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처절하게 울어 본 사람은 안다.
울음의 끝에선 슬픔이, 고통이 잠시 무너진다는 것을.
견딜 수 없는 고통 앞에서 우는 것은
인간에게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출구가 된다는 것을.
실컷 울고 난 뒤 젖은 눈을 손등으로 쓱쓱 닦고 있는
슬픈 여인의 모습에 목이 메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