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에서 3장까지는 고대 바빌로니아와 그리스-이집트왕조, 중세 기독교시대와 같이 고대와 중세의 고지도가 대상이고, 4장부터 7장까지 세계지도 제작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친 지도들 이야기이며, 8장과 9장은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지도를 보여주는 장이고 10장은 특수 목적으로 제작된 지도를 설명하고 있는 장입니다.
고대와 중세시대 당시에는 지구가 편평하다는게 일반적인 상식이었죠. 바빌로니아를 건설한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 역시 우주가 세 하늘과 지표면, 그리고 이를 떠받치고 있는 물과 그 아래 지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의 그러한 인식을 바빌로니아 세계지도에서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기원전 6세기 경 제작되었다는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는 점토판에 새겨진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지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랍니다. 가로 8.2㎝, 세로 12.2㎝인 작은 점토판에 조감(鳥瞰,Bird-view)형식으로 그려져 있다는데. 사진으로 지도를 보니 이게 지도인가 싶더군요. 하지만 현재 전해지는 것이 많이 훼손되어 불완전하긴 하지만 그 내용들을 해석하여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이것을 만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지도에는 세상의 기원에 대한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내용을 기재하였고 현실 세계를 기호와 글자로 표현되어 있으며 바빌로니아를 지도 가운데 위치시켜 그들의 수도를 세상의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답니다. 이처럼 지도를 분석하여 그들의 우주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다고 하네요.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재직하던 천문학과 지리학에 있어 중요한 책 2권을 집필한 학자입니다. 그가 저술한 '천문학 집대성'은 가장 포괄적인 지구 중심 우주 모델을 제시한 책으로 정지한 구형의 지구가 구형 천체의 중심에 존재한다고 주장했고, 우주가 매일 동에서 서로 지구를 한바퀴 돈다는 내용도 들어있답니다. 그리고 그의 '지리학'은 총 8권으로 1권에 지리학에 대한 정의와 세상을 지도로 그리는 지도투영법을 설명했고 2~7권에서는 약 8천여 곳에 이르는 도시와 장소의 경위도를 정리했으며 8권에 26개 지역을 지도로 묘사하고 설명하고 있답니다. 여기에서 구체인 지구를 평면에 표현하는 도법이 나온다면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가 나온답니다.
'헤리퍼드 마파문디'는 영국의 헤리퍼드 성당에 소장되어 있는 세계지도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답니다. 선정 이유는 중세에 만들어진 세계지도 중 유일하게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전해지고 있다는 점과 지리학,역사학,인류학,민족학, 종교학, 신학과 관련하여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시각적인 백과사전 역할을 하고 있기에 중세 세계관을 이해하는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네요. 마파문디(Mappa Mundi)는 '마파'와 '문디'가 합쳐진 말로 마파는 식탁보, 테이블보, 냅킨을 뜻하고 문디는 세계를 가리키는 말로서 8세기경부터 서유럽 라틴어권 국가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르네상스 시기가 오기까지 약 6백 여년간 기독교 세계에서 세계를 설명하는 그림과 지도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며, 현재까지 1,100여개의 마파문디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중세 유럽은 기독교에 매몰되어 지도 마저 교리를 설파하는 도구로 쓰였고 당연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에 개발된 지도 제작 개념은 점차 잊혀져 갔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슬람 세계는 종교도 중시했지만 과학도 중시하고 문화적 다양성도 인정하는 개방적이었답니다.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는 이러한 과거의 성과를 발전시킨 이슬람 세계에서 1154년 출간된 '세계를 여행라려는 사람을 위한 유희'에 수록된 세계지도입니다. 9세기경 아바스 칼리프국에서 세계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포괄적으로 쓴 '세상 끝까지 펼쳐진 일곱 기후대의 경이로움'이란 아랍어 논문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는데요. 특이한 건 남쪽이 지도 위를 향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슬람 고지도를 보면 처음엔 이게 어딘가 싶지만 남북이 뒤집혀 있다는 걸 알고서 뒤집어 봄 금방 알아볼 수 있답니다.
5장의 도입부에는 김정호가 만들고 최한기가 서문을 쓴 '청구도'의 '청구도제'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에는 중국 위나라와 서진 시기의 지리학자이자 지도제작자인 배수(裵秀)가 사용한 지도 제작 원리인 '육체론'에 따라 지도를 제작했다고 연급되어 있다네요. 이걸 보니까 '배수의 제도육체'는 세계지도를 말하는게 아니라 중국의 지도제작원리(제도,製圖)인 육체론(六體論)을 말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육체론은 분율(分率), 준망(准望), 도리(道里), 고하(高下), 방사(方邪), 우직(迂直)이라는 6가지 원칙을 말한다는데 우리나라의 고지도들도 이 원칙을 활용하여 많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기원전 5세기 경 지도를 제작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고 완벽한 형태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는 한나라 시기의 것이라 합니다.
메르카토르는 지도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분이라면 다 아는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유명한 인물이죠.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는 1512년 벨기에 루펠몬데에서 태어난 지리학자이자 철학자, 수학자, 도구제작자, 판화가였답니다. 1534년부터 지도제작자로서 학문적 지식과 경험을 쌓기 시작하여 1537년에는 본격적인 지도제작에 나섰답니다.1569년에 그 유명한 메르카토르 도법을 개발해 18도폭 세계지도를 그렸는데 이것이 '항해용에 적합하도록 제대로 구성한 새로운 세계전도'랍니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지구상 두 지점간 각도가 정확하게 표현되는 세계 최초의 도법으로 경도선과 위도선이 모두 90도로 교차하여 어디든지 두 지점간 각도는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하지만 적도를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위도가 증가할수록 위도가 간격이 늘어나고 남극과 북극의 경우 위도선은 간격이 무한대가 된다는, 위도에 따라 축척 거리가 부정확하다는 치명적 단점도 있지요. 이것은 3차원 구인 지구를 2차원인 평면에 표현하다 보니 왜곡되게 되는 문제로 구형에 직각이등변 삼각형을 그리고 그 삼각형의 내각을 측정하면 180도가 아니라는 걸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도는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국토의 효율적 운영이란 측면과 국방 측면에서 지도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죠.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는 이러한 측면, 정확히는 영토 전쟁에 사용할 목적으로 17세기에 제작된 세계 최초의 지도로 카시니 가문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서 '카시니 지도'라고도 불린다고 하네요. 프랑스혁명 직후 국민공회는 카시니의 지도를 국유화하였고 이후 많은 전쟁을 치루는 나폴레옹에 의해 군사작전에 사용할 수 있는 더욱 정확한 프랑스 지도 제작으는 이어졌고 주변 국가의 지형도 제작까지 확장되었답니다. 이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우수한 지도학자와 지리학자가 양성되었고 지도학의 급격하게 높아졌으며 지도학, 지리학, 건축학 분야의 인재도 지도 제작 과정에서 함께 길러내게 되었답니다.
한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가 바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이니까요. 이 지도는 세계적으로도 인정하는 우리의 옛 세계지도로 미국 교과서에도 실렸다는군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태종2년(1402)때 제작된 지도로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원본은 전해지지 않고 사본 4장이 일본에 있다는데 류코쿠대학교, 텐리대학교, 혼묘지, 혼코지가 그곳이랍니다..
9장은 '김대건의 조선전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같이 셜명해주는 장입니다. 그런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지도겠지만 김대건의 조선전도는 저도 좀 생경한 지도였어요. 김대건의 조선전도는 1845년 김대건 신부가 마카오 주재 파리외방전교회 극동지부장 리브와 신부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함께 동봉한 지도로 나쁘게 봄 조선의 군사기밀인 전국지도를 외세에 유출하기 위해 모사한 지도라 할 것입니다. 책에는 김대건 신부가 무슨 목적으로 조선전도를 작성했는지에 대해 추정을 하고 있는데요. 당시 파리외방전교회에서는 조선에 카톨릭 성직자를 파견보내 포교하고자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리 정보가 필요했기에 김대건 신부가 조선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세밀한 지도를 복제하여 조선전도를 작성했을 것이라는 것이죠. 아무튼 조선전도와 그 당시의 지도들과 비교해 보면 '팔도지도'와 '팔도전도' 등 정상기의 동국지도 계통 지도 몇몇 개를 가지고 모사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100% 일치하는 지도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김대건의 조선전도 원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네요.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는 근대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1813년 영국 요크지방 출신의 존 스노가 콜레라 발병 원인을 밝혀내려고 철저한 현지 조사를 통해 알아낸 콜레라 환자 발생 분포를 지도에 표시한 것입니다. 이 지도로 인해 콜레라의 발병 원인은 독기이고 공기에 의해 전염된다 믿었던 그 당시 의학계 정론을 콜레라에 오염된 물이 바로 콜레라 전염 경로라는 진실을 증명하게 되었답니다.
책에는 10개의 고지도만 나오는건 아닙니다. 관련된 여러 고지도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지요. 김정호의 청구도와 대동여지도는 익히 보아왔지만 그 사이에 동여도란 지도를 제작했었다는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처음 보고 인지하게 된 고지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좋았구요.
책은 다양한 동서양의 고지도들과 동서양의 지도제작법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도와 관련된 당시의 시대상황과 역사적 사건 등 세계사 내용도 꽤 많이 나오고 있구요. 학창시절 사회과부도를 탐독했었던 분이나 지도 보는거 좋아하시는 분, 독특한 테마를 세계사와 연결하여 보여주는 이야기에 흥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