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대륙, 아메리카 - 콜럼버스 이후 정복과 저항의 아메리카 원주민 500년사
로널드 라이트 지음, 안병국 옮김 / 이론과실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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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에야 이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구해서 읽어 보았다.

 

  이제까지 내가 알던 신대륙 역사, 아즈텍과 마야나 잉카 및 체로키나 이로쿼이 같은 원주민들의 역사를 다루었지만, 저자의 참신한 해석과 방대한 문헌 자료가 매우 돋보였다.

 

  특히, 지금까지 내가 알던 원주민들의 역사 중 상당 부분이 침략자인 스페인과 영국을 비롯한 백인들의 시선에서 멋대로 날조된 것들이라는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아즈텍이나 잉카 같은 경우, 침략자인 코르테스나 피사로 같은 스페인 정복자들을 케찰코아틀이나 비라코차 같은 신이라고 생각해서 저항하지 못하고 삽시간에 멸망했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즈텍과 잉카인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그들은 스페인 정복자들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신이 아닌 인간이라고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아즈텍과 잉카인들이 스페인 정복자들을 신이라고 착각했다는 말들은 알고 보니 스페인 정복자들이 두 지역을 지배하고 나서 20년 후에 만들어낸 낭설이라고 한다. 자기들의 침략과 정복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아즈텍과 잉카의 후예인 멕시코와 페루인들은 비록 스페인의 군사력에 정복되기는 했으나, 그들만의 언어와 종교 및 문화를 아직까지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겉으로는 기독교를 믿지만, 사실은 그들의 신들을 믿고 있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또, 스페인이 정복한 중남미 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이 정복한 북미 대륙의 체로키나 이로쿼이 같은 원주민들의 사정도 그다지 낫거나 다르지 않다는 내용에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 역시, 어느 지역이든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관계는 별로 차이가 없구나, 하고 말이다.

 

  놀랍게도 캐나다에서조차 1990년에 원주민 부족들이 무기를 들고 캐나다 정부에 맞서 봉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콜롬부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지 5백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침략자의 후손인 백인들과 원주민들은 대립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잘못 끼워진 역사의 단추는 되돌리기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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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 - 일본을 유혹한 남자, KI 신서 3761
야마지 아이잔 지음, 김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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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저자는 임진왜란의 내용을 다루면서 시종일관, "일본군은 조선인을 상대로 결코 난폭한 약탈 같은 짓은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예의바르고 점잖게 행동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조선인은 중국보다 일본에 대해 호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사료의 취사선택과 편파적인 주관이 지나치게 반영된 견해이다. 우습게도 저자는 임진왜란을 다룬 내용에서 일본의 사서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들은 믿을 수 없다면서 죄다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쪽 사서에 나온 이야기들만 진실이고, 조선쪽 사서에 나온 이야기는 거짓이란 말인가?

 

  더구나 저자는 임진왜란 도중에 일본군에 맞서 무수히 일어난 조선 백성들의 의병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왜일까? 그야 뻔하지 않은가. 애초에 "일본군은 조선인을 상대로 결코 난폭한 약탈 같은 짓은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예의바르고 점잖게 행동했다."라고 적었는데, 그 예의바른 일본군에 맞서 무수히 많은 조선 백성들이 무기를 들고 봉기하여 맞섰다는 내용을 넣으면, 책에 모순이 생기니까.

 

  또, 임진왜란 와중에 일본군이 조선 백성이나 조선인, 혹은 조선의 문화유산을 상대로 저지른 난폭행위는 수도 없이 많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경주의 불국사를 모조리 불태워버린 일, 왜군이 조명연합군의 공세를 피해 한양에서 남쪽으로 후퇴하기 전에, 한양에 살던 조선 백성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일, 정유재란 때, 조선 백성들을 납치하여 일본으로 끌고 가 노예로 팔아버린 일과 심지어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조선 백성들의 코와 귀를 베어 이를 모아다 귀무덤이라는 끔찍한 장식을 한 일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전혀 언급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에서 전해진 농기구나 농사법을 두고, 이게 임진왜란 시절에 일본군이 가르쳐준 거라고 억지 소리를 하는 것도 무척 당혹스러웠다.

 

  이 책은 외국의 역사서나 저자들도 사실에 맞지 않는 억지 소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하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면밀히 검토해 보면 틀린 이야기가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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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사람의 길 - 上 - 맹자 한글역주 특별보급판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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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부모님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로봇이나 장난감이 아닌 책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입시 공부를 하면서도 남는 시간을 이용해 반드시 책을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 수능 시험을 앞둔 고 3무렵, 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책을 읽을 정도였다.

 

  그런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자, 가장 많이 들락거렸던 곳은 학교 도서관이었다. 나는 이른 아침, 학교에 오면 반드시 도서관에 갔고, 거기서 온갖 종류의 책들을 빌려다 마음껏 읽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던 것 같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된 지금은 책을 단순히 읽는 것에서 벗어나, 서툰 솜씨지만 아예 내가 직접 책을 쓰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일곱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다.

 

  비록 생활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하지만, 돈이 생기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도 새로 나온 책들을 구입하는 일이다. 만약 나에게 지금 당장 1억원이 생긴다면, 평소에 내가 구입하고 싶었던 책 1천권을 당장 사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은 몇 권이나 될까? 세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1천권은 넘을 것이다. 여러 번 이사를 다니고 생활이 곤궁해 많이 팔았지만, 그래도 아직 내 곁에는 3백권이 넘는 책들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동양 철학자라 할 수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해석하고 주를 단 <맹자 사람의 길> 상편을 구입해 읽어보고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책 읽기를 시작한 이래, 이 책처럼 나에게 큰 감동을 준 책은 없었다. 

 

  도올 선생이 해석하고 주를 단 <맹자 사람의 길>은 제목처럼 고대 중국의 철학자인 맹자가 남긴 말을 모은 책인 맹자를 뜻한다. 맹자는 공자와 더불어 유교를 집대성한 사람인데, 공자와는 달리 초창기에는 중국에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왜냐? 아무리 나쁜 왕일지라도, 왕에게는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가졌던 공자와는 달리, 맹자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철저하게 일반 백성들, 즉 서민들을 중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왕이 왕답지 못하고 폭정을 저지른다면, 백성들은 혁명을 일으켜 나쁜 왕을 몰아낼 정당한 권리가 있다!"라고 외친 사람이 바로 맹자였다. 프랑스 혁명보다 무려 2천년이나 앞서서 민중 혁명을 외쳤던 것이다.

 

  또한 맹자는 "권력자가 백성과 함께 맛 좋은 음식과 음악과 학문을 즐긴다면 좋은 일이지만, 권력자가 백성을 멀리하고 혼자서만 그러한 즐거움을 독차지한다면 악한 일이다."라고 설파했다. 지도자는 자신이 가진 부와 지식을 백성에게 나눠줘야지, 혼자만 독점한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본 것이다.

 

  더불어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이며,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인간이라고 해도 충분한 교육과 도덕을 통한다면 얼마든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이 책에는 맹자의 일방적인 설교만 들어 있지 않다.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고대 중국의 혼란기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칭송받고 비판받아야하는지, 백성과 시대를 위한 진정한 정치와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맹자가 외쳤던 그 시대의 해결책과 방편들이 2천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보아도 그다지 잘못되거나 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올 선생의 말대로, 역사에 진보란 없다.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서재에 꽂힌 수많은 책들이 다 쓸모없는 휴지 조각처럼 보인다. 참된 진리를 알고 나면 다른 가르침들은 모두 어설프고 수준 낮은 잡된 소리로 들린다더니,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수준에 조금이나마 도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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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 대한민국 - 위기의 한국에 고한다
김광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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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연히 제목을 보고 구해서 읽어 본 책이다.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책 표지를 넘겼는데, 놀랍게도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의 정치와 경제 등 현실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알고 봤더니 저자는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오랫동안 미국에 장기 체류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전작이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였다.

 

  흔히 우리가 생각해 왔던 공정하고 발전된 선진국 미국은 이미 죽어가고 있으며, 정치와 경제를 비롯해서 사회 전반이 심하게 병들어 가고 있다고 비판한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진보나 좌파 진영 쪽은 결코 아니다. 70~80년대에도 결코 학생운동이나 시위에는 참가하지 않고, 공부와 와인에만 빠져 있었던 사람이었다. 또, 미국을 맹목적으로 증오하면서 사실은 동경하는 진보 진영 인사들을 극도로 혐오하는 보수쪽 인사이다.

 

  그런데 정치 성향으로는 보수 우익인 이 사람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의 상황을 맹렬히 비판하는 책을 썼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자, 내가 몰랐던 사실들이 나와 충격적이었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고 알고 있던 유럽 국가들의 지도자들 중 상당수는 세계적인 투기 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던 고위직 인사였다고 한다. 이번에 베를루스코니 대신 이탈리아 총리가 된 사람이나 그리스의 총리 등도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었다. 그래서 영국의 어느 언론인은 이런 현상을 두고, "유럽 국가들이야말로 금권 독재자들의 통치를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각 나라의 재정을 빨아먹는 거대한 흡혈오징어이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또, 저자는 유럽 연합이 위기 극복을 위해 유럽 각 나라들의 재정을 간섭할 수 있는 초국가기관적인 은행을 설립하고 있는 움직임과, 동아시아 연합 운운하면서 서로 다른 나라들의 통화 동맹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강력히 반대했다. 그 예로 저자는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세계 단일 정부나 단일 화폐를 들면서, 만약 이런 장치가 정말로 현실화된다면 각국 정부들은 주권을 완벽하게 빼앗기고, 그 나라 국민들의 언어나 문화 같은 요소들은 철저하게 무시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아울러 지금 그런 세계 단일 정부를 주장하는 자들은 전 세계 상위 1%라고 할 수 있는 거대 자본가나 투기꾼들인데, 오직 돈에만 욕심내는 그런 자들이 과연 99%의 빈민이나 외국인들을 얼마나 생각해주겠냐고, 그런 자들이 꿈꾸는 세상이 과연 서민들을 얼마나 고려하겠느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유럽이 아닌 미국은 괜찮을까? 저자는 여기에도 강력히 반대한다. 미국의 사정도 매우 위태롭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미국은 이제 민주국가가 아닌, 돈 많은 자들이 서로 짜고서 해먹는 금권국가라고 비판한다.

 

  한 예로 오바마의 당선을 도운 자들 중에는 음반 판매 사업을 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바베이도스 주재 미국 대사 직에 임명되었다. 국제 정세나 외국의 문화를 전혀 모르고 음반 장사나 하던 사람이 단지 돈을 냈다고 외국 주재 대사라는 관직을 받은 것이다. 쉽게 말하면 매관매직을 한 셈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일리노이 주지사 자리를 돈받고 팔려다가 걸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저자는 한미 FTA를 처음에는 찬성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고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한미 FTA를 해봤자,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들은 한국이나 미국의 재벌이나 대기업들이 독점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미국의 정경 유착이 불러온 2008년발 금융위기와 그로 인해 미국인 1천만 명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못 갚고 집을 빼앗겨 노숙자가 되었다는 사실과, 미국의 공교육 붕괴는 한국보다 더욱 심각하며, 미국인 4천만 명이 직장이 없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엄청나게 비싼 의료비를 내지 못하고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등을 거론하며, 더 이상 이런 미국의 이름 뒤에 프리미엄을 붙이지 말자고, 쇠퇴하는 현상이 역력한 미국을 무작정 추종하거나 숭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소위 서방 선진국들을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나라들이라고 해서 지상천국은 아니며, 그들 나라들도 상당한 병폐와 문제점을 앓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저자는 무분별한 시장 개방과 세계화 정책 추진, 가계 부채 증대와 치솟한 대학 등록금에도 반대하고, 이런 현상들이 계속 되다가는 한국은 몰락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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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김경일 지음 / 바다출판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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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처음 나온 건 1999년이다. 그 때는 내가 아직 대학생 시절이었다.

 

  그 무렵,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이 나오자, 온 나라가 큰 충격에 휩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교를 숭상하는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부정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 무렵, 이 책을 수없이 읽었다. 그리고 저자의 주장에 대부분 찬성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이 30이 넘은 지금에 와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심한 질타와 반박을 들었던 백지원의 책들과 비슷하다. 저자만의 아집과 편견, 게다가 한국 사회를 극도로 부정적인 눈으로 보고 혐오하는 시선까지 가득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많은 오류들로 가득 차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저자는 고대 한민족의 나라였던 부여가 현재의 러시아 국경과 인접해 있으니, 부여인들은 러시아인과 혼혈이 된 민족이니, 순수한 한민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건 심하게 말하자면 무식과 무지의 극치이다. 러시아가 만주 일대에 세력을 뻗치게 된 것은 아무리 빨라야 1660년 무렵이고, 정식으로 연해주를 영토로 편입한 시기는 1860년 제 2차 아편 전쟁에서 베이징 조약을 체결해 준 대가로 얻은 때였다. 그리고 17세기 이전까지 광대한 시베리아는 백인종인 러시아가 아닌, 몽골계와 투르크계 등 아시아계 유목 민족과 수렵 민족들이 살던 땅이었다. 그런데 기원전 3세기에 발흥하여 서기 5세기 말에 멸망한 부여가 대체 어떻게 서기 17세기에야 시베리아와 만주에 나타난 러시아인과 피가 섞일 수 있단 말일까? 러시아인들이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타임머신이라도 만들어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단 말인가? 그럴리는 없다. 저자는 지금의 국경만 보고 대충 짜집기해서 엉터리 발언을 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로마가 다른 민족들을 야만인 취급하며 개처럼 몰아내는 배타적인 습관 때문에 망했다는 어느 일본 작가의 글을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식과 엉터리로 가득 찬 헛소리이다. 로마가 그렇게 타민족에 배타적이었다면 어떻게 자그마치 1200년 동안이나 존속할 수 있었을까?

 

  더구나 저자는 미국과 일본은 한국보다 잘 살고 힘 센 나라이니, 그들보다 국력이 약한 우리가 그들과 동등한 대접을 바랄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가 왜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구 대하느냐고 자뭇 준엄하게 꾸짖는다.

 

  그런데 이 발언이야말로 모순 투성이다. 약자가 강자에게 눌리고 뒤쳐지는 것이 당연하다면, 왜 우리가 우리보다 국력이 약한 베트남이나 필리핀 같은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대해 주어야 하는가? 그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 그들에게 돈을 주는 강자는 우리인데?

 

  가장 나쁜 글쓰기는 같은 사람이 같은 글을 쓰면서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찍이 백지원도 고려왕조실록에서 간도는 이미 중국 땅이니 찾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가, 뒤에서는 말이라도 못하느냐고 말을 바꿔서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보니 김경일도 백지원도 전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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