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 아이를 해치는 음식 39가지
다음을 지키는 엄마모임 지음 / 시공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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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 가서 먹을거리를 고르면서 나는 항상 망설이게 된다. 콩나물엔 농약이 뿌려지지 않았는지, 두부의 콩은 유전자 조작콩은 아닌지, 햄이나 어묵 같은 데에 식품첨가물로 표시되어 있는 발색제니 솔빈산나트륨 같은 것은 인체에 무해한 것인지....

일반슈퍼에서 농약을 뿌리지 않은 곡식이나 과일을 찾기도 힘들고, 방부제에 들어가지 않은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과자를 찾을 수 없으며 외국산 사료를 먹지 않은 육류를 살 수도 없다.


오죽하면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책의 제목이 나왔겠는가? 요즘 세상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를 해치는 음식 39가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노라면 당혹스럽다. 아이를 해치는 39가지 음식이 모두 일상생활에서 늘 먹고 있는 음식인데, 정말 이 책을 읽고서 그 유해함을 알고서는 도저히 사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먹고 살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어떤 음식이 어떻게 유해한가 꼬치꼬치 알아봤자 뾰족한 대책도 없는데 괜히 읽었다는 후회까지 일었다. 하지만 그래도 알 건 알고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39가지 각각의 식품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일까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부분으로 나누어 그 식품이 가지고 있는 유해성을 조목조목 짚어낸 다음 또 어떻게 먹어야지 좀더 안전한지, 다른 대안은 어떤 것인지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주부들이 꼭 알아야 할 식품과 환경에 대한 정보도 싣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완전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엄청나게 오염되어 있고, 안전보다는 다른 그 무엇을 위해 유전자가 조작되고 농약이 뿌려지고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야 되는 사회에서는 '안전한 식품'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으로선 유기농 재배를 한 곡식이나 과일을 사먹고 집에서 자연식품을 해먹으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환경오염이라는 더 넓은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 엄마들의 노력은 아주 작은 개인적인 노력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료를 모으고 조사하여 다른 엄마들에게 이러한 유익한 책을 내놓은 '다음을 지키는 엄마모임'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열성이 우성을 극복하려는 고된 실천을 향한 기쁜 발걸음'들이 계속되길 바란다.


2001/03/14 



이 책의 리뷰를 작성한 지 10년이 넘었다. 알라딘서재에 모아서 정리하느라 다시 실으면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게 되는 감회가 새롭다. 이 글을 쓴 전후로 나는 한살림이라는 협동조합의 회원이 되었건만 여전히 해로운 먹을거리에 늘 노출되어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친환경식품만을 먹고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제 슈퍼에 가면 친환경 무농약 식품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돈 없는 사람들이 사먹을 수가 없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한살림, 여농생협, 가톨릭농민회(카농) 같은 생협(생활협동조합)은 몇몇 식품을 빼고는 거의 모든 식품들이 보통 슈퍼보다도 가격이 싸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분들은 꼭 생협에 가입하면 좋겠다. 그나마 그것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저렴한 대안일 것 같다.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작은 실천이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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