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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 종교 여행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2
김나미 지음 / 사계절 / 2008년 12월
평점 :
나는 성당에 다니는 천주교 신자인데 가끔 개신교 신자들이 내게 묻는 것이 있다.
왜 천주교는 성모마리아를 믿고 따르냐는 것이다. 그건 몰라서, 정말 궁금해서 묻는 호기심의 표현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그건 비난이다. "니들 천주교는 이단이야. 왜 신도 아닌 인간을 우상화하는 거야 ? 그건 틀렸어"라는 식의 표현인 것이다.
사실 천주교에서 성모 마리아는 우상의 대상이 아니라 공경의 대상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어디 안드로메다라도 갔다 왔냐구. 구교에서 신교가 분화된 것이고, 결국 같은 하느님 믿는 건데, 다 인간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관습화한 것의 차이일 뿐인데 그렇게 한심하게 다른 종교를 매도해도 되는 거냐고, 말이다. 나는 그런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편견이 언짢다. 또 전철을 타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짜증스럽다. 심지어 단군상이나 장승의 목을 자르고, 불상을 몰래 훼손하는 것을 보면 종교적 편견이라는 것이 폭력의 다른 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종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배척하는 그런 편견에 가득찬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청소년을 위한 세계 종교 입문서이다. 중동 종교의 뿌리가 된 조로아스터교부터 유대교, 천주교, 개신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유교에 대해 재미있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어른은 물론 청소년들도 너무 딱딱하다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각각의 종교들이 믿고 있는 신, 발생지, 경전, 교리, 계율 등을 정리해 볼 수 있으며 종교간 공통점과 차이점,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등을 소상히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유대교, 천주교, 개신교, 이슬람교는 신의 이름이 다르고 경전이나 교리는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하느님이라는 유일신을 섬기는 뿌리가 같은 종교라는 기본 상식을 얻게 된다. 특히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슬람교에 대한 정보는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게 해준다. 유대교, 천주교, 개신교는 공통적으로 인간의 원죄를 언급하지만 이슬람교는 아담과 이브가 회개를 해서 하느님이 관용과 자비를 베풀어 이미 용서했기에 인간에게 원죄가 없으며, 메시아에 의한 구원도 필요 없고, 인간이 저마다 자신이 지은 죄를 알라에게 직접 고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우상숭배를 금하기 위해 모스크에 어떤 장식도 하지 않는 점, 신분고하에 상관없이 그저 일렬로 서서 예배를 드리는 간소함은 나에게는 천주교나 개신교의 그것보다 더 신선하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성경과 비슷한 내용이 많다는 꾸란을 읽어 보고 싶다고 말한다. 나도 꾸란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 또 힌두교의 경전으로 간디가 열심히 읽었다는 우파니샤드나 바가바드기타도 꼭 읽어 보고 싶다. 이 책에서 종교는 사회, 문화, 역사의 바탕에 있는 거대한 바다와 같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세계 종교는 결국 상호 작용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모든 종교는 사랑과 자비, 관용과 평화를 가르침으로 하고 있다. 내 종교만이 진리이고 다른 종교는 악이라는 편견과 아집으로 작게는 분쟁을 일으키고 크게는 전쟁을 벌여 참혹하게 죽고 죽이는 모습은 분명 우리가 믿는 신이 원하시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편견은 무지에서 시작된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은 다른 종교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진정으로 모르는 것에 대해 안다는 것은 더 넓어진다는 것이고, 겸손해지는 것이고, 그래서 나와 다른 것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을 어른과 청소년들 모두에게 강추한다.
초등학생에게는 같은 저자가 쓴 <김나미 아줌마가 들려주는 종교이야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