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행복해지기
채인선 지음 / 보리 / 1996년 4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아이 키우기'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겪어본 일들 중에서는 육아가 가장 힘든 일이었다. 누구나 부모가 될 수는 있어도 올바른 부모가 되기는 힘들다는 말을 나는 나의 경험 속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남들 앞에서는 그럴듯하게 말하는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야단치는 무식한 엄마가 된다. 떼쓰고 보채고, 집안 가득 어질러 놓고, 서로 싸우는 아이들에게 이해보다는 짜증으로 답하기 일쑤다. 별것도 아닌 일로 엄청나게 아이를 잡아놓고는 울다 지쳐 잠든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져 운 적도 많다.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아이와의 전쟁. 아마 나의 육아 이야기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나는 육아를 새롭게 바라보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동화작가 채인선 씨가 두 아이를 키우며 있었던 일과 생각을 쓴 이야기 모음집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훈계하고 타이르고 그래도 안되면 소리치는 보통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작가는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이나 사소한 물음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거기에 날개를 달고 갖가지 양념을 뿌려 감칠맛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두 딸에게 들려준다. 엄마가 들려주는 상상의 이야기에 신나하는 두 딸들처럼 어느 누구라도 작가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거기에 흠뻑 빠져버릴 것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주 특별한 공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내는 즉흥적 이야기다.


싸움을 하는 두 딸을 그냥 야단치는 게 아니라 "옛날 옛날에..." 하면서 '빗자루 아줌마' 이야기를 해준다든지, 다리가 아파서 못 걷겠다는 아이에게 '심장이 모를 정도로 살살 걸으라'고 이야기 해주며, 방 안 가득 어질러놓고 '지구는 누가 지키냐'고 엉뚱한 물음을 던지는 아이에게 먼저 각자 자기 방을 청소해서 각자의 방을 살리면 지구라는 큰 방도 살아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자도 육아가 멀미가 날 정도로 끔찍스러웠던 경험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때 그녀는 육아에 갇혀 있다고 느꼈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고민한 끝에 육아에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저자는 "자기도 한때 어린애였다는 것을 돌이킬 수 있는 정도의 상상력이면 충분하다. 마음을 열고 자기 어린 시절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와 어울리다보면 육아는 훨씬 즐겁고 편안해진다."고 이야기한다.


육아에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아이들을 야단치고 훈계하는 대신에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면 어떨까.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옛날 옛날에 ..."하시면서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해주시던 할머니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가자. 자기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이야기해주면 아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이야기를 들으며 기뻐할 것이다. 그 순간만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200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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