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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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메(靑目)강에는 네코스테(猫捨;고양이를 버리다)라는 다리가 있다.

그 곳에 고양이들이 많이 모여 산다. 그들이 다리에 모여 사는 이유는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양이들의 신과 다름없는 현명한 늙은 고양이가 그 곳의 질서를 잡아주고 있다. 서열이 없는 평등한 관계로 사는 특별한 질서이기도 하다.

그 곳에선 며칠에 한 번씩 고양이들의 집회가 열린다. 특별한 토론 주제는 없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서로 질문도 한다. 원래 길고양이도 있고 집고양이로 살다 사정이 생겨 흘러들어온 고양이들도 있다. 집고양이들의 입을 통해 인간 세상의 모습을 듣기도 한다.

고양이를 키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인간 세상에서 사는 고양이도 있고 인간에게 죽을 뻔했던 고양이도 있다. 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르듯 사람에 대한 고양이의 생각도 다르다.

고양이의 눈을 통해 본 세상과 인간.

인간의 눈을 통해 본 세상과 고양이.

그리고 아오메 강에 자리 잡고 사는 백로의 시선으로 본 또 다른 세상.

 

아오메 강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인간과 고양이와 백로는,

생명체라는 같은 자격을 가진 존재들.

각자의 의지와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존재는 없다.

인간도 고양이도 백로도 같은 가치를 가진 생명체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각기 제 목소리를 낸다.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허용되는 세상이야말로 얼마나 따뜻한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삶의 철학이 듬뿍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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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있는 인생 - 취미가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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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루야마 겐지는 30대에 오프로드 바이크와 랠리에 푹 빠져 지냈다. 그리고 다음엔 낚시에 열을 올렸다. 더 젊었을 때는 영화광이었고 음악은 글 쓰는 작업에 반드시 동행해야 할 친구다. 그의 취미는 취미라기보다 광적으로 몰입하는 일이었고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딱 그만 둔다. 물론 음악은 글을 쓰는 동안의 동반자니 헤어질 수 없지만.

 

  마흔이 되어갈 즈음 낚시를 그만두자 대신할 취미가 더 이상 없었다. 그리고 내면에 이변이 일어난다. 소설이야 말로 진정으로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깨달음이 온 것이다. 그리고 본업인 소설 쓰기에 몰입한다. 물론 문학이라는 멋진 광맥을 찾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진정 소설가가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소설가가 얼마나 될까. 몹시 부럽다. 그의 인생은 소설만큼이나 멋지다

 

<취미 있는 인생>,

20대에 소설가가 되고 끊임없이 다른 취미에 열중하던 작가가 그 모든 취미가 결국 진정한 소설가가 되기 위한 바탕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위대한 소설가의 고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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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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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딴집(상권 하권)

<외딴집>은 기이한 소문에 휩싸인 한 어촌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중요한 축이다. 소문은 지배 계층의 권력 다툼으로 만들어졌지만 암투 속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민중들이다.

희생자의 중심인물은 한때 중앙정부의 권력자였던 무사 가가와 하녀의 몸에서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소녀 ’. 한 사람은 권력의 중심부까지 올랐던 사람이며 한 사람은 가장 천한 사회의 밑바닥에서 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자란 아이다.

일본 에도 시대(1603-1867)는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 시대에 해당된다.

요즘처럼 럼 정보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던 시절이 아니었던 시대. 그래서 지배자의 의도로 거짓 정보를 퍼뜨릴 수도 있던 시대. 조작된 정보라는 걸 모르는 민중들에겐 공포가 될 수도 있었던 시대. 다시 말하면 얼마든지 공포 정치가 가능했던 시절. 권력자들의 필요에 따라 무시무시한 소문을 만들어내고 소문을 여론으로 이용했던 시대

 

일본 에도 시대 바닷가 마을 마루미 번.

에도 시대는 봉건 체제였다. 중앙정부(막부) 지배 아래 독립적인 영지를 가진 여러 번이 있었는데 마루미는 바닷가에 위치한 번이다. ‘는 에도에서 태어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멀리 마루미 번으로 흘러들어온다. ‘가가는 아내와 자식 그리고 부하들을 죽인 살인죄로 마루미 번으로 유배를 온다. ‘가가는 마루미로 오기 전부터 악령이라는 소문에 휩싸여 있었다. 그래서 그가 오면 재앙이 일어날 거라며 마을 분위기는 흉흉하다. 가가는 비록 죄인이지만 막부의 중책을 맡았던 사람이라 함부로 할 수는 없다. 혹 잘못되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진 마른 폭포 저택에 모시고 많은 인력을 들여 지킨다. 가까이에서 지키는 몇 사람 외에 가가의 얼굴을 본 사람도 없지만 가가는 이미 마을에서 괴물이 되어있다. 아니,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괴물이 되어간다.

봄부터 여름까지 유난히 벼락이 많이 떨어지는 마을. 더구나 바다에 떨어지는 벼락은 더 무섭다. ‘가가가 마루미로 온 해에도 물론 벼락이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조차 가가가 몰고 온 재앙이라 생각한다.

 

;마른 폭포 저택에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살인죄로 산 채로 악령이 된 무사, 가가가 살고 있는 집.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꺼리는 그 외딴집에 살게 된 호.

청소나 빨래, 심부름을 하는 하녀가 가가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소문으로만 알고 있는 가가는 보지 않아도 두렵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에 자객이 침입한다. 우연히 자객과 맞닥뜨린 호가 저택의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가가의 방으로 끌려올라간다.

드디어 두 주인공이 만난 것이다.

대반전이 일어난다.

가가는 귀신도 악령도 아니다.

거기서부터 소설은 재미와 감동으로 넘쳐난다.

상권이 거의 끝날 무렵부터 소설은 너무나 흥미로워서 손에서 뗄 수가 없다. 사실 상권을 반 이상 읽을 때까지도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의심했다. 줄거리가 선명하게 잡히지가 않았고 그래서 지루했다.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서 계속 읽어나갔다. 그러다 상권 후반부부터, ‘가가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부터, 다시 말하면 가가가 만나는 순간부터 대반전이 일어나며 하늘이 밝아오듯 줄거리와 주제가 선명해진다.

햇살이 쏟아지는 바다와 바닷가 마을.

하늘을 가리는 뿌연 소나기.

모든 것을 하얗게 삼키는 뇌우.

온 마을을 뒤덮는 천둥 소리..

고요하게 밝아오는 새벽 바다.

하늘을 밀어올리는 바다의 파도.

숭고한 저녁노을.

마을로 쏟아져내리는 밤하늘의 별.

 

<외딴집>은 자연을 묘사하는 아름다운 문장 속에서,

 영화보다 더 멋진 상상의 풍경과 감동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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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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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간송의 생애를 글로 남기기 위해 2년 동안 자료 조사를 했고, 줄거리를 구상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위대한 인물의 일대기를 전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민족의 문화재를 살려내려는 간송의 열정을 제대로 그려내고 싶었다.

 예술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심미안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간송이라는 인물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물론 생애와 시대 상황, 문화재의 가치 등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이다.

 

  글 속의 간송의 행동과 말, 생각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간송에 대한 작가의 존경과 사랑으로 태어난 상상이라 하더라도 ,

 독자도 작가만큼 간송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다.

 상상도 마음에서 태어나고 마음도 근거 없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 분명 이 모든 사랑과 존경의 마음은 간송으로부터 온 것이리라.

 간송은 재물의 가치가 얼마나 우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재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몸소 실천했으니까.

 

 

  간송 전형필(1906-1962)은 일제시대에 태어나 24살에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갑부였다. 그리고 그 재산은 일본으로 흘러나가는 서화, 도자기, 불상, 석조물, 서적들을 수집하는데 거의 쓰였다. 그리고 나머지 재산은 인재양성을 위한 보성학교로 몽땅 흘러들어갔다. 보성학교 교장이 사무관리를 소홀히 해서 엄청난 빚을 졌기 때문이었다. 전형필은 남은 재산을 처분해 빚을 다 갚았고, 조선 최고의 부자가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쪼들릴 정도가 되었지만 수장품은 하나도 팔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돈에 쪼들린다는 깃이 그에게도 충격이었던가. 빚을 다 갚은 후 급성 신우염으로 쓰러졌고 결국 그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57.

 

몸과 마음과 재산을 전부 바쳐 지키고자 했던 전형필의 수장품은 현재 간송 미술관에서 빛나고 있다. 수많은 작품이 국보, 보물, 지정 문화재로 등록되었고 해마다 두 차례 일반에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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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 1~2 세트 (리커버 특별판)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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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으로 폐허가 된 파리.

급속하게 불어난 쥐들 때문에 페스트까지 번져 인구가 거의 멸종 상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던 고양이들도 거리로 내몰리고, 거리엔 유기된 개와 쥐들의 세상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조차도 쥐떼들에 쫓기는 신세.

 

살아남은 어린이 200명 정도와 고양이들이 쥐떼를 피해 센 강의 작은 섬으로 탈출.

이들의 지도자는 인간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칩이 머리에 심겨진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꿈을 통해 모든 생명체와 대화가 가능한 고양이 바스테트, 그리고 바스테트의 주인인 인간 어른 나탈리, 청각과 언어를 잃어버린 대신 꿈속 언어로 소통하는 법을 체득한 파트리샤다.

 

쥐떼를 피해 섬으로 탈출함과 동시에 섬에 갇혀버린 그들은 모든 동물이 소통하는 신세계를 꿈꾸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과학자 소피는 자신의 애묘인 피타고라스의 뇌에 칩을 심는 실험을 했다. 뇌에 박힌 이 칩은 제 3의 눈으로 인간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장치. 그래서 피타고라스는 지식과 기억을 가지게 되었고 이 지식을 바스테트에게 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들에겐 기억 능력이 없다. 그래서 지식을 가르쳐도 후대에 전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식을 남길 방법이 필요한데, 컴퓨터는 불완전했다. 전기가 사라지면 그 모든 것이 사라질 테니까.

그래서,

세 세상에 대한 그들의 노력과 지식을 전할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글. 즉 책을 남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인간처럼 섬세한 손이 없어 연필을 쥘 수가 없다. 글로 기록하는 방법을 생각해 낸 고양이 바스테트가 이것도 해결한다. 그것은 꿈. 꿈을 통해 파트리샤에게 말해주고 받아 적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지구와 지구 생명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어떻게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게 공생할 수 있을까 하는 고뇌는 물론 개별 생명체의 존재 이유에 대한 깊은 고뇌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고뇌는 인간을 대신한 피타고라스의 독백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2219,

31 피타고라스의 지혜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다 나를 위한 것이다.

이 시간과 공간은 내 영혼이 현신을 위해 선택한 차원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친구들은 내가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준다.

내 적들과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무수한 장애물들은 나의 저항력과 투쟁력을 확인하게 해준다.

내가 부닥치는 문제들은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해준다.

나는 내 행성을 선택했다.

나는 내 나라를 선택했다.

나는 내 시대를 선택했다.

나는 내 부모를 선택했다.

나는 내 육체를 선택했다.

나를 둘러싼 것이 내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인식하는 순간 나는 불평할 수도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없다.

더 이상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없다.

나는 내 영혼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런 특정한 시련들이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혹시라도 내가 잊어버릴까봐 이 메시지는 밤마다 꿈으로 나를 찾아온다.

나는 둘러싼 모든 것은 내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를 진화시키기 위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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