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토미 히데요시 - 일본을 유혹한 남자, KI 신서 3761
야마지 아이잔 지음, 김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저자는 임진왜란의 내용을 다루면서 시종일관, "일본군은 조선인을 상대로 결코 난폭한 약탈 같은 짓은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예의바르고 점잖게 행동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조선인은 중국보다 일본에 대해 호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사료의 취사선택과 편파적인 주관이 지나치게 반영된 견해이다. 우습게도 저자는 임진왜란을 다룬 내용에서 일본의 사서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들은 믿을 수 없다면서 죄다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쪽 사서에 나온 이야기들만 진실이고, 조선쪽 사서에 나온 이야기는 거짓이란 말인가?

 

  더구나 저자는 임진왜란 도중에 일본군에 맞서 무수히 일어난 조선 백성들의 의병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왜일까? 그야 뻔하지 않은가. 애초에 "일본군은 조선인을 상대로 결코 난폭한 약탈 같은 짓은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예의바르고 점잖게 행동했다."라고 적었는데, 그 예의바른 일본군에 맞서 무수히 많은 조선 백성들이 무기를 들고 봉기하여 맞섰다는 내용을 넣으면, 책에 모순이 생기니까.

 

  또, 임진왜란 와중에 일본군이 조선 백성이나 조선인, 혹은 조선의 문화유산을 상대로 저지른 난폭행위는 수도 없이 많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경주의 불국사를 모조리 불태워버린 일, 왜군이 조명연합군의 공세를 피해 한양에서 남쪽으로 후퇴하기 전에, 한양에 살던 조선 백성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일, 정유재란 때, 조선 백성들을 납치하여 일본으로 끌고 가 노예로 팔아버린 일과 심지어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조선 백성들의 코와 귀를 베어 이를 모아다 귀무덤이라는 끔찍한 장식을 한 일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전혀 언급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에서 전해진 농기구나 농사법을 두고, 이게 임진왜란 시절에 일본군이 가르쳐준 거라고 억지 소리를 하는 것도 무척 당혹스러웠다.

 

  이 책은 외국의 역사서나 저자들도 사실에 맞지 않는 억지 소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하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면밀히 검토해 보면 틀린 이야기가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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