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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손진익 지음, 한용욱 그림 / 북산 / 2022년 11월
평점 :
서평 /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 강원도의 명산 가리왕산과 자장율사 이야기 -
손진익 著 / 도서출판 북산 刊 / 17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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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이 : 한용욱
펴낸곳 : 도서출판 북산
발행일 : 2022년 11월 7일 1판1쇄
도서가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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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과 북평면, 평창군 진부면에 걸쳐 있는 해발 1,562미터에 이르는 산으로 산림청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각광받는 산입니다. 기암절벽과 높이 치솟은 강원도의 여느 산들과는 달리 가리왕산은 거친듯 하면서도 완만하고 정상은 평평한 모습을 하고 있다지요. 이러한 가리왕산과 관련된 도서 한권이 출간되었다기에 입수하여 읽어 보았습니다. 도서카페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입수하게 된 이 책은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라는 다소 긴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요. 내용은 가리왕산과 자장율사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정선 아리랑과 정암사 등 정선의 문화유산도 같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동양화 느낌 가득한 그림들이 책 곳곳에 수록되어 있어서 여느 책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을 주고 있구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놀랍게도 로미지안가든을 설립하신 분이었답니다. 정선 여행 갔을 때 로미지안가든에 가보았는데요. 10만평이라는 대규모의 공원를 설립하신 분 이야기를 들었는데 로미지안은 부인이 로미, 저자는 지안이란 애칭이어서 명명했었다 들었습니다. 가든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아내의 건강을 염려하던 저자가 정선의 맑고 깨끗한 청정 자연에 아내를 위한 정원을 만들게 되었다 했었구요. 참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었는데 저자 소개란을 보니 여러 책들을 집필하셨더군요.
책은 서두와 총 4부의 본문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머리에'에는 왜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자락에 10여년째 자리잡게 되었는지, 자장율사와 가리왕산 이야기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어요. '1부. 가리왕산과 자장율사'는 제목 그대로 가리왕산과 자장율사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고, '2부. 깨달음의 소리, 아리랑'은 아리랑과 정선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가, '3부. 깨달음의 사찰, 정암사'는 정암사의 연혁과 그 내용들, '4부. 설화로 읽는 정산의 문화유산'에서는 정선향교나 삼굿놀이, 상유재 고택 등과 같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알아둘 만한 정선의 문화유산들을 소개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구요.
가리왕산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는 가리왕산과 자장율사의 이야기랍니다. 자장율사는 말년에 갈반지를 찾아서 오대산을 거쳐 가리왕산에 이르렀고 당시 이름이 없었던 산에 석가모니와 인도의 가리왕의 설화를 들어 자리왕산이라 지었다 합니다. 자장율사는 신라 진평왕(590)때 선덕여왕의 친족인 무림공의 아들로 출생한 고승으로 일찍이 부모를 여읜 뒤 스스로 영광사를 짓고 출가하였답니다. 선덕여왕(636)때 당나라에 들어가 구법수도를 하다가 중국 청량산(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뒤 깨달음을 얻었고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 불두골, 사구계를 받아 이것들을 가지고 신라로 귀국하였다죠. 신라에 돌아와 대국통에 임명된 자장율사는 황룡사와 통도사를 창건하였고, 말년에는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경주를 떠나 평창에 수다사를 짓고 머물렀고 오대산에 월정사를 세웠으며, 이어 갈반지를 찾아가 석남원(정암사)을 지어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였답니다. 그런데 자장율사가 정암사에서 문수보살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남루한 옷차림에 죽은 개를 삼태기에 메고 찾아 온 늙은 거사를 아상에 사로잡혀 문수보살임을 알아보지 못한 채 돌려보냈다가 뒤늦게 알아차리고 쫓아갔지만 결국 친견하지 못했고 입적하기 전까지 문수보살을 그리워하다가 끝내 집착과 아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는군요..
아상(我相)
나에 대한 관념과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일련의 관념을 말하는 것으로 실체적인 자아가 있다는 그릇된 관념을 의미하는 불교교리.
아집(我執)이라고도 불리움.
가리왕산에 얽힌 설화 중에는 맥국 설화란게 있답니다. 이 이야기는 춘천과 횡성, 평창 등 영서지방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 있다는데요. 강원도 춘천지역에 있었던 고대의 소국이었던 맥국은 갈왕이 전쟁을 피해 가리왕산까지 왔다가 그 빼어난 풍광에 감탄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다 합니다. 18세기 이후 제작된 고지도에도 갈왕의 맥국 표시가 있다는데 지금의 신북읍 발산리가 맥국의 왕궁터라 전해진다는군요. 그 곳의 여러 지명들에서도 맥국과 관련된 이름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구체적인 사료는 찾아볼 수 없지만 전해지는 설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리왕산과 맥국과의 관련성, 가치와 중요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어요.
책에는 인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주옥같은 문장들이 나옵니다. 성현들의 가르침이나 명상의 시간 같은데서 들려주던 그런 문장들 같기도 한데요. 아무튼, 그중 몇 개 문장 여기에 올려 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균형이 있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지나가면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출처 :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p.83
삶은 유한하지만,
인생의 가치는 끝없이 무한합니다.
매일 꽃밭에 물을 주듯이 내 인생의 꽃밭도 소중하게 가꾸어 보세요.
당신과 함께 하는 이 모든 순간이 소중해집니다.
출처 :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p.125
어린 찻잎 하나가 나를 가르칩니다.
어리석음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알아차리고
지혜롭고 긍정적인 나로 거듭나게 합니다.
출처 : 가리왕산, 자장율사를 품은 깨달음의 순례처 p.155
앞에서도 말했듯이 책 본문의 마지막인 4부에는 정선의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중 삼굿놀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인분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삼굿놀이는 '삼굿'이라는 삼을 실로 짜내기 위해서 거치는 노동집약적인 여러 과정 중 삼을 쪄내는 과정을 놀이로 풀어낸 것이라 합니다. 옛날에는 삼찌기와 삼찌기 후 깨끗하게 씻어 말리는 과정까지 워낙 일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에 온 마을 주민들이 다 함께 했었고, 그러다 보니 삼굿놀이란게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지금의 정선 삼굿놀이는 정선문화원에서 고증을 통해 복원한 것으로 매년 8월말에 정선군 남면 유평리 주민들이 삼굿놀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답니다.
이처럼 책은 가리왕산이나 자장율사에 대한 이야기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강원도 정선의 다채로운 문화유산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책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가리왕산과 자장율사 이야기(1부)이지요. 강원도 정선과 가리왕산과 자장율사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책 한번 읽어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