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임진평 지음 / 위즈덤피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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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ation that keeps one eye on the past is wise.

A Nation that keeps two eyes on the past is blind.

벨파스트의 유서깊은 펍의 벽면에 쓰여 있던 글귀가 마음에 남았다.

두 눈을 모두 과거를 돌아보는 데 쓰는 나라나 민족은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지혜로운 나라(민족)는 한 눈으로는 과거를 돌아보되,

또 다른 한 눈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아일랜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물었을때 나는 쌩뚱맞게도 드라마 '아일랜드'라고 대답했다. 마이너 매니아 드라마였던 '아일랜드'라는 드라마는 사실 즐겨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나영이 연기한 중아라는 캐릭터는 그저 스쳐지나는 듯 본 것인데도 내 머릿속에 깊히 각인되어 버렸다.

아일랜드로 입양되어 양부모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중아, 그러던 어느날 중아의 양오빠가 IRA의 한 사건에 연류되어 모든 가족이 처참하게 숨을 거둔다. 그렇게 상처받은채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한국으로 돌아온 중아. 내게 있어 아일랜드는 곧 중아였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준비한 영화가 개봉도 되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 임진평을 아일랜드로 떠난다. 그도 나처럼 아일랜드는 '중아'의 나라이기도 했다. 아일랜드라는 조금은 생소하고 익숙치 않은 나라로 떠날 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드라마 '아일랜드'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두번째 달'의 에스닉 퓨전밴드 '바드'와 함께였다. 언제 개봉하게 될지, 아니 과연 관객이 볼 수 있을지조차 희미해져버린 영화는 잊어버리고, 그는 '바드'와 함께 아일랜드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영국이면서도 영국이 아닌 아일랜드, 아일랜드 특유의 하늘아래로 '바드'와 임진평이 탄 비행기가 내려섰다. 영국안의 또다른 나라, 아일랜드임은 아직도 여전했지만 IRA는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꽤나 많은 영화들에서 우리는 피튀기는 그들의 전쟁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무력싸움도 옛말이 되었고, 아일랜드 토박이말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렇게 한차례 엄청난 몸살을 앓은 아일랜드는 이제 '음악의 나라'로 세상에 또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바드'는 음악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아일랜드를 찾았다. 그리고 임진평은 그러한 '바드'를 통해 음악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위해 아일랜드를 찾았다. 그래서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에서 우리는 많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턱시도를 차려입고, 나비넥타이를 매고 무게를 잡아야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펍이건 거리이건 무대를 가리지않고 자신이 가진 예술적 재능을 펴는 그 모든 사람들이 다 예술가다. 그리고 아일랜드 곳곳에서 '바드'와 임진평은 많은 예술가들을 만났다. 음악을 즐기고, 전통을 이어가고, 음악을 통해 가족간의 유대감을 돈독하게 만들어가는 아일랜드 사람들.. 그들은 IRA와 전쟁을 바라보는 눈과는 다른 아일랜드의 두번째 눈이었다.

 

과거를 바라보는 것을 잊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자신들을 치유하며 그 것을 통해 변해갔다. 그동안 세계가 그들을 '전쟁'으로만 기억했다면, 이제부터는 '음악과 예술'로 기억하기를 바란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꼬마친구들 끼리,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들도 음악에 있어서는 언제나 진지하다. '바드'는 그러한 음악의 풍부한 토양안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나이많은 할아버지 밴드앞에서 세션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서깊은 펍에서 쫓겨나기도 하며 아일랜드 전통음악에 가까워간다. 그리고 밴드가 아닌 솔리스트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들은 아일랜드에서 과거만 바라보며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며 모험을 할 줄 아는 용기를 배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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