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사람의 길 - 上 - 맹자 한글역주 특별보급판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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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부모님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로봇이나 장난감이 아닌 책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입시 공부를 하면서도 남는 시간을 이용해 반드시 책을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 수능 시험을 앞둔 고 3무렵, 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책을 읽을 정도였다.

 

  그런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자, 가장 많이 들락거렸던 곳은 학교 도서관이었다. 나는 이른 아침, 학교에 오면 반드시 도서관에 갔고, 거기서 온갖 종류의 책들을 빌려다 마음껏 읽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던 것 같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된 지금은 책을 단순히 읽는 것에서 벗어나, 서툰 솜씨지만 아예 내가 직접 책을 쓰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일곱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다.

 

  비록 생활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하지만, 돈이 생기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도 새로 나온 책들을 구입하는 일이다. 만약 나에게 지금 당장 1억원이 생긴다면, 평소에 내가 구입하고 싶었던 책 1천권을 당장 사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은 몇 권이나 될까? 세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1천권은 넘을 것이다. 여러 번 이사를 다니고 생활이 곤궁해 많이 팔았지만, 그래도 아직 내 곁에는 3백권이 넘는 책들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동양 철학자라 할 수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해석하고 주를 단 <맹자 사람의 길> 상편을 구입해 읽어보고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책 읽기를 시작한 이래, 이 책처럼 나에게 큰 감동을 준 책은 없었다. 

 

  도올 선생이 해석하고 주를 단 <맹자 사람의 길>은 제목처럼 고대 중국의 철학자인 맹자가 남긴 말을 모은 책인 맹자를 뜻한다. 맹자는 공자와 더불어 유교를 집대성한 사람인데, 공자와는 달리 초창기에는 중국에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왜냐? 아무리 나쁜 왕일지라도, 왕에게는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가졌던 공자와는 달리, 맹자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철저하게 일반 백성들, 즉 서민들을 중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왕이 왕답지 못하고 폭정을 저지른다면, 백성들은 혁명을 일으켜 나쁜 왕을 몰아낼 정당한 권리가 있다!"라고 외친 사람이 바로 맹자였다. 프랑스 혁명보다 무려 2천년이나 앞서서 민중 혁명을 외쳤던 것이다.

 

  또한 맹자는 "권력자가 백성과 함께 맛 좋은 음식과 음악과 학문을 즐긴다면 좋은 일이지만, 권력자가 백성을 멀리하고 혼자서만 그러한 즐거움을 독차지한다면 악한 일이다."라고 설파했다. 지도자는 자신이 가진 부와 지식을 백성에게 나눠줘야지, 혼자만 독점한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본 것이다.

 

  더불어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이며,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인간이라고 해도 충분한 교육과 도덕을 통한다면 얼마든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이 책에는 맹자의 일방적인 설교만 들어 있지 않다.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고대 중국의 혼란기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칭송받고 비판받아야하는지, 백성과 시대를 위한 진정한 정치와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맹자가 외쳤던 그 시대의 해결책과 방편들이 2천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보아도 그다지 잘못되거나 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올 선생의 말대로, 역사에 진보란 없다.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서재에 꽂힌 수많은 책들이 다 쓸모없는 휴지 조각처럼 보인다. 참된 진리를 알고 나면 다른 가르침들은 모두 어설프고 수준 낮은 잡된 소리로 들린다더니,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수준에 조금이나마 도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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