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학 탐험 16장면
조프 롤스 지음, 박윤정 옮김, 이은경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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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사나도 한때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은 꿈을 가졌던 적이 있다. 모든 가능성에 문을 열어놓았던 그 시절, 나는 교련 교과서에 실린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의 이론에 가슴이 설렜었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 숨어있는 무의식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의식 저 편을 내 마음대로 넘겨다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발칙한 생각에 가슴이 떨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랬던 시간들 위로 먼지가 켜켜이 덮여갈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는 잊고 지냈던 그 설렘과 호기심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혹시 자신의 부모의 손에 강제로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여자를 아는가? 혹 유모차와 핸드백에 성적인 욕구를 느끼는 남자는? 기적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경이적인 기억력을 가진 남자는? 자신의 몸 속을 다른 인격과 공유하고 있는 여자는? 오랜 실명생활 끝에 시력을 되찾은 후 절망감으로 자살을 해 버린 남자는?

세상은 참 넓고 그 넓은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 굉장치 독특한 사람들도 있다. 이 책에서는 세계적으로 자신의 독특함으로 정신분석학, 혹은 심리학 분야에 이름을 남긴 16명의 이야기이다. 좀 더 확실히 말을 하자면, 이 책은 그 16명에 관한 사례연구에 관한 짧은 보고서라고 할 수 도 있겠다. 독특하고 때로는 기괴하기까지 한 사례를 들어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호기심을 자극한 후 그에 대해 이루어진 좀 더 자세한 연구를 독자에게 소개한다.

 

우리는 우리와 매우 다른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거부감을 가진다.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에 실린 사례연구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독특함과 유별남은 너무나도 두드러져서 개성이란 이름으로 덮어버리기엔 부족하다. 그렇게나 ‘이상한’ 사람들을 우리는 사례연구라는 것을 통해 과거 그 ‘이상함’과 ‘독특함’을 치료하기 위해 행하여졌던 많은 시도와 오류를 지켜본다. 그리고 그 시도와 오류를 통해 얻어낸 지식과 학설을 토대로 우리는 그 ‘이상한’ 사람들을 사회의 범위에서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게 이해하게 된다.

 

심리학에 대해서 모른다고? 프로이트나 칼 융은 이제 머리가 아프다고?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그런 사전의 준비운동은 필요치 않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약간의 호기심 정도다. 그대의 호기심이 당신을 심리학의 세계로 자연스레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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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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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여행의 테마는 위스키였다.

스코틀랜드의 아일레이 섬에서 그 유명한 싱글 몰트 위스키를 실컷 마신 다음,

아일랜드에 가서 도시와 시골 마을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아이리시 위스키를 음미할 작정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모두 술꾼들이지만) 거 참 멋진 생각이라며 칭찬해주었다.

 


 

야구장에서 멋지게 날아가는 야구공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독특한 이력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난 그의 소설보다는 그의 에세이를 더, 더, 더 많이 좋아한다. 그가 쓴 [먼 북소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며, 일년에도 몇 번이나 다시 꺼내 읽어보는 책 중 하나이다.

내가 그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것은? 글쎄 그의 에세이에서는 적당한 삶의 냄새가 묻어나면서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그의 취향, 세세한 것들까지 드러나서 좋아한다.

 

내가 그동안 읽은 몇 권의 에세이를 통해 알아낸 그의 취향 몇 가지.. 그는 재즈음악을 좋아하고, 쉐이빙 폼을 좋아한다. 그리고 당당히 담을 넘을 수 있는 여고생을 지지하며, 자신의 옆에서 책을 읽어 줄 목소리 좋고 얼굴까지 예쁜 여자비서가 있었으면 한다. 만년 꼴지여도 야쿠르트 스왈로우즈의 왕팬이며, 그의 작품속에는 유독 '노보루'라는 이름의 남자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마이너한 것 말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의 취향 몇 가지는 바로 그가 와인을 매우 좋아하고 재즈를 좋아하며, 생긴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음악회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가 음악을 즐겨듣고, 와인을 좋아하며 즐길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매우 성공한 작가라는 사실이 아주 중요하다. [노르웨이의 숲]으로 일약 대 히트를 친 후 그는 정말 글쓰는 모든 이들이 바라는 '돈 걱정 하지않고 글만 쓸 수 있는' 그런 삶을 산다. [위스키 성지여행]도 사실 그가 성공한, 많은 독자층을 가진 작가라는 점 때문에 쓰여질 수 있었던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견학 또는 여행을 다니며 글을 많이 썼다. 한국과는 달리 잡지 문화가 많은 발전을 이룬 일본에서 그는 집에서 자신의 작품만 쓰는 것과는 별도로 꽤나 다양한 종류의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우동을 테마로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며 글을 쓰기도 했고, 공장을 테마로 여러 공장을 다니며 글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위스키다.

 

이번 책은 하루키 혼자만의 책은 아니다. 그 동안 그의 에세이 곳곳에서 '범상치 않을'것 같은 분위기를 풍겨주시던 그의 마나님께서 찍은 사진이 그의 글과 짝을 이루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습하고 바람이 많이 불고, 때로는 우중충하기까지 한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무라카미 부부는 이런 곳에 오직 '위스키'를 마음껏, 종류껏 음미하고자는 세부적 목표를 가지고 여행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위스키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최초로 주조되었다. 스코틀랜드를 이루는 많은 섬 중 하나인 아일레이는 그 중에서도 '위스키의 성지'라 부를만큼 뛰어나고 맛이 좋은 위스키를 생산한다. 수천종에 이르는 블랜딩 스카치 위스키 중 아일레이의 싱글몰트를 배합하지 않은 것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아일레이 위스키의 세계에는 각자의 개성이 존재하며, 존중된다.

 

 

아일레이의 위스키는 곳 아일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초내음이 물씬나는 바닷바람이 이탄에도 수풀에도 깊숙히 베어든 아일레이. 아일레이의 위스키에서는 그 갯내음이 물씬 풍겨난다. 그리고 그 맛과 향은 그 출신 증류소에 따라 다르다. 증류소를 지키며 자신의 고유한 맛을,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 그들은 결국에 자신들의 퍼스낼리티가 뛰어난 위스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퍼브란 꽤 심오한 곳이다. 말하자면, '율리시즈'적으로 심오하다.

비유적으로, 우회적으로, 단편적으로, 종합적으로,

역설적으로, 호응적으로, 상호참조적으로, 켈트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심오하다.

 

이렇게 앉으나 서나 위스키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퍼브란 아주 중요한 곳이다. 탄산수도 아닌 그냥 수돗물 약간에 위스키를 섞어 들이키며 하루의 노곤한을 잊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퍼브이며, 말 한 마디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며 교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퍼브이다.

 

개인의 사생활을 지켜줄 줄 아는 그 곳을 떠나올때, 무라카미 부부가 그 여행의 짧음을 아쉬워했던 이유는. 처음에 꿈꾸었던 대로 그 많은 위스키를 마음껏 음미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보는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 되고 의미가 되는 그 곳에서 만났던 그 기분좋은 나른함과 그 갯내음 물씬 풍기는 공기탓이 아니었을까?

 

실제로도 무라카미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도쿄의 품격있는 바에서 고가의 위스키를 마실때도, 아일레이와 아일랜드의 그 풍경이 떠오른다고 했다. 위스키가 품고있는 맛과 향 그 이상의 것을 무라카미는 짧은 여행을 통해 일본으로 얻어온 것이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빈 손으로 돌아와도 마음에는 무언가를 한 가득 가져와 때때로 꺼내어 추억할 수 있게하는 것, 돈의 가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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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임진평 지음 / 위즈덤피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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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ation that keeps one eye on the past is wise.

A Nation that keeps two eyes on the past is blind.

벨파스트의 유서깊은 펍의 벽면에 쓰여 있던 글귀가 마음에 남았다.

두 눈을 모두 과거를 돌아보는 데 쓰는 나라나 민족은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지혜로운 나라(민족)는 한 눈으로는 과거를 돌아보되,

또 다른 한 눈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아일랜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물었을때 나는 쌩뚱맞게도 드라마 '아일랜드'라고 대답했다. 마이너 매니아 드라마였던 '아일랜드'라는 드라마는 사실 즐겨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나영이 연기한 중아라는 캐릭터는 그저 스쳐지나는 듯 본 것인데도 내 머릿속에 깊히 각인되어 버렸다.

아일랜드로 입양되어 양부모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중아, 그러던 어느날 중아의 양오빠가 IRA의 한 사건에 연류되어 모든 가족이 처참하게 숨을 거둔다. 그렇게 상처받은채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한국으로 돌아온 중아. 내게 있어 아일랜드는 곧 중아였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준비한 영화가 개봉도 되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 임진평을 아일랜드로 떠난다. 그도 나처럼 아일랜드는 '중아'의 나라이기도 했다. 아일랜드라는 조금은 생소하고 익숙치 않은 나라로 떠날 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드라마 '아일랜드'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두번째 달'의 에스닉 퓨전밴드 '바드'와 함께였다. 언제 개봉하게 될지, 아니 과연 관객이 볼 수 있을지조차 희미해져버린 영화는 잊어버리고, 그는 '바드'와 함께 아일랜드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영국이면서도 영국이 아닌 아일랜드, 아일랜드 특유의 하늘아래로 '바드'와 임진평이 탄 비행기가 내려섰다. 영국안의 또다른 나라, 아일랜드임은 아직도 여전했지만 IRA는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꽤나 많은 영화들에서 우리는 피튀기는 그들의 전쟁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무력싸움도 옛말이 되었고, 아일랜드 토박이말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렇게 한차례 엄청난 몸살을 앓은 아일랜드는 이제 '음악의 나라'로 세상에 또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바드'는 음악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아일랜드를 찾았다. 그리고 임진평은 그러한 '바드'를 통해 음악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위해 아일랜드를 찾았다. 그래서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에서 우리는 많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턱시도를 차려입고, 나비넥타이를 매고 무게를 잡아야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펍이건 거리이건 무대를 가리지않고 자신이 가진 예술적 재능을 펴는 그 모든 사람들이 다 예술가다. 그리고 아일랜드 곳곳에서 '바드'와 임진평은 많은 예술가들을 만났다. 음악을 즐기고, 전통을 이어가고, 음악을 통해 가족간의 유대감을 돈독하게 만들어가는 아일랜드 사람들.. 그들은 IRA와 전쟁을 바라보는 눈과는 다른 아일랜드의 두번째 눈이었다.

 

과거를 바라보는 것을 잊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자신들을 치유하며 그 것을 통해 변해갔다. 그동안 세계가 그들을 '전쟁'으로만 기억했다면, 이제부터는 '음악과 예술'로 기억하기를 바란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꼬마친구들 끼리,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들도 음악에 있어서는 언제나 진지하다. '바드'는 그러한 음악의 풍부한 토양안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나이많은 할아버지 밴드앞에서 세션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서깊은 펍에서 쫓겨나기도 하며 아일랜드 전통음악에 가까워간다. 그리고 밴드가 아닌 솔리스트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들은 아일랜드에서 과거만 바라보며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며 모험을 할 줄 아는 용기를 배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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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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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 앞에서는 나이도, 국경도 장벽이 될 수 없다. 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사랑이라는 것을 무릎꿇릴 수 있는 단 한가지가 세상에 있다면, 바로 그것은 "도덕" 혹은 "인륜"이라는 것일 것이다. 이런 "도덕"과 "인륜"에 벗어나는 금기된 사랑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사랑의 다른 이름은.. 바로 불륜.. 이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고 나는 한동안을 에쿠니 가오리라는 여성작가에 빠져지냈다. 마치 며칠을 굶고 밥상을 받아든 사람처럼 [울 준비는 되어있다], [낙하하는 저녁], 그리고 [나의 작은새]와 [호텔 선인장]을 몰아쳐 읽어댔다. 그리고 손에 잡은 [도쿄타워]. 내가 이 책을 손에 넣은 것은 동명의 일본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이었다. 하지만, 이미 tv의 영화 소개프로그램에서 단물을 다 빼먹은 그 내용은 나를 실망시켰고, [도쿄타워]를 기점으로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나의 애정과 기대치는 하향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빛나는]과 [낙하하는 저녁]에서 보여주었던 그녀의 재기발랄하고 쿨함이 이제는 점점 노쇠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적당히 무료한 휴일의 오후, 나는 그 동안 책장에 처박아 두었던 [도쿄타워]를 꺼내들었다. 1g의 기대도, 우려도 없이 그저 시간죽이기용으로 꺼내든 이 책은... 썩어도 준치.. 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토오루와 코우지는 혈기왕성한 이십대라는 공통점 말고는 비슷한 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부류이다. 둘 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토오루는 감성적이고 정적인 반면에 코우지는 그런 토오루에 비해서는 다분히 행동파이고 또 정열적이며 적당히 놀 줄도 아는 사람이다. 이런 두 사람에게는 세상사람들이 모르는 또다른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것은 바로 연상녀와 사귀고 있다는 것이다.

 

토오루는 어머니와 10년지기인 시후미와 사귀고 있다. 17살이던 어느날 어머니의 소개로 그녀를 알게되고 지금껏 그녀에게 3번이나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들었다. 자상한 남편에 꽤나 근사한 샵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에게 토오루는 빠져있다. 그녀가 없다면 그는 아마 살아가지 못할 정도로, 그녀와 함께가 아니라면 식욕마저 잃을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있다. 그녀를 통해 음악을, 섹스를, 세상을 배워가는 토오루에 비해, 시후미는 그런 토오루에게 적당히 냉정하다. 자신에게 잘하는 남쳔을 챙길 줄 알며, 샵의 오너로서도 열심이다. 모든 것에서 그녀가 no.1인 토오루에게 그의 사랑은 공평하지 않다.

 

코우지는 의사집안의 막내아들로 적당한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호기심이 불러온 사건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저 호기심반 장난반으로 동기의 어머니와 연애를 시작했고, 그 연애의 끝은 혹독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가 스무살 청년이 된 지금, 그는 '자녀가 없는' 멋진 유부녀 키미코와 적당히 귀여운 유리, 두 사람에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하지만 유리가 결혼을 생각할 정도의 의미라면, 키미코는 언젠가 그가 먼저 끊어내야할 그런 존재일 뿐이다.

 

점심시간에 홀로 책을 읽던 토오루를 짐짓 재수없다 여기던 코우지였지만, 이내 코우지는 자신과 토오루 사이의 공통점을 알아챘고, 토오루는 언제나 자신이 sos를 쳐도 될만한 믿음직한 친구로 여기고있다. 이렇게 닮았지만 많이 다른 두 사람, [도쿄타워]는 이 젊은이들의 혹독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나는 사랑이라 외치지만 남들은 불륜이라 비난하는 그런 이야기라고 할 때, 나는 이미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기대를 반 쯤 접고 있었다. 너무나도 진부한 이야기일 거라는 것 때문이었다. [낙하하는 저녁]이나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그녀가 보여주었던 발칙하면서도 신선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불륜이라니.. 때문에 나는 꽤나 오랜시간 그녀의 [도쿄타워]를 책장에 방치해 두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어떠한 기대도 없는 시기가 되어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래도 조금은 '아! 에쿠니 가오리구나'하는 감상이 먼저 들었다.

 

비록 내가 기대한 발칙하고 신선한 기운은 없어도, 그녀의 섬세한 감성표현은 여전했다. 그녀가 시후미에 대한 토오루의 절절한 애정을 표현해 내는 것은 너무나도 놀라웠다. 마치 내 눈앞에 사랑의 열병을 앓는 청년이 보이는 듯... 그녀가 그려낸 불륜이라는 이름의 사랑은 더럽지않고 섬세하며 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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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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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민을 나무를 뿌리채 뽑아 전과는 전혀 다른 토양에 옮겨심어 놓은 것과도 같다고 했다.지금껏 아무런 저항 없이 뿌리를 내리고 조용하게 살았던 나무의 일상이, 뿌리가 뽑혀 전혀 다른 땅에 옮겨심어지게 된다면, 그 나무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대충 생각해봐도 그 나무의 앞날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란 건 자명하다. 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풍토병을 앓아 죽어버릴 수도 있고, 전과는 전혀다른 토양의 영양분을 받아 들이며 잔병을 앓을 것이다.

 

이민자의 삶 또한 이 나무와 같을 것이다. 지금껏 자신이, 아니 자신을 비롯한 그의 가족과 조상이 몇 백년간 살아온 문화에서 벗어나 살색도 눈동자 색도, 코 높이도 너무 다른 그네들과 부딪히며 살아간다는 것은 엄청난 각오를 하지 않고는 감히 실행에 옮길 수 없는 큰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곳곳에 "해외교포"라는 이름을 가진, 그 엄청난 일을 실행해 낸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갔고, 최초의 이민자가 한국땅과 태평양을 건너 미국땅을 밟은 지도 벌써 백년이 훨씬 넘었다.

그리고 "미국교포"들은 1세대, 2세대를 지나 몇 세대를 이루고 미국땅에서 노랗고 납작한 얼굴을 가진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조금은 먹고 살기가 수월해진 요즘, 우리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벽안의 미국인들에게 있어 한국인은 성실하고 얌전하며 근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는 곧 한국인은 돈만 밝히고 수동적이라는 평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평가 속에서 마치 물위에 뜬 기름처럼 미국땅에 억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그 많은 교포 중 하나인 이민진이 바로 자신을 비롯한 한국계 미국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써냈다.

 

명문대를 나왔지만 세탁소를 하며 늘 풍족하지 못한 집안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케이시, 비록 어머니는 어린시절 잃어 아버지 손에 자랐지만 언제나 따뜻한 마음을 잃지않는 부잣집 아가씨 엘라, mit를 다니는 케이시의 동생 티나, 그리고 어린 나이에 나이많은 남자의 후처로 들어가 평생을 인내하고 숨죽이며 살아온 리아. 이들은 모두 자라난 환경, 나이, 성격이 다르지만 미국이란 땅에서 살아가는 한국계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리고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을 통해 우리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고,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 교포여성들의 삶을 알아갈 수 있다.

 

모든 사교활동이 교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미국 교민 사회에서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을 무례함도 한국계이기에 용서가 된다. 이렇게 미국에서 살며 영어를 쓰지만 한국의 정서가 바닥에 가득 자리잡은 그네들의 사회에서, 스스로를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교포 젊은이들은 혼란을 겪게된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한국식의 보수적인 잣대, 그 잣대는 여성들들에게 더 가혹하고 철저하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은 이렇게 스스로가 말도 않된다고 생각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순종하는 삶을 살다 말도 못할 배신에 자살기도를 감행했던 엘라, 결혼까지 생각했던 약혼자의 배신과 애인의 도박중독으로 괴로워하던 케이시, 가족의 촉망을 받으며 바른길을 간다고 생각한 티나, 남편을 배신하고 죄를 지었다며 자책하는 리아. 너무나도 다른 그녀들이기에 그녀들에게 다가온 위기와 갈등또한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스스로 혹은 타인의 배려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사랑을 쟁취한다.

 

바다를 건너간 유자가 탱자가 된 것처럼, 뿌리를 옮겨간 나무는 몇차례 극심한 몸살을 겪고 그 중 몇번은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후 다시 건강하게 자라난다. 그 나무처럼 백여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터를 잡고사는 한인들도 각기 자기만의 고통과 몸살을 겪고, 그 안에서 당당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사랑에 믿고 사랑을 할 수 있게 된 엘라처럼, 돈과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가려고 마음먹은 케이시처럼...  미국에 사는 한국계여성들이여,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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