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오르는 마음 -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
최예선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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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절집 오르는 마음

-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 -

최예선 著 / 앤의서재 刊 / 374 page






지은이 : 최예선

펴낸곳 : 앤의서재

발행일 : 2022년 11월 1일 초판1쇄

도서가 : 19,800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불교 사원을 '절' 또는 '사찰'이라고 부릅니다.

2018년 우리나라 7개 사찰이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란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그 이후로는 심심치 않게 '산사'와 '산지 승원'이란 말도 쓰이게 된 것 같은데요.

그런데 분명 하나의 대상인 사찰을 가지고 왜 이렇게 여러가지의 단어들을 쓰게 되었을까요?

제 생각엔 아마도 불교가 우리에게 전래된 이후 민간신앙을 흡수해 가면서 전통적인 믿음의 수준에 이를 정도로 한민족의 문화와 정서에 스며들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신화와 전설, 민담의 내용들과 사찰에 가면 만나게 되는 것들을 조금만 신경써서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지요.

최근 도서카페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응모하여 선정된 후 입수하게 된 책이 사찰과 관련있는 서적이었습니다.

도서 제목부터가 불교 색채가 가득한데 <절집 오르는 마음>이란 책입니다.

부제는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인데 왠지 가을에 읽기 좋을 듯한, 가을 색감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습니다.







예술 칼럼니스트라는 저자는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건축전문지와 문화교양지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이후 프랑스로 가서 미술사를 공부했다는 분입니다. 학부 졸업후 사회생활을 하다가 학업을 다시 재개하신 듯 한데 조금은 다채로운 인생길을 걸어오신 분 같네요.

지금은 칼럼니스트와 미술 관련 동인으로 활동중에 있다고 합니다.






책은 서론부 <글을 시작하며>로 시작되어 1부에서 3부까지 본문부, 마지막으로 <부록>과 <참고문헌>으로 마무리됩니다.

본문에는 저자가 직접 17곳의 사찰과 암자들, 그리고 폐사지에 가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표현하고 있었지요.

처음 목차를 보았을 때 각 부의 제목이 그 의미가 나름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요.

각 부의 테마가 포행과 친견, 합장이었는데 1부는 <포행. 뜻을 구하는 마음>, 2부는 <친견. 깊이 바라보는 마음>, 3부는 <합장.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로 되어 있었습니다.

책에 수록된 '절집'중에 개인적으로 가보지 못한 곳은 청량사, 은해사, 운주사가 있었고 '암자'는 거의 전부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어요.

깊은 산속에 자리한 산사에 부속된 암자까지 가본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암자에 대해서도 생각 좀 해 봐야겠습니다..






책에는 사찰이나 절, 산사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굳이 '절집'이라고 쓴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사찰이나 산사라고 하면 완전무결한 존재처럼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절집'은 마음을 묻어둘 만큼 가깝고 온기 가득한 공간처럼 다가온다고 하면서 왠지 '절집'에서는 스님들과 가깝게 앉아도 되고 부처님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군요.

그리고 집은 사람의 공간이자 마음의 공간이라 느껴지기에 사찰기행이나 문화유산기행이 아닌 '절집기행'을 표방하였다고 합니다. 흐흠..

제 경우엔 '절'이라는 단어보다는 '사찰'이나 '산사'란 단어가 훨씬 자연스럽고 익숙했었기에 주로 이 단어들을 사용해 왔었는데 앞으로 사찰탐방기 쓸 경우 '절집'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 좌상 - 불일암 초입, 우상 - 미황사 일주문, 좌하 - 통도사 일주문, 우하 - 길상사 일주문 ]





<1부. 포행 - 뜻을 구하는 마음>에는 송광사 불일암, 백양사 천진암, 해인사, 청량사, 은해사 운부암, 미황사 도솔암과 같이 3곳의 사찰과 3곳의 암자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책에는 포행(布行)을 '좌선하는 중간에 잠시 걷는 일. 걷는 것도 참선하듯이 해야 한다.'이라 정의하고 있었는데 그 테마에 맞게 1부의 내용에는 사찰과 암자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제일 처음 나오는 송광사 불일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갔던 내용이었습니다.

예전 송광사에 갔을 때 시간상 불일암은 들러보지 못하고 송광사만 살펴보고 돌아왔었기 때문이죠..

책에 수록된 불일암 이야기와 사진들을 보니까 다시 한번 송광사 찾아가 불일암에 올라가야 할 듯 싶었습니다.






<2부. 친견 - 깊이 바라보는 마음>에는 봉정사, 백련사, 대흥사 일지암, 경주 폐사지, 경주 남산, 통도사, 통도사 암자 등 3곳의 사찰과 2곳의 암자, 그리고 경주에 있는 의 폐사지와 경주 남산의 불상과 석탑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었어요. 저자는 친견(親見)을 '친히 보고 직접 보는 것. 마음을 다해 바라본다면 우리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라 말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테마에 걸맞게 2부에서는 사찰과 암자 외에도 3곳의 폐사지와 경주 남산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불상과 석탑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에는 평소 가보고 싶었던 경주 남산 순례 편이 제 관심을 끌었는데 그것은 경주 남산에 산재해 있는 석불과 석탑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죠.

할매부처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해 본 이야기였는데 이처럼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경주 남산의 많은 불상과 석탑에 대한 내용들이 사진과 함께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3부. 합장 -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에서는 부석사, 운주사, 용주사, 수덕사, 길상사와 같이 5곳의 사찰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합장(合掌)은 두 손바닥을 마주하여 합하는 것을 말하는데 저자는 이를 '마음의 경건함과 한결같음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홍콩영화에서 소림사 스님들의 한 손만으로 합장하는 것을 보고는 이후 오랫동안 지인에게 그 자세를 흉내내어 인사하던 습관이 있었는데 앞으론 그리하면 안되겠단 생각이 드네요..

혹시나 해서 '한 손 합장'에 대해 알아보니 중국 남북조시대 당시 소림사에 계시던 달마대사를 찾아가 눈 속에서 가르침을 구하였으나 허락치 않아 자신의 왼팔을 끊어낸 뒤 허락을 받고 가르침을 전수 받아 크게 깨우쳤다는 선종 제2조인 혜가대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합니다.

한 팔 밖에 없으니 합장도 한손으로 밖에 할 수 없었던 혜가대사의 사정상 시작된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올바른 합장은 어디까지나 두손을 모아서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3부에서 인상적인 내용은 운주사편이었습니다. 불교 사찰인지 도교 사원인지 지금도 논란이 많은 영귀산 운주사는 책에서도 이에 대해 애매하게 쓰고 있습니다. "통일신라 말 승려 도선이 하룻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쌓았다고도 하고, 미륵불이 도래하리라는 혁명사상을 믿는 하층계급들이 주도한 공동체가 주축이 되었다고도 하며, 불교사원이 아니라 도교사원이라 했다가 그도 아닌 밀교사원이었다, 누구나 빌러 오는 민간신앙의 집결지였다, 사찰 짓는데 마고할미가 힘썼다, 몽골군인들이 쳐들어왔을 때 황급히 지은 것이다 등등 그럴 듯한 이야기가 몽땅 들어있지만 어느 것 하나 선뜻 옳다고 결정지을 단서가 없다"고 하면서 말이죠.

여태까지 가보지 못한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절집 전라남도 화순의 영귀산 운주사. 언젠간 꼭 한번 찾아가야겠습니다.






마지막 부록 또한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던 내용들이었어요.

그것은 <절집에 가면 만나는 것들>이란 테마의 내용이었는데 '사찰의 기본 건축물'과 '사찰의 대표 미술품', '그 외 알아둘 곳들'으로 여기에는 부처의 상징이자 불상을 구분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수인(手印)'중 대표적인 것 4종류와 불전 안에 조성된 불상을 모신 불단, '수미단(須彌壇)'에 대한 설명도 들어있었습니다.

사찰 방문하여 살펴볼 때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었죠.






책은 이처럼 불교 혹은 사찰에 관심있는 분이나 산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 또한 전국 명찰은 물론 수도권에 자리한 절까지 찾아갈 정도로 관심 많고 좋아하기에 이 책이 너무나 반갑고 좋았었지요.

절집 오르는 마음. 처음엔 어떤 마음을 말하는거지?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책 다 읽고 나니 그 의미를 어렴풋하게 알 것도 같습니다.

부제에도 나오듯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그런 마음일 수도,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마음인 것도 같았죠.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절집, 그리고 그 고즈넉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새로운 여정을 걸어가고자 하는 분이라면 이 책이 좋은 동행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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