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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 어때서? -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성장소설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청소년 소설이라는데 솔직히 난 재미가 없는 것 같다.
동화나 청소년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시간이 없다. 학교에서 잠을 자든 공부를 하든 매여 있어야 하고, 엄청난 학원숙제에 시달리면서 영수학원을 오간다. 그걸 다하구 아이들에게 남는 허용된 짜투리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그때 머리 좀 식히고 싶지 않겠는가 누구라도 말이다. 요즘엔 재미있는 게 너무 넘친다. 인터넷만 들어가면 넘쳐나는 게임에 웹툰에 드라마에 연예인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아이들한테 아무리 책 읽어라 해도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책읽기가 힘든게 진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미마저 없는 책을 어떻게 읽으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공감하고 위로받고 희망을 얻어 자신도 성장해 나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책의 주인공 연주는 열네 살이고 너무나 평범한 아이다. 작가는 일부러 그런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얼짱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지도 않으며 노래로 스타가 되고 싶지만 재능도 없는 그냥 그냥 평범하게 존재하는 아이다. 이야기들이 모두 소소하고 일상적인 내용이다. 약간은 공감이 가지만 재미있지도 않고 특별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도 그런 소소한 연주의 일상과 세상에 대한 물음들이 전체 이야기 속에서 하나로 이이어지 못하고 그냥 끊겨 읽히는 것이다. 난 전문가가 아니어서 뭐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나열된 느낌이랄까 소설적 긴장감이나 구성의 탄탄함이 느껴지지 않아 너무 밋밋하다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연주나 민지의 목소리가 아니라 작가의 목소리가 느껴져 불편한 느낌마저 들었다. 작가의 다른 청소년 소설에서도 똑같이 느낀 점이다.
또 어떤 부분에서 좀 황당하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연주의 친구 민지가 영어 학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말하는 이런 부분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래 우리 부모 이혼했다! 사람을 죽여야만 살인자야? 이 세상에 이혼하는 부모들은 다 살인자야! 그래서 난 죽었어! 난 벌써 죽었다고! 난 유령이야! 난 귀신이야! 너희 눈에 내가 사람을 보여?"
느닷없음이라고나 할까? 그런 부분들이 책에 더러 나왔다. 민지의 이런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민지에 대한 부분이 더 자세하게 그려져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영어학원 버스 안에서 이런 말을 내뱉을 14살짜리 아이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또 기사아저씨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자기 아들 이야기도 생뚱맞아 보였다.
내가 열네 살의 마음을 너무 몰라서 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의 솔직한 느낌이다.
나는 노경실 작가를 <천사야 울지 마>, <동화책을 먹은 바둑이> 같은 단편 동화로 만났다. 그때 우리 일상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의 참신함을 발견하지 못해 안타깝다. 책 속에서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