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래전에 최재천 교수의 책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를 읽다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그냥 덮어버린 적이 있다. 나는 과학에 문외한이고 너무 따분한 책은 잘 읽지 않는 그냥 재밌고 편안한 책만을 즐겨 읽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달라진 것일까?  아님 최재천 교수의 글쓰기가 달라진 것일까? 나는 책을 읽으며 지루하고 따분하기는커녕 무척 흥미롭고 내 안에서 과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꿈틀꿈틀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차려 높은 통섭의 식탁은 풍성하다. 그가 소개하는 과학 책들을 다 읽어 볼 순 없다하더라도 이 책을 읽어봄으로써 현대 과학의 흐름과 넓게는 사회의 지적 흐름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내가 잘 접근하지 않던 낯선 과학이라는 분야를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어서 나는 정말 이 책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나의 독서 편식을 조금 고쳐 최재천 교수가 추천하는 과학도서를 읽어 보려 한다. 그래서 마이리스트도 작성하고, 그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강조하는 <이기적 유전자>를 구입했다. 책을 보니 엄청 두꺼운데 처음으로 이렇게 두꺼운 과학책에 도전해 보려 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도저히 생각도 못했을 일이다.

나는 최재천 교수가 우리 사회의 저명한 과학자로서 자신의 소임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고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시피 교수는  2005년 각각의 독자적인 학문간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드는, 혹은 아우르는 "통섭" 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였고 사회 곳곳으로 전파시켰다. 실제로 통섭의 개념은 이젠 어느 정도 우리 사회 알만한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학계나 기업들도 통섭을 받아들이고 있다. 분업화사회에서 학문마저 너무나 잘게 쪼개져 과학 한 분야에서만도  자기 분야가 아니면 다른 과학 분야에는 문외한이 되고 마는 어이없는 상황에서 인문학과 과학의 넘나듦, 아우름 같은 학문간의 자기 고집이나 경계를 허무는 통섭의 개념을 제시하고 강조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 학문 분야만을 강조하거나 다른 학문에 대해서 무관심한 상황은 사회적인 소통이나 지적 담론을 풍성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재천 교수가 우리 사회에 통섭이라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교수는 또한 많은 책을 써서 과학을 대중화시켜 나 같은 과학문외한에게 과학책을 읽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가르침를 주며 생명 존중과 공존,지속가능한 발전, 소통의 중요성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져주고 있다.

물론 스타학자로서 잘 나가는 인생을 사는 성공한 학자로서 그가 보이는 자기과시 같은 것이 독자에게 거부감 내지는 불편함을 줄 수는 있다고 본다. 나도 책을 읽으며 그런 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최재천 교수의 그런 작은 단점보다는 우리 사회에 이바지한 그 장점들이 더 크게 보여서 그 정도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이 사회에서 잘 나가는 성공한 학자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자. 별것도 아닌 것으로 흠집을 내지 말자. 편협하고 권력에 곡학아세하는 학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 보면 나는 오히려 최재천 교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최재천 교수가 동물학만 연구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학자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통섭의 개념을 제시할 수 있었을까 싶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깊이 있는 꾸준한 독서를 통해 최재천 교수 같은 통섭형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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