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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30만부가 팔렸다는 이 베스트셀러의 비결은 무엇일까?
나는 우선 저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인문고전을 읽고 필사하며 공부를 했던 저자의 열정이 놀랍고, 인문고전을 읽지 않던 독자들에게 인문고전 독서의 필요성을 역설하여 인문고전에 관심을 넘어선 열풍을 몰고 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좀 걱정이 된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제목부터가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제목이다. 자식을 0.1%의 리더로 키우고 싶은 교육열에 불타는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이 이 책을 보고 어떻게 행동할까?
저자가 계속 주장하는 것처럼 인문고전을 읽으면 뇌가 완전히 바껴서 천재가 된다는 그 말에만 꽂혀서 당장이라도 아이들에게 인문고전 독서 스터디를 조직할 것만 같다. 좀 지나친 표현이긴 하지만 저자의 말이 인문고전만 읽으면 무조건 뇌가 천재 뇌로 완전히 바뀐다며 인문고전 약을 파는 약장수의 목소리로 들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실제로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맘이 흥분되며 당장이라도 인문고전을 내 자식들에게 읽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솔직히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인문고전 독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조금 부족하거나 평범한 뇌를 천재로 만들기 위해 인문고전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반대한다. 인문고전 독서를 한다고 해서 천재가 되는지(저자는 제대로 해야한다고 했고 인문고전 전문가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냥 하면 안된다) 안되는지 신빙성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리더가 되기 위해서 소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인문고전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불편하다.
인문고전 독서는 독서 영역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인문고전 독서만이 아니라 독서 자체는 독자에게 기쁨을 줌과 동시에 사유를 하게 해서 뇌를 자극하게 하니까 추측하건대 뇌가 좋아지긴 할 것이다. 그러나 뇌를 발전시키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하나?
나에게 독서는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며, 기쁨을 주고 위안을 주는 인생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호품 같은 한 부분이다. 머리가 좋아지기 위해서도, 돈을 잘 벌기 위해서도, 리더가 되기 위해서도 독서를 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 초등학생 5-6학년을 대상으로 인문고전 논술 수업을 하는 팀이 만들어진다는 소릴 들었다. 학교에서도 인문고전을 읽힌다며 난리다. 인문고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으나 저자도 20살이 되어서야 겨우겨우 힘들게 읽어낸 인문고전을 초등학교 5-6학년뿐이 안된 어린애들에게 읽길 강요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독서는 꾸준히 읽다 보면 점점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쪽으로 확장되기 마련이다. 학생시절엔 너무 좋아하는 쪽만 읽지 않게 편식하지 않도록 되도록 다양하게 읽게 해주는 정도로만 지도해주면 충분하다고 본다.
리더로 만들기 위해 리딩을 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가뜩이나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인문고전 독서를 강조하며 또다른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