리퍼드 성당에 소장되어 있는 세계지도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답니다. 선정 이유는 중세에 만들어진 세계지도 중 유일하게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전해지고 있다는 점과 지리학,역사학,인류학,민족학, 종교학, 신학과 관련하여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시각적인 백과사전 역할을 하고 있기에 중세 세계관을 이해하는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네요. 마파문디(Mappa Mundi)는 '마파'와 '문디'가 합쳐진 말로 마파는 식탁보, 테이블보, 냅킨을 뜻하고 문디는 세계를 가리키는 말로서 8세기경부터 서유럽 라틴어권 국가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르네상스 시기가 오기까지 약 6백 여년간 기독교 세계에서 세계를 설명하는 그림과 지도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며, 현재까지 1,100여개의 마파문디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중세 유럽은 기독교에 매몰되어 지도 마저 교리를 설파하는 도구로 쓰였고 당연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에 개발된 지도 제작 개념은 점차 잊혀져 갔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슬람 세계는 종교도 중시했지만 과학도 중시하고 문화적 다양성도 인정하는 개방적이었답니다.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는 이러한 과거의 성과를 발전시킨 이슬람 세계에서 1154년 출간된 '세계를 여행라려는 사람을 위한 유희'에 수록된 세계지도입니다. 9세기경 아바스 칼리프국에서 세계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포괄적으로 쓴 '세상 끝까지 펼쳐진 일곱 기후대의 경이로움'이란 아랍어 논문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는데요. 특이한 건 남쪽이 지도 위를 향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슬람 고지도를 보면 처음엔 이게 어딘가 싶지만 남북이 뒤집혀 있다는 걸 알고서 뒤집어 봄 금방 알아볼 수 있답니다.

 

5장의 도입부에는 김정호가 만들고 최한기가 서문을 쓴 '청구도'의 '청구도제'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에는 중국 위나라와 서진 시기의 지리학자이자 지도제작자인 배수(裵秀)가 사용한 지도 제작 원리인 '육체론'에 따라 지도를 제작했다고 연급되어 있다네요. 이걸 보니까 '배수의 제도육체'는 세계지도를 말하는게 아니라 중국의 지도제작원리(제도,製圖)인 육체론(六體論)을 말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육체론은 분율(分率), 준망(准望), 도리(道里), 고하(高下), 방사(方邪), 우직(迂直)이라는 6가지 원칙을 말한다는데 우리나라의 고지도들도 이 원칙을 활용하여 많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기원전 5세기 경 지도를 제작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고 완벽한 형태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는 한나라 시기의 것이라 합니다.

 

메르카토르는 지도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분이라면 다 아는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유명한 인물이죠.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는 1512년 벨기에 루펠몬데에서 태어난 지리학자이자 철학자, 수학자, 도구제작자, 판화가였답니다. 1534년부터 지도제작자로서 학문적 지식과 경험을 쌓기 시작하여 1537년에는 본격적인 지도제작에 나섰답니다.1569년에 그 유명한 메르카토르 도법을 개발해 18도폭 세계지도를 그렸는데 이것이 '항해용에 적합하도록 제대로 구성한 새로운 세계전도'랍니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지구상 두 지점간 각도가 정확하게 표현되는 세계 최초의 도법으로 경도선과 위도선이 모두 90도로 교차하여 어디든지 두 지점간 각도는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하지만 적도를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위도가 증가할수록 위도가 간격이 늘어나고 남극과 북극의 경우 위도선은 간격이 무한대가 된다는, 위도에 따라 축척 거리가 부정확하다는 치명적 단점도 있지요. 이것은 3차원 구인 지구를 2차원인 평면에 표현하다 보니 왜곡되게 되는 문제로 구형에 직각이등변 삼각형을 그리고 그 삼각형의 내각을 측정하면 180도가 아니라는 걸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도는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국토의 효율적 운영이란 측면과 국방 측면에서 지도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죠.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는 이러한 측면, 정확히는 영토 전쟁에 사용할 목적으로 17세기에 제작된 세계 최초의 지도로 카시니 가문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서 '카시니 지도'라고도 불린다고 하네요. 프랑스혁명 직후 국민공회는 카시니의 지도를 국유화하였고 이후 많은 전쟁을 치루는 나폴레옹에 의해 군사작전에 사용할 수 있는 더욱 정확한 프랑스 지도 제작으는 이어졌고 주변 국가의 지형도 제작까지 확장되었답니다. 이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우수한 지도학자와 지리학자가 양성되었고 지도학의 급격하게 높아졌으며 지도학, 지리학, 건축학 분야의 인재도 지도 제작 과정에서 함께 길러내게 되었답니다.

 

한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가 바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이니까요. 이 지도는 세계적으로도 인정하는 우리의 옛 세계지도로 미국 교과서에도 실렸다는군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태종2년(1402)때 제작된 지도로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원본은 전해지지 않고 사본 4장이 일본에 있다는데 류코쿠대학교, 텐리대학교, 혼묘지, 혼코지가 그곳이랍니다..

 

9장은 '김대건의 조선전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같이 셜명해주는 장입니다. 그런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지도겠지만 김대건의 조선전도는 저도 좀 생경한 지도였어요. 김대건의 조선전도는 1845년 김대건 신부가 마카오 주재 파리외방전교회 극동지부장 리브와 신부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함께 동봉한 지도로 나쁘게 봄 조선의 군사기밀인 전국지도를 외세에 유출하기 위해 모사한 지도라 할 것입니다. 책에는 김대건 신부가 무슨 목적으로 조선전도를 작성했는지에 대해 추정을 하고 있는데요. 당시 파리외방전교회에서는 조선에 카톨릭 성직자를 파견보내 포교하고자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리 정보가 필요했기에 김대건 신부가 조선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세밀한 지도를 복제하여 조선전도를 작성했을 것이라는 것이죠. 아무튼 조선전도와 그 당시의 지도들과 비교해 보면 '팔도지도'와 '팔도전도' 등 정상기의 동국지도 계통 지도 몇몇 개를 가지고 모사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100% 일치하는 지도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김대건의 조선전도 원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네요.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는 근대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1813년 영국 요크지방 출신의 존 스노가 콜레라 발병 원인을 밝혀내려고 철저한 현지 조사를 통해 알아낸 콜레라 환자 발생 분포를 지도에 표시한 것입니다. 이 지도로 인해 콜레라의 발병 원인은 독기이고 공기에 의해 전염된다 믿었던 그 당시 의학계 정론을 콜레라에 오염된 물이 바로 콜레라 전염 경로라는 진실을 증명하게 되었답니다.

 

책에는 10개의 고지도만 나오는건 아닙니다. 관련된 여러 고지도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지요. 김정호의 청구도와 대동여지도는 익히 보아왔지만 그 사이에 동여도란 지도를 제작했었다는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처음 보고 인지하게 된 고지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좋았구요.

 

책은 다양한 동서양의 고지도들과 동서양의 지도제작법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도와 관련된 당시의 시대상황과 역사적 사건 등 세계사 내용도 꽤 많이 나오고 있구요. 학창시절 사회과부도를 탐독했었던 분이나 지도 보는거 좋아하시는 분, 독특한 테마를 세계사와 연결하여 보여주는 이야기에 흥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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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하늘은 하얗다 - 행복을 찾아 떠난 도쿄, 그곳에서의 라이프 스토리
오다윤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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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도쿄의 하늘은 하얗다

- 그래, 내가 지금 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야! -

오다윤 著 / 세나북스 刊 / 220 page

지은이 : 오다윤

펴낸곳 : 세나북스

발행일 : 2022년 8월 10일 1판1쇄

도서가 : 15,000원

이번 서평은 일본 도쿄(東京)에서 유학과 직장생활을 했었던 여성이 집필한 에세이 후기입니다. 책 제목은 <도쿄의 하늘은 하얗다>인데요. 이 책은 신간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변화되고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게 되는 1인 출판사, '세나북스'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이번 역시 바로 전에 출간한 책(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2)과 비교해 봄 많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요.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암튼, 전 그냥 그런 변화되어 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고 참 좋습니다.^^

저자는 안정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무엇이든 하고 보는 자유로운 행동파라고 자평하는 여성으로 해외에서 청춘을 보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갔고 일본 도쿄에서 직장생활을 했었다는 분입니다. 지금은 국내에서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며 여행을 일상으로 사는 꿈을 위해 여전히 고민하고 방황중이라고 하네요. 저자 소개 내용을 보니 연배가 궁금해졌는데요. 찬찬히 책을 읽다 보니 30대 초반의 여성이란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프롤로그에는 "서른이 넘어서" 란 구절이 나오니까요. 그 연배라면 여전히 고민과 방황중이란 말이 이해가 됩니다. 저자 역시 대학 졸업 후 우리나라에서 첫 직장을 구하는데 1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다네요. 이처럼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헬조선'이란 말이 흔하게 쓰일 정도로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 하니 30대면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훨씬 많은 젊은 청춘들인데.. 대한민국 미래가 심히 우려스럽네요..

책은 프롤로그, 5장의 본문,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그 구성이 매우 독특하더군요. 글들을 보면 에세이가 맞긴 한데 여행가이드북 같은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수록된 사진의 품질도 사용된 용지의 수준을 생각함 매우 훌륭했답니다. 글자의 크기도 종전 책자보다 좀 더 커져서 보기에도 편안했구요. 한가지 아쉬운건 폰트를 키우다 보니 여백이 많이 줄어들어 손으로 책을 잡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여백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아마도 정해진 용지 크기에 편집까지 끝마친 상태에서 글자만 키운게 아닌가 싶었어요.

본문은 테마별로 4개장을 구분했는데 City, Natural, Tasty, Vacance였고 마지막 장은 27세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저자가 이후 걸어온 여정과 소회, 앞으로의 기대와 다짐으로 마무리됩니다. 흐음.. 전 20대 후반에 뭐했었나 되돌아보니 직장 다니다 결혼하고 그 이후론 처자식 부양코자 그저 죽어라 일했던 기억 밖에 없네요.. 저자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혁신적인 변화에 도전해 본 적이 없었던게 참.. 한번 뿐인 인생인데 아쉬운 마음 뿐입니다...

책은 사진으로 시작되고 사진으로 끝납니다. 일본말로는 사꾸라라고 하는 벚꽃 가득한 공원 사진이 첫 페이지였고 두번째 페이지는 한낮의 도쿄 타워의 모습 사진이었으며,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해가 진 후 어둑해 질 무렵의 도쿄 타워 사진이었습니다. 그렇게 책 앞뒤로 각 8페이지에 걸쳐 풀컬러 도쿄 스냅사진들이 펼쳐지는데요. 제 눈에는 그 사진들이 일본의 느낌이 들어있어 보여서 더욱 좋아 보였습니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동아시아에 위치한 나라이지만 우리나라와는 결이 참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았어요.

본문은 테마별로 각 장이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의 경우에는 도쿄의 주요 도심지역을 소개하는 있었고 2장은 도쿄에서 자연의 모습을 느껴볼 수 있는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3장은 도쿄의 맛집을 소개하는 장이었는데 구성이 다른 장과는 많이 좀 달랐어요. 4장은 도쿄에서 쉼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들을 소개하는 장이었구요. 각 장마다 소개지역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저자의 경험담, 방문 소감이 이어지고 그 이후에 핫플레이스, 추천 맛집, 추천 명소 코너들이 나옵니다. 이 부분 때문에 여행가이드북 같은 느낌이 들었지요. 

본문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20대 후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여성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들 몇개 요약해보려다 너무 많은 정보를 올리는 것 같기에 생략하오니 궁금하시면 서점 가셔서 책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각 장이 끝날 무렵에는 <도쿄 노트>라는 스페셜 코너가 등장합니다. 꽤 쏠쏠한 재미가 있었던 내용이었는데요. 여기에는 '기회의 땅, 일본', '일본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어?', '일본 사람은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일본에서 살아보기'가 나옵니다. 그중 <3장. Tasty Tokyo>의 마지막에 나오는 '도쿄 노트 - 일본 사람들은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의 내용이 아주 흥미로왔죠. 저자가 일본 도쿄에서 살면서 만난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 매우 호의적이었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을 친구로 사귈 때 마음을 터놓고 친해지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 겨우 친해졌다 생각해도 연락을 자주 해주지 않았다네요. 하지만 한번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고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잊지 않고 보고 싶다며 연락을 해주고 끝까지 챙겨주었다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엔 이 부분은 전세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친해질 때까지의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친해지고 나서는 만국 공통인 이야기라 생각되었어요. 그리고 일본인과 친구가 되기까지 아주 오래 걸렸다는 부분에서는 일본인들만의 성향이라 하는,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자기 본심을 의미하는 '혼네(本音,ほんね)'와 외부에 보이기 위해 사회적 규범에 맞춰 표현하는 걸 의미하는 '다테마에(建前,たてまえ)의 영향 때문 아닐까 싶었구요.


마지막 에필로그의 내용도 인상적이었어요. 일본 여가수 나카지마 미유키가 1992년 발표한 '糸(멱/사)(いと,이토)'란 노래의 마지막 가사 부분으로 시작되는 에필로그는 일본인들의 인연에 대한 가치관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사람의 인연이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다라..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설정 같았죠. 아마도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보았을겁니다. '이토'란 노래의 가사 찾아봤더니 그 내용이 무척 서정적으로 느껴졌는데 이게 다 7~80년대 국내방송에서 줄창 틀어줬던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일본문화에 세뇌(가스라이팅)되어진 흔적 아닌가 싶더군요. 당시 방송했던 TV만화에서 벚꽃 흩날리는 장면 정말 많이 봤었으니까요. 

일본말로 행복(幸福)을 의미한다는 '시아와세(幸せ;しあわ)'의 어원은 여러 사건이 맞물려 만들어지는 운명이란 의미의 '시아와세(仕合せ)'에서 온 것이랍니다. 다시 말해 일본인들은 행복을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고 그런 하루들이 모여 만들어 낸 우연과 운명이 얽힌 결과물이라는 것이라네요..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게 아닌, 당면한 현실을 그냥 받아 들인다는 느낌이 들던데 이는 수동적인 자세의 극치란 생각이 들더군요. 책을 통해 일본인들의 특이한 또 다른 가치관 한가지를 알게 되었어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지금은 일본내 극우파들이 벌이는 작태들로 인해 심정적으로는 아주 멀어져 버린 나라라고 여겨집니다. 모든 일본인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21세기 들어 일본 사회지배층들이 자기네 헌법을 개정해서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고 한다 하니 심히 우려스럽기도 하구요. 우리나라로선 그들이 지난 악행과 과오들을 속죄하고 개과천선하는 그런 날이 오길 기다릴 수 밖에 없지만 여하튼 걱정스럽네요. 최근에는 일본 SNS에 혐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혐한범죄까지 횡행한다 하니 이제는 일본 일부 극우파들만의 문제만은 아닌거 같습니다. 고대에 한반도 도래인이 일본열도로 건너가 왜인들을 교화시키고 나라를 세웠으며 일본왕가의 근원이 되었다던데.. 세상 일이란게 참 모를 일입니다. 아마도 일본인들의 행복에 대한 가치관처럼 수동적인 일본인들을 볼모로 권력과 금력을 탐하는 일부 무리들의 농간이 그렇게 변모시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책 말미에 나오는 프롤로그 읽으면서 생각해 봤어요. 여러모로 일본에 대해 생각 좀 하게 해주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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