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왕자 책읽는 가족 2
강숙인 지음, 한병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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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전,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이 고려에게 항복하기 직전이 배경이 된 이 동화는 끝까지 항복하지 않으려 했던 마의태자의  슬픈 이야기다.

천년의 사직을 이어온 그 화려했던 신라, 서라벌엔 기와집이 즐비했다던 그 번성했던 신라가 기울어져 아무런 힘조차 없이 견훤에게 왕이 죽임을 당하고, 고려에 머리를 조아리고 스스로 항복문서를 전해야 했던 그 망국을 향해 가던 시대의 쓸쓸함과 허무함이 묻어나온다.

역사 속에 단 몇 줄뿐이 나오지 않은 마의태자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는 묵직한 장편동화로  끌고 나간다.

작가의 상상력은 천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그 운이 다해 사그러져가는 서라벌 월지궁의 아름다운 연못가에 독자들을 내려다 놓는다. 그곳에서 이미 기울어져 망해가는 한 나라의 운명을 고스란히 견뎌내야만 하는 태자의 외롭고 쓸쓸한 서늘한 마음과 이를 지켜보는 동생 선의 안타까운 마음에 다가가게 한다. 싸움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남산성에서 뜻있는 백성들을 모아 훈련을 시키고 끝까지 저항하여 신라의 정신을 잇고자 했던 왕자의 의기가 가슴을 스산하게 한다.


"선아, 이기고 지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정신이, 혼이 살아 있는 것이다. 신라가 망한다 해도 신라의 정신이 살아 있다면, 신라는 언제까지나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망하기도 전에 모두 항복하여 신라의 혼까지도 죽어 버리고 만다면 신라의 멸망을 가슴아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104쪽>


아이들과 함께 이 역사동화를 읽고 신라에 대해서 알아보고, 백성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스스로 항복한 경순왕과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만 죽더라도 끝까지 신라의 정신을 지키려 했던 마의태자의 의기에 대해 토론해 보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천 년이 넘는 세월을 꿋꿋하게 지키며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노랗게 빛나는 마의 태자가 심었다는 용문사의 은행나무처럼, 천 년을 넘어 그 의로운 정신이  아이들 가슴속에도 뭉클한 그 무엇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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