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는 소형이 애지중지 가꾸어 놓은 화초들이 사랑 받고 있는 티를 듬뿍 내며 푸릇푸릇 자라고 있었다. 빼곡하게 들어찬 화분들로 손바닥만한 베란다가 터져 나갈 듯했다. 벤자민 한 그루만 덜렁 있는 내 베란다가 떠오른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한 그루 있는 것도 한 번씩 기아 상태에 빠뜨리는데.

 

  <노래 들을래?>

  소형은 더 이상 말이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소형은 너무 많은 말을 해서, 나는 할 말이 없어서.

  이 상황에 내가 무슨 말을 주절주절 하겠는가.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위로될 말을 찾기는 참 어렵다. 위로가 필요한 상황일 땐 더구나 그렇다. 문상을 가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지극한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어떤 말도 슬픔을 어루만지기엔 너무 너절하거나 가볍다. 그래서 차라리 말문을 닫아버리게 된다. 그저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노래 들을래?’란 말은 조용히 있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둘이 앉아 있으면서 말이 없으면 공기가 무겁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근심 걱정 없을 때나 조용함이 곧 평화로움으로 이어지는 법이니까. 평화로 가지 못하는 고요함은 무거운 적막으로 변해 마음을 짓누를 것이다. 그 무거운 적막을 메워주는 덴 노래만큼 좋은 것도 없다.

  ‘노래란 말을 듣는 순간 생각나는 노래가 있었다.

  대답도 하지 않고 C.D.가 꽂혀있는 책장으로 기어갔다. 그랬다. 기어갔다. 좁은 아파트의 장점이랄까. 몸을 조금만 굽히면 물건들이 손닿는 곳에 있는 까닭에 굳이 일어서서 걸어갈 필요가 없다. 집에서 하루 종일 그렇게 지내노라면 마치 애완 햄스터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뭐 찾는데?>

  <들어 봐. 화분들을 보니까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서. 지금 우리 기분에도 딱 어울리는 노래로 틀어 줄게.>

  드디어 찾았다.

  나는 조용필의 꽃이 되고 싶어라를 끼우고 계속 그 노래만 나오도록 조작을 했다.

   눈물이 나네, 눈물이 나를 적시네.

   한숨이 나네, 한숨이 나를 떠미네.

   바람 부는 이 저녁, 어디로 가야 하나.

   뜨거운 정으로 밀려오는 달빛, 어얼싸 취해서,

   사랑하는 이와 단 하루 살아도, 어야, 좋겠네.

   보아주는 이 없어도, 고운 꽃이여.

   나는 나는 죽어서 꽃이 되고 싶어라.

 

   처연하고 깊은 목소리가 좁은 방을 가득 채웠다.

  소형이 늘 정신적인 남편이라고 떠드는 조용필의 뛰어난 가창력.

  그의 노래 솜씨는 정말 부럽다.

  그때그때의 기분에 맞는 노래를 저렇게 멋지게 부를 수 있다면, 그 기분이 그대로 예술이 될 것 같았다. 허공으로 총을 쏘아 올리듯 거침없이 올라가는 고음. 바다에 떠가는 거대한 배를 연상시키는 저음.

 

  같은 노래가 세 번째 돌아가고 있었다.

  소형은 머리를 바로 든 채 정면을 보는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노래를 듣고 있는 걸까.

  사람을 앉혀놓고 이렇게 오래 동안 말이 없기는 처음이다. 아무리 큰 걱정거리가 있어도 5분 정도 침묵하면 평상으로 돌아온다. 잊지 못하면 잊은 척이라도 한다.

  머리가 복잡하긴 복잡한 모양이다. 그녀에게 가장 훌륭한 해결사였던 시간도 무용지물이다. 걱정거릴 잊는 게 아니라 내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다.

  이런 소형을 처음 겪는 나는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있다.

  무슨 이야기라도 꺼내어야 하는지.

  그냥 가만히 두는 게 나을지.

  소형에게 내가 이렇게 무능한 사람이었던가.

  대책 없이 자책의 구덩이만 파 내려가고 있던 나의 삽 끝에 뭔가 부딪치는 게 있었다. 소형이 사 준 옷 생각이 났던 것이다. 다 캐버린 감자밭에서 굵은 감자를 발견한 것처럼 그 생각이 대견했다.

  <네가 사 준 옷 있잖아.>

  그러나 소형은 대답이 없었다. 머쓱해진 내가 그 머쓱함을 밀어버리기라도 하듯이 그녀의 어깨를 어깨로 밀며 다시 말했다.

  <저 번에 사 준 옷 있잖아.>

  이번에는 약간 긴장한 내 목소리가 꽤 크게 나왔다.

  소형이 후드득 놀라면서 나를 돌아봤다. 정말 내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돌아보는 그녀의 얼굴에 표정이 하나도 없었다.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하는, 어떤 감정의 실마리도 찾을 수 없는 백치 같은 얼굴이었다

 가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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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소형이 앞머리를 옆으로 쓸며 묻는다.

  <오빠 바꾸라고.>

  <, 그렇지? 역시 똑똑해. 듣는 태도 아주 좋아.>

  그 말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농담할 기분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소형의 눈빛이 그랬다.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새언니 별 말없이 오빠 도로 바꾸더라. 다짜고짜 엄마 누운 채 똥 쌌다고 했지. 좀 놀라긴 하더구만. 그렇게 심하냐고. 몰랐다고. 병세가 늘 그렇고 그러니까 바쁠 건 없다 싶었다고. 또 하필 결혼기념일이라서 그렇게 됐다고.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기운을 쑥 빼놓더라.>

  <......>

  < ‘오늘 대변 봤으니까, 오늘은 괜찮겠네.’ 하는데, 그 말 듣는 순간 왜 그렇게 힘이 빠지든지. ‘큰일 났네. 빨리 병원에 모시고 가야겠다. 네가 정말 큰 고생했구나.’ 뭐 이런 말을 기대했었나봐. 참 웃기지. 같은 일이 그렇게 다르게 인식되다니. 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큰일이었는데.>

  <입원은 언제 했어?>

  <어제 낮에. 그것도 어제 아침에 내가 또 한바탕 하지 않았으면 아직도 그냥 그러고 있었을 걸?>

  <어제까지 오빠는 안 오셨단 말이야?>

  <아니, 그 다음 날, 결혼기념일 다음 날이지. 점심 때 오빠가 왔더라.>

  <새언니는?>

  <몰라. 안 물어봤어. 언니는 생각도 안 나더라. 나는 빨리 입원이라도 시키고 싶더라고. 있던 병은 그렇다 치고 허리 아픈 건 다른 병일지도 모르는데, 허리라도 나아야 엄마도 그렇고 나도 살 거 아니니? 나는 오빠가 먼저 입원시키자고 할 줄 알았어. 업든지 들든지 해서 차에 태워도 태워야 되는데, 내 힘으로는 어림도 없잖아. 오빠 온 김에 내가 당장 입원시켜 진찰 받아보자 했거든. 그런데 나만 급하지, 오빠는 한 다리 건너에 서 있더라. 점심시간 빼서 잠깐 나온 거라 금방 들어가 봐야 된다고, 며칠 있어 보자나? 혹시 저러다 괜찮을지도 모르지 않냐고. 실망은 됐지만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고, 내가 너무 수선을 피웠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 다시 대변을 보고 싶다 하면 어쩌나 걱정은 됐지만, 할 수 없이 그러자 하고 오빠를 보냈지.

그 전날 열 낸 거에 비하면 너무 싱겁게 끝냈지?>

  <용변은?>

  <그래, 그렇게 오빠를 보내는 게 아니었어. 하루 밤 불안하게 자고, 그러니까 바로 어제지. 어제는 아침부터 시장 갈 일이 있어 서둘렀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천 뜨러 가는 걸 계속 미뤄두고 있었거든. 빨리 아침 해먹고 천이라도 구해 놔야지 싶어 마음이 급했어. 밥이 소리 내며 끓고 있는데, 엄마가 나를 불러. 급한 목소리였어.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볼일인지 알겠더라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데 벌써 냄새가 나. 밥 냄새랑 섞이니까 정말 야릇해서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다. 처리할 생각보다 오빠에 대한 원망이 앞서더라. 가슴은 뛰고 이마는 싸늘하게 식어. 오빠에게 전화부터 했어. 출근하려던 길이라 난처해하더라. 잠시 안 된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유하게 나가면 또 미뤄지겠다 싶어 단호하게 나갔지. 힘에 부쳐 혼자서는 뒤처리 못 하겠으니까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누군 놀고먹는 사람이니? 바쁜 건 마찬가진데. 그래도 오빠가 금방 대답을 안 해. 그래서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굴면 나도 생각이 있다고 협박했더니 온다고 하더라.>

  <무슨 생각이 있었는데?>

  <생각은, 그냥 해 본 소리지. 그리고 계속 그대로 나가면 나 밥줄 안 끊어지란 법도 없어. 강의 있는 날 갑자기 그래 봐.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이 어떻게 계속 세월만 보내?>

  <뒤처리는? 또 혼자 했겠네.>

  <그랬지. 어떻게 기다려. 참 경험이 무섭대. 처음 보다 훨씬 낫더라고.>

  <오빤 바로 오셨고?>

  <, 작정하고 왔는지, 오자마자 병원 갈 채비하라고.>

  <병원에서는 뭐래? 얼마나 있어야 되는데?>

  <허리 아픈 건 디스크 같다고, 다른 병도 있으니까 일단 입원해서 물리치료 받아보고 수술을 하든지 그건 봐가면서 결정하자고. 입원은 잘한 것 같아. 근육 마사지도 받을 수 있고.>

  <병원엔 어머니 혼자 계셔도 돼?>

  <어림없어. 보호자 당연히 있어야 되지. 아니면 사람을 쓰든지.>

  <그것도 보통일 아닐 텐데. 하루 이틀에 끝날 일도 아닐 거 아냐.>

  <글쎄, 안 그래도 답답해. 거의 내가 있어야 될 거 같아서. 서울 언니들도 하루 이틀이야 어떻게 해보겠지만 길어지면 곤란하겠지. 새언니들도 벌써 밤에 혹시 있으랄까봐 조카들 아침 걱정, 학교 보낼 걱정을 얼마나 하든지.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난 이제 집에는 돌봐야 될 사람 없잖아. 아침 챙겨 줄 일도 없고. 사람을 구하든지 뭔가 결정날 때까진 밤에는 내가 있는 수밖에 없어.>

  <그럼 낮에는?>

  <모르겠어. 그것까지 생각하기 싫어. 밤은 내가 어떻게 해볼 테니까, 낮에는 의논해서 알아서들 하라고 하고 왔어.>

소형은 비어있는 커피잔을 들고 일어났다.

  <내려와. 편하게 앉자.>

 

  빈 잔을 개수대에 담그고 바닥에 앉으며 소형이 말했다.

  나는 의자에서 내려와 소형과 나란히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의자 높이만큼 들려있던 마음이 방바닥에 내려앉자 그만큼 놓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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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은 말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바싹 마른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말을 많이 하면 목도 타고 입술도 마른다.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다. 그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소형의 마른 입술이 타는 가슴으로 느껴진다.

  <그래도 단비야, 상황이 달라졌잖아. 그 전이랑 비교할 수가 없어. 안 그래?>

  <맞아. 비교 못해. 대소변 가리는 거랑은 천지 차이지. 그건 직업이다 생각하고 누군가 전적으로 붙어서 해야 될 일이지, 다른 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냐. 환자를 봐서라도 그렇고.>

  <내가 전화를 두 번씩이나 했으니까 적어도 퇴근길에는 들러볼 줄 알았어. 난 무엇보다 의논할 사람이 절실했거든. 놀랐고 힘들고 마음도 아프고……. 혹시 싶어 밥도 넉넉히 해놓고 기다렸지. 그런데 저녁때가 지나고 아홉 시가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는 거야. 그런데 정말 묘하더라. 내가 또 전화하려니까, 꼭 빚 독촉 하는 것 같아 하기 싫은 거 있지.

  그래 전화도 하기 싫고 대책은 없고 그냥 무작정 앉아 있으려니까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 물론 나도 자식이지만, 이런 어려운 일에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중한 자식이 되었나. 막말로 내가 결혼도 안했으니 집에서 결혼 비용을 대 준 것도 아니고. 자기들은 다 기둥뿌리 한 뿌리씩 뽑아가며 결혼들 했으면서.

  독립하는 것도 허락 받느라 눈치 본 것 밖에 없다. 독립 자금? 그런 거 일 원 한 푼도 없었다.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결혼이 아닌 독립을 당연하게 보는 건 아니잖아. 무슨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는 것처럼 보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한 마디로 어른으로 취급하지 않았어. 오빠들? 허락이 큰 선심이었지.

  그 동안은 결혼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애물단지처럼, 철없는 애처럼 취급하더니. 나를 애처럼 취급들 하길래, 자기네들은 엄청 어른인줄 알았지. 어른 노릇 잘 할 줄 알았어....

  전화하기 치사해서 망설이다 11시가 다 돼서 전화했는데, 조카가 전화 받더라. 오빠 찾으니까 뭐라는 줄 아니? 두 부부 외식 중이시란다. 그 날이 결혼기념일이라더라. 결혼기념일! 그래 그것도 좋아.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날이지. 한 기분 내는 거 좋다 이거야. 그래도 11시면 저녁은 벌써 먹었을 시간이고, 그 때까지 안 들어왔다면 2차라도 갔단 얘기 아니니? 너 그거 말 된다고 생각해? 외식하러 간 건 또 그렇다고 쳐. 그래도 내가 아침부터 전화했으면 상황이 어떠리라는 건 짐작할 거 아냐. 웬만할 일로 바쁜 아침에 전화했겠니? 그리고 그런 전화를 밥 먹듯이 했으면 말도 안 해. 처음이었거든. 무슨 일인지 궁금한 게 당연한거 아닌가? 저녁 먹었으면 그때라도 바로 와야 되는 거 아니니? 내가 이상해? 너라면 이해하겠어?>

 

  소형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오빠에 대해, 가족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할 말 없어. 처음부터 너처럼 못 했을 테니까. 네가 어머니하고 같이 있게 됐다 했을 때, 사실 얼마나 속으로 놀랐는지 몰라. 쟤가 뭘 모르고 저러지.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인지 알고나 받아들였을까. 그런데 너 그동안 감탄할 정도로 잘했어. 너무 잘해서 내가 알고 있는 내 친구 같지 않았으니까.>

  <그랬니? 근데 한 번도 칭찬 안하더라?>

  <무슨 소리, 늘 장하다, 했지.>

  <---, 아무 때나 하는 소리 가지고...>

  소형은 눈을 흘기며 조금 웃었다.

  장하다는 내가 자주 쓰는 말은 맞다. 사실 내 기분이 흡족할 때 남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마주 앉아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찻집에 앉아서,

  ‘장하게 밥도 잘 먹네’,

  ‘굵은 다리로 잘도 걷는 장한 소형이’,

  ‘또 커피를 원샷하셨어요? 장하십니다’,

했으니까.

  남용은 하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대놓고 칭찬하기 어색할 때 농담처럼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어머닐 모시고 있는 소형에게 뜬금없이 장하다를 남발했는데 그게 사실은 내 나름의 칭찬이자 감탄이었다.

  그런데 소형은 진짜 그걸 눈치 채지 못했는가?

  잘 모르겠다.

  <조카한테 자세한 이야기 늘어놓을 수도 없고, 부글거리는 속을 억지로 가라앉히고 전화 끊었지.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왔더라. 오빠 목소리 듣는 순간 얼마나 열이 나든지 나도 모르게 소릴 질렀어. ‘오빠 지금 뭐하는 사람이야, 지금 당장 와. 안 오면 내가 간다.’ 하고. 얼마나 큰소릴 질렀는지 내 소리에 내가 놀라 얼굴이 화끈하더라.>

  <그랬더니?>

  <내 악 쓰는 소리가 워낙 커서 옆에 있던 새언니에게도 들렸는지, 새언니가 수화기를 뺏어서 하는 말에 내가 더 참담해졌지.

  ‘어머, 아가씨, 오빠가 아침에 가보라고 얘기했는데, 내가 너무 바빠 정신이 없어 깜빡했네요. 내 잘못이니까 오빠보고 너무 그러지 마세요.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내가 시간 내서 가볼게요.’

  목소리는 비단이더라. 남의 일이라 이거지. 남의 일은 좋게 말할 수 있잖아. 새언니 목소리를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 , 새언니에겐 남의 일이구나!데이트가 즐거웠는지 목소리도 들떴고.>

  <요즘은 부부 싸움 안 하나봐.>

  <싸움 원인이 제거됐는데 싸움은 뭐. 엄마 때문이 아니라고 펄펄 뛰던 일 생각 안 나는지 몰라. 그렇게 봄 눈 녹는 소리를 하고. 들뜬 목소리 억지로 가라앉히며 어머니, 어떠세요?’ 묻는데, 새언니에겐 엄마 대소변 얘긴 직접 하기 싫더라. 대답 안하고 오빠 바꾸라 했지.>

  <네 오빠도 할 짓은 아니다. 우리나라 남자들도 할 짓은 아냐. 아직도 장남에게 무게가 실려 있잖아. 부모 봉양의 무게가 말이야. 자기가 봉양의 짐을 직접 짊어지면 문제도 줄겠지만 그런 평등 의식은 또 못 따라주고. 사랑을 따르자니 부모가 울고, 부모를 따르자니 사랑이 울고.>

  <농담하니?>

  소형이 픽 웃었다.

  <미안해, 너 기분 좀 바꿔주려고.>

  <기분 괜찮다니까. 이제 다 정리됐어.>

  <그래도 네 얘기 듣고 있으니 숨 차. 네 말이 얼마나 빠른지 모르지?>

  <그랬나?>

  <그랬어. 비록 지나간 기억이지만 뇌는 기억을 떠올리는지 실제 상황인지 구분 못 한대잖아. 내용이 격하면 그 때마다 흥분되는 거지.>

  <똑똑하다. 신단비.>

  <좀 그런 편이지.>

  소형은 웃으며 빈 잔을 만지작거린다. 고불거리는 앞머리가 눈을 찌를 듯이 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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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형에게 커피를 배웠다.

  우리 집은 차를 즐기는 집이 아니었다. 음료로는 물 외에 거의 마시는 게 없었다. 차는커녕 마시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커피는 찻집에 가게 되면 형식적으로, 자리 값으로나 먹는 것인 줄 알았다. 커피를 맛으로, 광분하며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소형을 보고야 실감을 했다. 소형은 텔레비전에서 커피 마시는 장면이 나오거나, ‘커피란 단어만 들려도 밤 2시건 3 시건 상관없이 벌떡 일어나 커피를 뽑으러 갔다.

 

  소형은 잠자코 커피만 마셨다.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공기도 주변도 고요했다. 하지만 소형의 눈은 그렇지 못했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눈빛이 흔들리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복잡한 생각에 눈꺼풀에 가늘게 경련이 일었다.

  <오늘밤부터...., , 병원에서 자야 돼.>

  그렇구나. 어머니가 결국 병원에 가신 것이다.

  <입원?>

  <.>

  <얼마나 오래? 매일 밤 네가 가야 돼?>

  <그렇게 됐어. 아마 그래야 될 것 같애.>

  소형은 어느 새 다 마셔버린 빈 잔을 들고 일어났다. 다시 넘치게 채운 잔을 들고 와 의자에 앉으며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나도 늙겠지만, 생로병사가 다 고()라더니…….>

  난 소형을 바라보지 못했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위로의 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며칠 전부터 엄마가 허리가 아프다며 앉지도 못하더라. 앉지를 못하니까 물론 일어나 걷지도 못하고. 내가 혼자 들 수가 없으니까 당장 화장실 문제가 엄청난 숙제더라고. 소변은 기저귀 사용도 해봤지만 아직 대변은 그렇게 해 본적이 없었거든.>

  <나를 부르지. 바로 곁에 사는 사람 그럴 때 좀 쓰지..... 너 참 못됐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밥이나 먹으러 뛰어오고.>

 <널 불러 무슨 도움이 된다고. 네 힘으로는 어림도 없어. 너 우리 엄마 알잖아.>

  ‘그래도 그렇지.’ 라는 말을 속으로만 했다.

  내 마음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니까.

  ‘그래도 그렇지라는 말은,

  너에게 도움이 되거나 말거나 내가 네 친구라는,

  그리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내가 즐길 수 있게 해달라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아침에 화장실 가려고 등 밑에 손을 넣고 일으키려는데 비명을 질러. 도로 눕히라고. 허리가 부러지는 것 같다며. 식은땀을 흘리고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러니 화장실엘 갈 수가 없어. 그 때까진 아침마다 화장실엘 앉혀만 주면 용변을 혼자 봤거든. 그런데 일어날 수가 없으니 화장실은 고사하고 정말 난감하더라. 하루 종일 누워 계셔야 할지도 모르잖아. 그 날은 1교시 강의가 있는 날이었어. 용변을 어쩌나 걱정은 됐지만 혼자 어쩔 수가 없더라. 학교는 가야 되고. 할 수 없이 오빠에게 전화를 했지. 오빠가 알았다고, 곧 와보겠다고. 난 안심하고 학교에 갔어.>

  소형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잠시 쉬었다.

  입가가 굳어지고 있었다.

  눈물을 참는 걸까.

  격해지는 감정을 다스리는 중일까.

 

  <오후 세 시쯤 집에 왔나? 세상에, 문을 여는 순간, 기도 안 차. 냄새가……. 나 정말, 똥오줌 받아내야 되는 부모 모시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무슨 불만을 해도, 어떤 욕을 해도, 모시고 사는 것만으로 용서가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코를 막고 뒷걸음질을 치더라.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도망가고 싶더라고.

  들어가니까, 엄만 내가 들어오는 소릴 듣고 억지로 일어나 앉기는 했는데 침대를 짚은 팔이 덜덜 떨려. 허리가 너무 아파서. 누운 채 용변은 봤고 엄마도 그런 일이 처음이니까 멀쩡한 정신에 오죽 기막혔겠어. 딸이 들어오는데 그냥 누워있기도 가시 방석이었는지 겨우 몸을 일으키긴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던지 내가 등 뒤를 받치려고 손을 넣는데 그대로 내 손을 깔고 누워버리시더라. 그리곤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 막 우시대. 처음엔 소리 죽여 우시더니, 나중엔 통곡을 해. 속도 상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일이 엄마가 생각해도 한심했겠지. 나도 같이 한참을 울었어. 그 씩씩하고 활달하던 우리 엄마가 왜 이렇게 됐나 싶고, 오빠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탁자를 내려다보며 이야기하던 소형이 고개를 들었다.

  난 소형의 눈을 맞받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잔을 들어 커피를 꿀꺽꿀꺽 마셨다. 마신 커피가 바로 눈으로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커피 더 없니?>

  소형의 눈길을 피하며 아직 커피가 남아있는 잔을 들고 황급히 일어났다.

  <왜 그래? 많이 마시지도 못하면서.>

  나는 대답을 못하고 찰랑찰랑 하도록 잔을 채웠다.

  정말 다 먹지도 못할 애꿎은 커피를.

  그리고 몰래 심호흡을 했다.

  눈물과 한숨을 동시에 삼키며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화장실 가서 거울이나 좀 봐라. 네가 입원해야 할 얼굴이다.>

  <내가 뭘.>

  내가 뭘 어쨌다고.

  그냥 열심히 들었을 뿐인데.

  <편안하게 들어. 당해서 못 당할 일 없다고, 당하고 보니까 별 것도 아니더라 뭐.>

  나는 왜 들어주는 것도 편안한 얼굴로 못 들어주나 싶어 얼굴이 확 달았다. 내 얼굴이 달아오르는 대신에 소형의 목소리는 다시 씩씩해졌다.

  <오빠 원망은 원망이고, 일단 급한 게 뒤처리잖아. 어떡하나 엄두가 안 나더니만 해보자하고 마음을 먹고 덤비니까 일머리가 돌아가더라. 고무장갑부터 끼고 엄말 옆으로 굴렸지. 속옷은 벗겨서 비닐에 꽁꽁 묶어 버리고, 양동이에 물 받아놓고 수건 빨아가며 계속 닦았지. 엄마 이리저리 굴려서 시트 빼내고. 한참 하다 보니까 냄새도 익었는지 괜찮아지더라.>

  <너 정말 장하다.>

  <닥치면 너도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런 건 힘만 되면 할 수 있어. 어떤 마음으로 했느냐가 문제지.>

  <어떤 마음?>

  <그래, 어떤 마음...., 엄마는 나 키우면서 그런 일 수백, 수천 번 했을 거잖아.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했을까. 한 번이라도 지겹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그런데 나는 겨우 처음 하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 언제까지 이래야 되나. 계속 내가 해야 되나……. 하여튼 부모는 완전히 손해 보는 장사야. 거동 불편해지면 그저 손발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되고.

  내가 닦아주는 내내 엄마는 눈을 안 떠. 못 뜨시는 거지. 미안해서. 우습잖아. 왜 미안해해야 해? 사실은 아주 당연한 거 아냐? 바보같이……. 자식 키워 뭐하니? 나부터 말이야.>

  <오빠는? 연락 없었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도 한 통 못해 보는 건지, 뒤처리 끝날 때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었어. 내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잖아. 놀구 먹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닌데. 그대로 두면 다음 날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오빠 목소리 들으면 아무래도 내가 화를 낼 것 같아서, 엄마 때문에 집에서는 안 되겠고 쓰레기봉투 사러 간다 하고 나왔지. 퇴근 시간 전이어서 바로 회사로 전화를 했어. 근데 오빠 반응이…….

  정말 야속하더라.

  ‘, 네 새언니가 시간 내서 가본다고 했는데, 안 갔니?’ 였어.

  앞으로 어떡하나, 하루가 길고 머리는 안 돌아가고, 가슴은 뛰는데,

  태연한 목소리더라고.

  나도 이해는 해. 안 보면 잊어버리지. 엄마 모시기 전에 나도 아마 그렇게 살았을 거야. 볼 때는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하지만, 집에 오면 또 잊어버리고 살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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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 2016-01-18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요!!
 

  <? 밥 남았는데.>

  <어째 더 먹고 싶지가 않네.>

  <정말? ? 밥 남아 있는 꼴 두 눈 뜨고 못 보잖아.>

  <두 눈 뜨고 못 볼꼴이 어딨어. 별꼴을 다 보는데. 나도 이제 너처럼 살란다. 배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억지로 먹지 말자. 네가 늘 그랬잖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거나 배속에 버리는 거나 뭐가 다르냐고. 너도 다 못 먹겠으면 그만 먹어도 돼.>

  <왜 그래?>

   나는 밥이 담긴 숟가락을 든 채 소형을 바라보았다. 눈자위가 붉어져 있었다.  소형은 눈이 마주치자 얼른 얼굴을 돌리며 일어났다.

  <커피나 마시자.>

  얼굴을 냉장고에 묻은 채 소형이 말했다.

  나는 숟가락에 뜬 밥을 입으로 가져가 맨밥을 씹었다.

  그리곤 숟가락을 놓았다.

  찌개는 그대로 남은 채 식어가고 있다. 그녀가 남긴 밥과 함께.

 

  소형은 커피가 든 통을 꺼내어 싱크대로 갔다.

  그리고 전기포트에 물을 붓고 전원을 눌렀다.

  서랍을 열어 거름종이를 꺼내고 커피 가루를 두 스푼 담았다.

  그리고 물이 끓는 걸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얼굴은 한 번도 식탁 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완강하게 눈앞만 향해 있었다. 애써 내 눈을 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무슨 일일까.

  어머니 일이겠지.

  이젠 병원에 계시게 되는 걸까.

  좀 편하게 된 건가.

  힘은 들었지만 마음이 좋을 리 없겠지.

  내가 봐도 빈 침대가 허전한데.

  나는 묻지 않고 기다렸다. 말을 하고 싶으면 묻지 않아도 할 것이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이라면 묻는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이라면 물어서까지 듣고 싶지는 않다. 나는 어떤 소식이든 소식에 목말라 한 적은 없다. 세상일이라는 게, 정확하게 말해서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게, 알아서 더 시원해질 일이 별로 없다.

  커피가 다 되면 눈물을 거두고 무슨 얘기든 하겠지.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면 잡담이라도.

  잡담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길 양념처럼 섞어서.

 

  소형이 내 앞에서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걸 아직 본 적이 없다. 자기는 울면 얼굴이 흉하게 구겨진다고, 자기가 봐도 보기 싫다며 절대 남 앞에서는 울지 않는다나. 나는 그 말을 듣고 깔깔 웃었었다. 디자이너의 미적 감각은 울 때도 작용을 하나 봐? 하고.

  나는 소형 앞에서 우는 일이 많다. 울 일이 있으면 일부러 소형을 찾아와 울기도 했다. 사람에게는 울음을 보여주고 싶은 상대가 따로 있나 보았다. 달래는 것도 보고 있는 것도 싫어 신경질적으로 울음을 그치게 만드는 사람도 있으니까.

  소형도 나처럼 울음을 보여주고 싶은 상대가 있을까.

  있다면 누굴까.

 

  우습게도 소형의 뒷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상대가 없다 해도 적어도 내가 그런 상대, 응석을 부리고 싶은 상대는 아닌 게 분명했다. 내가 느끼는 소형과 소형이 느끼는 나는 많이 다른지 모른다. 나는 소형에게 어머니나 아버지의 관대함을 느낀다. 그 관대함을 어떤 때는 느긋하게, 어떤 때는 내가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누린다.

  소형은 내게 무엇을 느낄까.

  어떤 면에 기대고 있을까.

  나는 그녀에게 어떤 그늘이 되어주고 있을까.

  나는 장난으로도 흘릴 수 있는, 앞 뒤 맞지 않는 말을 참아내지 못한다. 소형이 아무 생각 없이 흘린 말에도 반드시 수정시비를 붙는다. 다른 사람에게라면 꿀꺽하고 삼킬 참을성도, 말없이 받아주는 소형에게 내 참을성은 이성을 잃는다. 어쩌면 소형은 내가 그녀의 울음도 참아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지 모른다.

  언젠가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우는 사람 싫고 우는 사람 보는 것도 싫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인물인가. 소형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입으로는 우는 사람 싫다는 말을 그렇게 천연스레 내뱉었으니.

  신단비, 그런 네가 정말 더 싫다.

  인격이 의심스럽다.

  반성해라.

  그래, 머리 숙여 깊이 반성한다.

  혼자 대사를 주고받으며 픽 웃었다.

  <혼자 왜 그래?>

  소형이 커피 잔을 내 앞에 놓았다.

  아뿔싸, 들켰구나. 상상이 너무 길었다. 하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대사는 안 들렸을 테니 말이다. 혼자 웃고 있었던 건 좀 그렇지만.

  <, 냄새는 정말 좋다.>

  영혼을 까무러치게 하는 향이었다.

  소형은 눈물을 거두고 늘 보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네가 조선시대 며느리냐. 울면서 커피 만들고.>

  <조선시대 며느리보다 나을 것도 없다. 요새 같으면……. 커피 어때?>

  <끝내주지 뭐.>

  <끝내주면 뭘 하냐. 남길 거면서.>

  <딩동댕.>

  <안 먹으면 안 먹었지 그걸 먹는 거라고. 넌 어째 혀를 담그다 말면서도 그걸 먹는다고 하니?>

  <한 모금만 먹고 싶은데 어떡해. 사람마다 주량 다르듯이 커피량도 다른 거야.>

  <갖다 붙이기는……. 정말 맛은 있는 거니?>

  <그럼, 어디 한 두 해 뽑아 본 솜씨니? 너 다른 사람 원두가 뭔지도 모를 때부터 커피 사치는 부렸잖냐.>

  소형은 흐흠 코웃음을 웃었다.

  <그렇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커피는 까다로워. 절대 포기도 양보도 못할 품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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