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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 대한민국 - 위기의 한국에 고한다
김광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 우연히 제목을 보고 구해서 읽어 본 책이다.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책 표지를 넘겼는데, 놀랍게도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의 정치와 경제 등 현실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알고 봤더니 저자는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오랫동안 미국에 장기 체류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전작이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였다.
흔히 우리가 생각해 왔던 공정하고 발전된 선진국 미국은 이미 죽어가고 있으며, 정치와 경제를 비롯해서 사회 전반이 심하게 병들어 가고 있다고 비판한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진보나 좌파 진영 쪽은 결코 아니다. 70~80년대에도 결코 학생운동이나 시위에는 참가하지 않고, 공부와 와인에만 빠져 있었던 사람이었다. 또, 미국을 맹목적으로 증오하면서 사실은 동경하는 진보 진영 인사들을 극도로 혐오하는 보수쪽 인사이다.
그런데 정치 성향으로는 보수 우익인 이 사람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의 상황을 맹렬히 비판하는 책을 썼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자, 내가 몰랐던 사실들이 나와 충격적이었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고 알고 있던 유럽 국가들의 지도자들 중 상당수는 세계적인 투기 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던 고위직 인사였다고 한다. 이번에 베를루스코니 대신 이탈리아 총리가 된 사람이나 그리스의 총리 등도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었다. 그래서 영국의 어느 언론인은 이런 현상을 두고, "유럽 국가들이야말로 금권 독재자들의 통치를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각 나라의 재정을 빨아먹는 거대한 흡혈오징어이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또, 저자는 유럽 연합이 위기 극복을 위해 유럽 각 나라들의 재정을 간섭할 수 있는 초국가기관적인 은행을 설립하고 있는 움직임과, 동아시아 연합 운운하면서 서로 다른 나라들의 통화 동맹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강력히 반대했다. 그 예로 저자는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세계 단일 정부나 단일 화폐를 들면서, 만약 이런 장치가 정말로 현실화된다면 각국 정부들은 주권을 완벽하게 빼앗기고, 그 나라 국민들의 언어나 문화 같은 요소들은 철저하게 무시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아울러 지금 그런 세계 단일 정부를 주장하는 자들은 전 세계 상위 1%라고 할 수 있는 거대 자본가나 투기꾼들인데, 오직 돈에만 욕심내는 그런 자들이 과연 99%의 빈민이나 외국인들을 얼마나 생각해주겠냐고, 그런 자들이 꿈꾸는 세상이 과연 서민들을 얼마나 고려하겠느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유럽이 아닌 미국은 괜찮을까? 저자는 여기에도 강력히 반대한다. 미국의 사정도 매우 위태롭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미국은 이제 민주국가가 아닌, 돈 많은 자들이 서로 짜고서 해먹는 금권국가라고 비판한다.
한 예로 오바마의 당선을 도운 자들 중에는 음반 판매 사업을 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바베이도스 주재 미국 대사 직에 임명되었다. 국제 정세나 외국의 문화를 전혀 모르고 음반 장사나 하던 사람이 단지 돈을 냈다고 외국 주재 대사라는 관직을 받은 것이다. 쉽게 말하면 매관매직을 한 셈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일리노이 주지사 자리를 돈받고 팔려다가 걸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저자는 한미 FTA를 처음에는 찬성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고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한미 FTA를 해봤자,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들은 한국이나 미국의 재벌이나 대기업들이 독점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미국의 정경 유착이 불러온 2008년발 금융위기와 그로 인해 미국인 1천만 명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못 갚고 집을 빼앗겨 노숙자가 되었다는 사실과, 미국의 공교육 붕괴는 한국보다 더욱 심각하며, 미국인 4천만 명이 직장이 없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엄청나게 비싼 의료비를 내지 못하고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등을 거론하며, 더 이상 이런 미국의 이름 뒤에 프리미엄을 붙이지 말자고, 쇠퇴하는 현상이 역력한 미국을 무작정 추종하거나 숭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소위 서방 선진국들을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나라들이라고 해서 지상천국은 아니며, 그들 나라들도 상당한 병폐와 문제점을 앓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저자는 무분별한 시장 개방과 세계화 정책 추진, 가계 부채 증대와 치솟한 대학 등록금에도 반대하고, 이런 현상들이 계속 되다가는 한국은 몰락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