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 발칸유럽 - 발칸에서 동서방교회를 만나다
이선미 지음 / 오엘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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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오래된 시간, 발칸 유럽'

- 발칸에서 동서방교회를 만나다 -

 

 

 

 

 

 

지은이 : 이선미

펴낸곳 : 오엘북스

펴낸날 : 2020년 10월 22일 초판

도서가 : 16,500원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은 언감생신인 요즈음 오랜만에 해외여행 관련 서적을 읽었습니다. 유럽중에서도 발칸반도 일대에 대한 내용으로 인문학적인 내용이 많이 수록된 여행기이었는데요. 살아 생전 유럽에는 가본 적이 없는 저로선 그간 어디든 유럽 여행기라면 일단 읽고 봤는데 읽다 보니까 발칸반도에 대해서 거의 무지하더란 사실을 일깨우게 해 준 그런 책이었죠.

보통 발칸반도라 불리우는 발칸유럽에는 현재 10개국(그리스,불가리아,알바니아,세르비아,코소보,몬테네그로,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북마케도니아)이 있다는데 동남부 흑해에 닿아 있는 루마니아의 도브루자 지역이 발칸반도에 속한다고 보기도 한답니다.

 

 

 

 

 

저자는 국문학과 신학을 공부한 분인데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고 시와 음악과 그림의 문턱을 넘었다 합니다. 흐흠.. 표현이 문학적이란 느낌이 드네요.^^ 책을 읽어보면 저자 혼자서 발칸반도 일대 유럽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이 보이는데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불행한 역사 속에서 공존을 배워 온 발칸반도를 찾아가 그리스도교회가 갈라지기 전의 자취를 접할 수가 있었답니다. 그곳을 생각하면 애틋한 심정이 된다면서 사랑과 연민과 공감어린 따뜻한 시선으로 여행기를 풀어가고 있었죠. 종교적 색채가 약간은 묻어 있는 듯 하면서도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의 여행인문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추천의 글>과 <들어가며>로 시작되어 본문 20장, 마지막으로 <참고자료>와 <나가며>로 마무리됩니다. 처음엔 발칸반도에 대해 별다른 생각없이 읽었는데 그곳에 있는 국가가 초중고시절에 배웠던 국가와는 너무나 다르다는걸 깨닫게 되면서 뒤늦게 세계지도 펼쳐봤답니다. 20세기말 공산권 국가들이 해체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분리, 독립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기도 했지요.
 
 

 

 
 
발칸유럽은 유럽대륙에서도 남동쪽에 위치한 발칸반도 지역을 말하는데 아드리아해와 이오니아해, 에게해, 마르마라해, 흑해에 둘러싸여 있어 반은 남유럽, 반은 동유럽의 일부라 합니다. 예로부터 이 지역은 반도라는 지정학적 요소와 다양한 민족간의 대립, 열강의 간섭 등 분쟁 소지가 많았기에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워 왔었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 것도 이곳에서의 분쟁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민족들이 분포되어 거주하고 왔기에 코소보사태, 보스니아 내전 등 21세기에도 많은 내전과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구요.
 
 

 

 
 
초중생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기억으론 발칸반도에 유고슬라비아와 알바니아, 불가리아, 터키, 그리스가 있었는데요. 1991년에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가 분리 독립을 하고 1992년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분리 독립하면서 유고연방이 해체되자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신유고연방을 결성하였답니다. 하지만 2006년에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연방국은 분리 독립하게 되고 2008년에는 세르비아에서 코소보가 분리 독립하였다고 합니다. 공산권이 해체되던 1990년대 이후부터 20여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본문은 발칸반도의 주요 국가의 도시를 기준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슬로베니아, 세르비아의 벨그라드(베오그라드)와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의 스코페와 오흐리드,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와 메주고리예, 불가리아의 소피아,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와 자그레브의 순서로 이어지는데 처음 듣는 도시도 많았지만 익히 들었던 도시도 꽤 나오죠. 하지만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새로 성립된 나라에 속한 도시라는게 좀 낯설었습니다. 
 
 

 

 
 
책은 동방교회에 대한 내용은 물론 그 기원과 발칸유럽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발칸유럽의 동방교회의 기원은 로마제국이 동서로 갈라지게 된 것에서 시작되었답니다. 330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제국의 수도를 로마에서 비잔티움(지금의 이스탄불)로 옮기면서 콘스탄티노플로 개칭했답니다. 395년에는 그리스도교를 로마의 국교로 삼은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로마제국을 둘러 나누어 큰아들은 동로마제국을, 둘째아들은 서로마제국을 통치하게 했다 하구요. 이로 인해 동서로 로마제국은 분할되었는데 서로마제국은 게르만민족 대이동으로 476년 멸망하게 되었고 동로마제국은 그로부터 1천여년간 비잔티움 제국으로 이어지는데 1453년 오스만제국에 멸망하였답니다. 
비잔티움제국의 그리스도교 동방교회는 스스로를 정교회(Orthodox)라 말하는데 로마 바티칸 교황의 지배를 받은 서방교회(Catholic)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죠. 책에는 <더 알아보기>라는 코너를 수록하여 발칸유럽과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들이 나옵니다.
 
 

 

 
 
동방교회에서 성화(icon)는 교회와 신앙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고 합니다. 이콘이라 불리는 성화는 '하나님을 회상하게 하는 개방된 책'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는데요. 그만큼 동방교회에서 이콘은 예배의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서방교회에 비해 더욱 각별한 의미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동방교회(정교회) 성당에 가보면 이콘으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이는 예술적인 창작물이 아닌 교회의 믿음을 전하는 성경과도 같은 존재라 하네요. 서방교회에서 볼 수 있는 성화들과는 그 느낌이 좀 다르게 느껴지는데 이는 헬레니즘과 이슬람의 영향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책은 발칸유럽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중세 암흑시대(Dark Ages)로 대변되는 서방 카톨릭교회와는 다르게 최초 그리스도교의 정통성을 이어왔다는 동방 정교회의 모습들에서 슬라브 민족의 저력 같은게 엿보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발칸유럽이 다양한 민족과 종교와 언어가 뒤섞여 빚어낸 문화는 아름답지만 동방과 서방의 경계에서 그들이 감당해 온 그 역사는 피지배와 착취의 고된 날들이었다 합니다. 어쩐지 우리 한반도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듯 보여 개인적으로 더 정감이 가더군요. 살아 생전 유럽으로 여행갈 날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서유럽 보다는 동유럽, 동유럽 보다는 발칸유럽에 가보고 싶단 생각이 책 읽으면서 많이 들었습니다. 발칸유럽. 그들의 앞날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고 충만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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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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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

 

 

 

 

 

 

지은이 : 천경(천미경)

펴낸곳 : 북코리아

발행일 : 2020년 9월 15일 초판

도서가 : 15,000원

 

 

 

 

 

 

서양철학서적은 대개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문장들로 채워져 있는데다가 분량 또한 방대해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동양철학의 책들 또한 두껍고 방대하지만 제 느낌상으론 내용은 그다지 어렵단 생각이 들지는 않더랍니다. 그건 왜 그런걸까요? 아마도 서양인들의 문장 구성법과 동양인들의 문장 구성법간에 차이가 있다는게 원인 아닌가 싶은데요. 물론 번역의 문제도 있겠지만 서양인과 동양인의 표현방식은 매우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철학서적들에 수록된 문장의 길이를 비교해 보면, 저만의 생각입니다만, 서양은 일상에선 보기 어려운 단어들로 가득한 기나 긴 문장들, 만연체가 많이 쓰여지는데 동양은 일상적인 단어들로 구성된 간결체가 많은 편인 것처럼 말이죠. 이건 철학도서뿐만이 아니라 소설, 에세이 등 모든 저작물에서 다 그런 차이가 있는거 같습니다. 그래서 헤밍웨이의 소설처럼 단문이 많은 글들이 동양에선 인기가 많은가 봅니다.

 

이번 도서후기는 이러한 불편함과 어려움을 뛰어 넘게 해주는 책으로 니체의 철학사상을 한국인 저자가 에세이처럼 풀어내 집필한 도서입니다. 책 제목은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로 부제로 '천경의 니체 읽기'라 되어 있었구요. 

책 뒷표지에는 <이런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라면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지만 어려워서 망설이는 분", "니체에 대해 알고 싶지만 저서가 방대해서 엄두가 안 나는 분", "책을 읽으며 명랑하게 웃고 싶은 분"이라 쓰여 있는데요. 처음엔 첫번째와 두번째 추천 이유는 공감이 갔는데 세번째는 좀 갸우뚱이었죠. 전 니체의 사상은 엄숙하면서 좀 어두운 느낌이라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그 세번째 이유가 왜인지 공감이 가더랍니다. 한때 니체의 저서 몇권 읽어 봤긴 했지만 번역서 특유의 난해함에 두번 다시 쳐다 보지도 않아 내용들 거의 기억나지 않았는데 이 책으로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몰랐던 것들까지 새로이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기자와 편집장으로 사회 경력을 쌓으신 분입니다. 홍대 인근에 있는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서양철학자들의 저서를 읽고 공부하는 <잡종의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인터넷에서 저자를 찾아보니 출간 인터뷰와 뉴스들이 검색됩니다. 인터뷰내용 중 니체의 문장에 대한 얘기가 있는데 저자도 니체의 문장 대부분이 비유와 상징의 잠언형식으로 고혹적일만큼 아름답고 아프지만 웃기기도 한다네요. 이건 어떻게 이해 해야하는 것인지..

책은 저자가 경험한 방귀 관련 에피소드를 니체의 철학과 연계하여 풀어내는 등 니체의 사상을 쉽고 재미나게 설명해 주는데다가 글 솜씨 또한 맛깔스럽기에 읽는 맛이 정말 좋습니다. 

저자는 니체의 모든 저서들을 읽는데 2년여가 걸렸다고 하면서 현재도 유고를 읽고 있다 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글을 쓰고 싶어졌다는데요. 때 마침 언론으로부터 칼럼 기고 제의가 들어와 니체 칼럼을 쓰게 되었고, 2017년부터 매주 한편씩 <천경의 니체 읽기>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으며, 그 글들을 모아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랍니다

 

 

 

 

 

책은 <서문>, <1. 인식은 슬픔이다. 아니다. 인식은 웃음이다>, <2. 공부하기 좋은 날>, <3. 아모르파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목차를 봤을 때 각 장의 분류에 어떤 의미가 있는건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어요. 

한가지 확실한건 각 장의 제목은 장내에 있는 소주제 제목에서 따왔다는 것인데요. 이건 보이는대로 느낀 제 생각일 뿐 별다른 의미가 있는건 아닙니다.

 

 

 

 

 

먼저 니체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레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1844년 독일(프로이센) 작센지방의 작은 마을 뢰켄에서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1900년 바이마르에서 10년간 정신병을 앓다 사망하였습니다. 1864년 본대학에서 신학과 고대철학을 공부하다가 한학기만에 신학공부를 중단하였고, 1867년에는 군에 자원입대하여 5년간 복무후 제대합니다. 1869년 바젤대학교 교수가 되어 1879년까지 역임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이 출간되었답니다. 건강 악화로 인해 퇴직한 후에는 산속에 들어가 요양과 집필에 전념하여 <즐거운 학문(188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5)>,  <이 사람을 보라(1888)> 등 다수의 저작들을 출간하게 되지요. 사망 후인 1901년에는 니체의 누이 엘리자베드에 의해 니체의 만년 유고를 편집한 <힘(권력)에의 의지(1901)>가 출간되었답니다.

 

책의 서문 첫 문장은 "대부분의 철학책은 어렵다."입니다. 정말 공감 200%인 말이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왜 그런 어려운 책들을 읽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엔 니체의 사상과 그의 어록을 봄 왠지 저와 비슷한 생각인 것 같은게 남 얘기같지 않은지라 니체 관련 해설서는 종종 읽게 됩니다.(번역서는 빼고요) 이 책도 그런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는데 저자의 생각과 경험, 느낌들을 담아 에세이 형식을 빌어 니체의 사상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내용이어서 무척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었지요. 

에세이 형식이라 그런지 글 읽다가 중간중간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게 되어 독파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요. 이해하기 조차 어려워 읽는데 급급한 채로 더디게 읽게 되는 다른 번역철학서들과는 확실히 달랐던 장점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내용이 무척 재밌고 흥미롭습니다.

 

니체의 철학사상은 초인사상(위버멘쉬, Übermenschoverman)과 영원회귀(ewig wiederkehren)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신은 죽었다(Gott ist tot, God is dead)"일 것입니다. 책에 따름 이 말은 기준이나 척도의 사라짐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고 하면서 보편진리, 절대정신 등 전통 형이상학 세계에 대한 종언 선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니체의 저서 '즐거운 학문(Die frohlich Wissenschaft)'을 인용하면서 니체는 '신이 죽은 사건은 아직 방황중'이며 '신을 죽인 행위는 위대한 행위'라 평가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신을 죽인 것은 바로 교회라 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가 '즐거운 학문'의 제125절 마지막 문장 "이 교회가 신의 무덤과 묘비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로 들고 있구요. 쉽게 말해 교회의 잘못된 여러 행태가 신을 죽이고 인간이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것이죠.

 

그간 이 말, '신은 죽었다'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가 그 원전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신의 죽음과 그 상실감이 처음 기술된 것은 '즐거운 학문'이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신의 죽음 위에 초인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는 신의 죽음으로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발휘하면서 초인으로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네요. 

초인(위버멘쉬)는 자신의 힘 의지로 사는 사람으로 자유정신의 소유자이자 자기를 넘어선 존재이고 어린아이 같은 긍정의 인간이랍니다. 초월적 존재에 의지하지 않고 무한 긍정의 삶을 사는 초인의 세상에는 무수한 길이 펼쳐져 있기에 그 길 위에서 고통을 긍정하며 명랑하게 사는 초인,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 세상은 새롭게 반복되는 영원회귀라고 니체는 알하고 있답니다. 결국 신의 죽음은 초인의 출현을 잉태하고 이는 영원회귀로 이어진다는 말인데 이것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다루는 내용들이라죠.

 

어쩌다 보니 도서후기 내용이 철학 수험서 요약처럼 흘러가 버렸네요.. 책은 이러한 딱딱한 철학 관련 내용보다 에세이스런, 도서제목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의 일상 체험들을 감성적인 문장으로 써내려간 문장들도 꽤 많이 나옵니다. 그러한 내용들을 여기에서 언급하긴 좀 그렇네요.. 

앞에서 말한 <이런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의 세가지 유형 외에 "감수성 넘치는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에게도 추천할만한 좋은 책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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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 세가 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이해원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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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사마천 <사기> 명언명구(세가)'

-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국 고전의 꽃 '사기'를 읽어라 -

 

 

 

 

 

 

지은이 : 이해원

펴낸곳 : 글로벌콘텐츠

발행일 : 2020년 9월 20일 1판1쇄

도서가 : 14,800원

 

 

  

 

 

 

 

중국의 역사서 중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은 전한시대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史記)라고 합니다. 궁형(宮刑)이라는 치욕스런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친의 역사를 서술하여 가업을 이으라는 유언을 이행하고자 궁형이라는 치욕스런 처벌을 감수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지요. 중국을 이해하는데 첫번째 필독서이자 삼국지와 함께 중국 고전 중의 고전이라 일컬어진다는 사기는 수많은 고사성어를 낳기도 했답니다. 이번 도서후기의 대상은 그러한 중국 고사성어들의 보고인 역사서 사기 중 세가편에 나오는 명언명구들을 해설하고 있는 <사마천 <사기> 명언명구/세가>란 책입니다.

 

책의 저자는 국내 대학의 중문과를 졸업하고 대만에서 석사학위를, 호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는 중국학 교수로 재직중인 분입니다. 저서를 살펴봐도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많은 책을 집필할 정도로 중국통인 분이란걸 잘 알 수가 있었죠. 몇달전 동일출판사, 동일 저자가 집필한, 이 책보다 앞서 출간된 '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 본기'를 읽었었기에 어떤 형식으로 되어 있을거라 짐작했는데 그 짐작대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책은 머리말로 시작되어 총 61개의 명언명구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해설이 이어집니다. 흔히 사자성어라 일컬어지는 경구들로 유사어들도 참 많이 볼 수가 있었는데 생소한 것들이 참 많았어요. 익숙한 고사성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은 충격을 먹기도 했습니다만 중국인들도 이 많은 경구들을 과연 다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머리말에는 사기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사기(史記)는 중국 전한(前漢)시대 사마천이 본기(本記) 12권, 표(表) 10권, 서(書) 8권, 세가(世家) 30권, 열전(列傳) 7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설상의 오제(五帝)중 한 사람이었다는 요(堯)임금에서부터 한무제(漢 武帝)에 이르기까지 저술한 기전체 형식의 역사서입니다. 그 가운데 본기와 세가, 열전 세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군요. 세가는 세습 왕후의 제후국과 한대(漢代) 제후, 공신 귀족의 흥망과 사적, 그리고 특별한 인물의 행적을 기술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머리말 부제로 <태사공서(太史公書)>라 쓰여 있고 별다른 설명이 없길래 이게 뭔 의미인가 알아보니 <사기>의 본래 명칭이라고 합니다. 사마천의 자신이 저술한 책에 '사기'라 제목을 붙인 적이 없었고, 그의 사후에는 '태사공서', '태사공기'라 불리다가 진(晉)나라 이후 부터 '사기'라 불리웠다고 하네요.

  

책에서 제일 먼저 소개하는 명언명구는 <탄위관지(嘆爲觀止)입니다. 예술, 학문 등이 완벽하여 최고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감탄할 때 쓰인다는 이 경구는 한자 의미상으로도 사물의 최고 정점에 도달하였기에 여기에 더할 것이 없다는  뜻이랍니다. 원문에는 네글자가 나오는게 아니라 두글자, '관지(觀止)'만 나온다는데 탄위관지와 같은 뜻으로서 "감탄해 마지 않는다", "더할 나위 없이 아주 훌륭하다"를 의미한다는군요. 오나라 공자 계찰이 주나라 천자의 음악을 간직하고 있는 노나라를 방문하여 주나라의 음악과 춤을 감상하면서 하는 말 중에 이 경구가 나온답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은 많은 사람들에게 원수를 갚으려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딘다는 말로 잘 알려진 사자성어이죠. 그런데 책에서는 '상담(嘗膽)'이라고만 하면서 '와신상담'과 같은 뜻이라 하고 있습니다. 원수를 갚거나 절치부심하여 실패에서 재기하는 비유에도 사용된다 하구요. 책에 따름 '사기'의 '월왕구천세가'중에는 '와신'은 나오지 않고 '상담'만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간 섶에 눕고 쓸개를 햝는다는 '와신상담'은 그 출전이 사기라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의 내용이었죠. 책에는 이처럼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일깨워주는 내용들이 꽤 있었어요.

 

'왕후장상녕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는 국사시간 고려 무신정권시대 배울때 많이 들었던 "왕후장상이 어디 씨가 따로 있냐"의 원문입니다. 우리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원문은 생소했는데요. 이는 '사기'의 '진섭세가'에 나오는 내용으로 진시황이 죽고 환관 조고가 진시황의 아들 호해를 황제에 옹립하면서 진나라의 권력이 조고에 의해 좌우될 당시 진승과 오광이 난을 일으키면서 사람들 앞에서 호소한 내용 중에 나오는 것이라는군요.

 

이처럼 책은 사기의 세가편에서 인용되어진 많은 명언명구들을 그 전후 내용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 외에도 수많은 사기 세가편에서 파생된 고사성어들이 있겠죠. 하지만 제 경우처럼 이 책에 수록된 경구들 대부분 모르더라도 일상에 아무런 지장이 없단 걸 생각함 알면 좋고 몰라도 별 상관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고사성어가 파생된 그 전후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이 책이 딱 좋을 듯 하기에 그런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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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 편지 왔습니다, 조선에서!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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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 21세기 역사덕후 청년의 감성으로 조선의 편지를 해석하다! -

 

 

 

 

 

 

지은이 : 박영서

펴낸곳 : 도서출판 들녘

발행일 : 2020년 8월 28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편지(Letter)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전 from ... to ...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부분이 편지 어디에 자리하는지가 늘 헷갈렸거든요. 편지는 수취자에게 안부나 소식, 감정 등을 전달하기 위해 쓰는 글이죠.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손편지 쓰는 사람 보기 힘든 시대이긴 합니다만 손편지에서 전달되는 느낌이 전자메일(E-Mail)과는 완전 다르기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쓰고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손편지 써본지 수십년은 된 것 같네요.

최근 조선시대 편지를 주제로 한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책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쓴 국문,한문,국한문 혼용의 다양한 유형의 편지들을 저자가 현재의 문체로 의역하고 윤색,편집한 글에 대해 다양한 내용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도서 제목이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이었죠. 책에 나오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쓴 편지 내용들이 오늘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게 새롭게 다가왔어요. 

'저자의 말'에 따름 조선시대 편지가 전해진 유형에 세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개인문집이나 편지글 모음집이고 두번째는 가문 내에서 전해져 오는 편지들이며 세번째는 고인의 무덤에 함께 묻은 편지가 먼 훗날에 발굴되는 경우랍니다. 저자는 이중 세번째에 해당하는 편지들이 더 생생하고 일상을 그려볼 수 있는 선명도가 높다고 하네요.

 

 

저자는 1990년생으로 올해 이립(而立), 서른 살으로 젊다면 젊은 남성분입니다. 소개를 보니 특이하게도 저자는 어릴 때부터 절에서 자랐는데 승려 되기를 꿈꿨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덕질을 밑천으로 삼아 인터넷에 글을 올렸었고 덕질 밑천이 바닥나자 나이 서른에 불교인문학부에 입학했다네요. 옛 사람이 남긴 글 중 편지글을 항상 유심히 읽으셨다는 저자는 자신이 찾은 '재미있는 것'을 '모두가 재미있어 하는 것' 으로 바꿔놓는게 관심사라고 합니다. 지속 가능한 덕질을 이어가고 싶다는데 모쪼록 계속 이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보여주었음 좋겠어요.

 

 

 

 

 

책은 편지 내용에 따라 분류하여 하나의 장에 묶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서두에 해당하는 <저자의 말>과 <여는 글>로 시작하여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다 사랑하니까 하는 소리야>, <우리가 남이가!>, <기축이 이놈아 내 돈 내놔라>, <나랏일 하기 더럽게 힘드네!>, <우쭈쭈, 내 새끼들>,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나요?>, <죽지 못한 아비는 눈물을 씻고 쓴다>, <오늘도 평화로운 우리 집구석>으로 구성된 본문부로 이어집니다. 본문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써내려간 편지들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풀어 해설하고 있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게 되더군요. 마지막은 <닫는 글>, <참고문헌/도판출처>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책에 수록된 편지글들은 모두 저자가 현대문체에 맞추어 각색을 더했기에 더 생생하게 전달되어 보이긴 합니다만 원문이 첨부되지 않다는게 좀 아쉽네요..

 

 

 

 

 

제일 먼저 시작되는 편지 내용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흔히 말하는 내용들입니다. 공부하라는거죠.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합격하는 것만이 개인의 출세와 집안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핵심이었기에 당시 유생들은 지금의 수험생들보다 더 치열한 수험생활을 했었답니다. 그런데 책에 수록된 편지 내용들을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자식들 공부는 안하고 술마시고 노는 모습에 속 타들어가는 부모들의 잔소리는 똑같아 보이네요. 물론 수험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인생조언스러운 편지도 나옵니다. 이색적인 것은 손자를 두고 조부모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와 아내가 남편에게 성현이 되도록 공부하란 편지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편지 중 인상적인건 조선시대 남성들 중에는 아내 사랑이 넘쳐나는 손편지를 보낸 사람도 있었더라는 점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남자들 있긴 합니다만 많지는 않겠지요.. 그건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하지만 집안 대소사를 걱정하는 가장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았을까 싶네요. 책에 수록된 편지들을 보면, 제 시각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듣기 좋은 말부터 먼저 한 다음 집안일 부탁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지구상의 많은 남자들이 아내에게 뭔가 부탁할때 쓰는 방법 중 하나라 하니까요.^^

 

 

 

 

편지하면 뭐니뭐니해도 연애편지가 가장 흥미롭고 재밌다고들 하지요. 소설,드라마,영화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소품 중 하나라 할 정도니까요. 책에도 당연 연서(戀書)가 나오긴 하는데 그 내용에서 풍기는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제목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나요?>에서 보듯이 사랑에 빠진 남녀가 주고받는 편지라기 보다는 밀당 혹은 결별과 매달림이 주내용인 편지들이라 그런 것이겠죠. 편지의 주인공들은 모두 유생과 기생간의 관계던데 남녀를 유별하던 유교사상이 지배적인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라 할 이런 편지들이 있다는게 양반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나오는 연서와 그 답장은 그 해설이 더욱 재미있었어요.

 

 

 

 

책은 편지와 관련된 많은 자료사진과 해설이 곳곳에 수록되어 있었어요. 조선의 임금(효종)이 시집간 자신의 딸(숙명공주)에게 한글편지를 써서 보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자식 사랑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똑같다는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웃음이 나는건 왕이 딸에게 남편을 닥달해서 아버지 뵈러 궁에 들어가자고 잔소리하란 대목이었어요.^^

 

 

 

 

책은 선현들의 편지를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도 현대사람들과 다를게 없는 삶을 보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아마도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 고조선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사람 사는건 다 비슷하겠죠.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문화는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행태나 살아가는 방식에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우리 후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구요. 

전해지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편지 내용이 궁금하신 분이나 손편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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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가벼운 헤비메탈 이야기 - 다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은 모르는 그 음악에 대해서
남동현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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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생각보다 가벼운 헤비메탈 이야기'

- 다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은 모르는 그 음악에 대해서 -

 

 

 

 

 

 

지은이 : 남동현

펴낸곳 : 바른북스

발행일 : 2020년 9월 3일 초판1쇄

도서가 : 12,000원

 

 

 

최근 한국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발매한 싱글, 'Dynamite'가 빌보드 핫100(싱글차트) 1위에 올라 화제입니다. 그들의 인기는 이미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팬덤층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범세계적인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으로 자리매김하였다지요. 최근에는 미스(터)트롯이라는 음악 경연을 주제로 하는 방송프로그램으로 전국적인 트롯 열풍이 불면서 어린이부터 노인분들까지 관련 방송들을 즐겨본다는걸 보면 인간에게 음악은 없어서는 안될 문화상품이라 여겨집니다.

 

그러한 음악에는 여러가지 장르가 있습니다. 전통 클래식에서부터 앞서 말한 트로트와 K-Pop, 팝과 컨트리, 재즈와 블루스, 힙합과 Rock 등 수없이 많은 음악장르들이 있지요. 이번 이야기는 그중 Rock에서 파생되어 나온 헤비메탈(Heavy Metal)과 관련된 것으로 얼마전 입수한 책, <생각보다 가벼운 헤비메탈 이야기>을 읽고 느낀 점에 대한 것입니다.

 

헤비메탈(Heavy Metal)하면 흔히들 시끄러운 악기연주와 고음으로 점철된 음악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러한 인식이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지만 학창시절에 사람소리 같지도 않은 노래를 왜 듣냐 물어보던 친구가 있을 정도로 많은 오해와 편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음악 장르이기도 하지요. 저 역시 학창시절 헤비메탈에 심취하여 새벽 1시에 시작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전영혁의 25시'를 듣고자 밤잠 줄여가며 청취하던게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상당한 애호가였었죠. 90년대 중반 이후 직장인이 되면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어 새로운 음악 접하질 못한 점 아쉬웠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보니까 2000년 이후 헤비메탈계 판도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책 들게 되었어요.^^

 

1994년생인 저자는 의과대학을 자퇴하고 현재는 신학대학의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분으로 고교시절에 문예부에서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평론을 쓰기 시작했답니다. 책 읽다 보면 저자 소개에 언급된 중고교, 의대시절 음악과 함께 했었다는 얘기가 저절로 수긍되는 내용들 참 많이 나왔죠. 그런데 의외인건 저자가 블로그를 운영한다기에 들어가 보았더니만 2016년초 첫글이 개시된 이래 현재까지 전체글이 불과 60개 남짓 밖에 안되더랍니다. 책까지 낼 정도로 메탈 애호가인 저자의 블로그가 이 정도로 게시글이 적다는건 좀 의외였어요. 그런데 그 글 중 책에 수록된 것과 많은 부분이 겹쳐지더랍니다. 더 자세한 부분도 있길래 그 글들도 읽어 보았구요.

 

책은 저자가 메탈을 접하게 된 과정과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 본 메탈의 내용들, 그리고 메탈에 대한 기본 정보로 채워진 <서론>으로 시작됩니다. 이어서 유형별로 나눈 본문부, <01. 하드 록>, <02. 헤비메탈>, <03. 팝 메탈>, <04. 스레쉬 메탈>, <05. 네오 클래시컬 메탈>, <06. 데스 메탈>, <07. 멜로딕 스피트 메탈>, <08. 프로그레시브 메탈>, <09. 멜로딕 데스 메탈>, <10. 메탈코어>, <11. (번외)기타 메탈들>로 이어지고 마지막은 <맺음말>로 마무리됩니다. 30년전만 하더라도 메탈에 대해 이렇게나 다양하게 세분화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이 그룹은 어디 파에 속한다느니, 어떤 계열의 음악이라느니, 그런걸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젊은 친구들 여전히 많겠죠? 아무튼, 세월이 많이 흘렀긴 흘렀네요..

 

 

 

 

 

음악이 인류에게 준 혜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인간이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음악만큼 세대와 지역 등 시공간을 초월해 인류에게 많은 걸 주는 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심리치료에도 이용될 정도니까 말이죠. 치료나 힐링에 사용되는 음악은 보통 잔잔하거나 경쾌한 음악이 주를 이루고 헤비메탈이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젊은이들 중에는 치미는 화를 진정시키거나 스트레스 해소하는데 헤비메탈 청취가 효과가 있다고도 합니다. 헤비메탈이라고 해도 광고나 영화, 드라마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에 익숙함의 정도나 개별 취향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되긴 하겠네요.

 

책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본문 총 11장에 걸쳐 추천 앨범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그룹은 모두 26개 그룹입니다. 연대별로 보자면 1장에서 8장까지가 9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보냈던 그룹들이고 9장에서 11장은 그 이후의 그룹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8장까지 나오는 그룹들 대부분은 잘 알던 밴드들이지만 그 이후의 그룹들은 생소하고 낯선 이름들이었죠. 잘아는 그룹들은 금방금방 읽혀지는데 비해 낯설고 생소한 그룹들은 읽다가 자꾸 앞 부분 다시 읽게 되더랍니다.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죠..

호기심 가지고 읽는데 마지막 11장에 한국의 헤비메탈 그룹 2팀이 나옵니다. 그 이야기가 무척 신선했는데 80년대 중반 파고다 예술극장에서의 메탈 밴드 공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는..ㅎㅎ 책 다 읽은 후에 찾아서 들어보니 상당히 기교적이고 매우 빠른 BPM(Beat per Minute)이던데 몇몇 곡에서 우리의 토속적 리듬과 멜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다 듣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음악이던 간에 세월이 가면 갈수록 BPM은 빨라지는 추세인가 보다라구요.

 

처음 들어본 메탈 그룹들, 나이트위시, 칠드런 오브 보덤, 노더, 새도우스 폴들은 책에 분류된 멜로딕 데스메탈, 메탈코어라는 장르명부터가 참 생소했습니다. 추천 앨범들이 모두 2000년대 발매된 앨범들이던데 그때 뭐하고 있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죠. 직장과 집을 왕복 출퇴근하던 반복적인 일상이 제일 먼저 떠오르던데.. 그런데 이 노래들 들어봐야 하는데 아직은 들어보질 못했네요. 출퇴근길에 찾아서 들어봐야겠습니다.

 

책에는 9장 끝에 '개인적인 이야기'라 하여 "CD의 시대는 갔다. 하지만..."란 부제의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글의 내용이 기시감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CD대신 LP로 단어를 바꾸면 제가 옛날에 겪었던 일들과 매우 흡사하고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겁니다. 음악에 미쳐 살던 고교생, 유일한 즐거움을 주던 음반가게, 밥값 아껴가며 사 모은 음반, 그 음반가게에서의 수많은 에피소드들.. 같은 장르 음악의 매니아들 젊은 시절 모습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흐흠.. 그거 참...^^

 

 

 

 

 

저자는 음악의 세계는 바다와도 같이 넓고 깊으며 그 끝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헤비메탈의 세계를 이 책을 통해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가이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고 있어요. 제가 읽어본 이 책은 최근까지의 헤비메탈 세계에 대해서 아주 잘 아시는 분이라면 그다지 흥미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처럼 관심이 중간에 끊어진 분이나 거의 모르지만 헤비메탈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아쉬운건 책에 그룹이나 앨범(음반) 사진 수록된게 전혀 없더라는 것인데요. 저작권 문제 때문에 게재하지 않은 듯 한데 이것은 저자 블로그에서 살펴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블로그엔 책 내용들이 관련 사진들과 함께 포스팅되어 있으니까요.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은 모르는 그 음악, 헤비메탈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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