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김경일 지음 / 바다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처음 나온 건 1999년이다. 그 때는 내가 아직 대학생 시절이었다.

 

  그 무렵,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이 나오자, 온 나라가 큰 충격에 휩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교를 숭상하는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부정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 무렵, 이 책을 수없이 읽었다. 그리고 저자의 주장에 대부분 찬성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이 30이 넘은 지금에 와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심한 질타와 반박을 들었던 백지원의 책들과 비슷하다. 저자만의 아집과 편견, 게다가 한국 사회를 극도로 부정적인 눈으로 보고 혐오하는 시선까지 가득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많은 오류들로 가득 차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저자는 고대 한민족의 나라였던 부여가 현재의 러시아 국경과 인접해 있으니, 부여인들은 러시아인과 혼혈이 된 민족이니, 순수한 한민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건 심하게 말하자면 무식과 무지의 극치이다. 러시아가 만주 일대에 세력을 뻗치게 된 것은 아무리 빨라야 1660년 무렵이고, 정식으로 연해주를 영토로 편입한 시기는 1860년 제 2차 아편 전쟁에서 베이징 조약을 체결해 준 대가로 얻은 때였다. 그리고 17세기 이전까지 광대한 시베리아는 백인종인 러시아가 아닌, 몽골계와 투르크계 등 아시아계 유목 민족과 수렵 민족들이 살던 땅이었다. 그런데 기원전 3세기에 발흥하여 서기 5세기 말에 멸망한 부여가 대체 어떻게 서기 17세기에야 시베리아와 만주에 나타난 러시아인과 피가 섞일 수 있단 말일까? 러시아인들이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타임머신이라도 만들어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단 말인가? 그럴리는 없다. 저자는 지금의 국경만 보고 대충 짜집기해서 엉터리 발언을 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로마가 다른 민족들을 야만인 취급하며 개처럼 몰아내는 배타적인 습관 때문에 망했다는 어느 일본 작가의 글을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식과 엉터리로 가득 찬 헛소리이다. 로마가 그렇게 타민족에 배타적이었다면 어떻게 자그마치 1200년 동안이나 존속할 수 있었을까?

 

  더구나 저자는 미국과 일본은 한국보다 잘 살고 힘 센 나라이니, 그들보다 국력이 약한 우리가 그들과 동등한 대접을 바랄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가 왜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구 대하느냐고 자뭇 준엄하게 꾸짖는다.

 

  그런데 이 발언이야말로 모순 투성이다. 약자가 강자에게 눌리고 뒤쳐지는 것이 당연하다면, 왜 우리가 우리보다 국력이 약한 베트남이나 필리핀 같은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대해 주어야 하는가? 그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 그들에게 돈을 주는 강자는 우리인데?

 

  가장 나쁜 글쓰기는 같은 사람이 같은 글을 쓰면서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찍이 백지원도 고려왕조실록에서 간도는 이미 중국 땅이니 찾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가, 뒤에서는 말이라도 못하느냐고 말을 바꿔서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보니 김경일도 백지원도 전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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