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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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로보텀(Michael Robotham)"이 2010년에 발표한 파킨슨 병에 걸린 임상심리학자 "조 올로클린(Joseph O'Loughlin)" 시리즈 세 번째 작품 "내 것이었던 소녀(Bleed For Me)"입니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최근작 빼고는 다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어서 "조 올로클린 & 빈센트 루이츠"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영국 서머싯, 한때 잘나가던 임상심리학자였다가 지금은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조 올로클린"의 집에 피범벅이 된 소녀가 찾아옵니다. 그 소녀는 "조"의 큰 딸의 가장 친한 친구로, 소녀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못합니다. 즉시 출동한 경찰은 소녀의 집에서 죽어있는 소녀의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경찰은 즉시 소녀를 아버지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벌입니다.

 

여자의 몸을 가진 아이의 얼굴이다. 입술이 텄고 뺨에 긁힌 자국이 있다. 환자복 가운이 허벅지에서 엉덩이까지 벌어져 있다. 옷자락을 여며서 아이의 체면을 지켜주고 싶다.

아이의 팔을 물끄러미 보는데 불현듯 팔 안쪽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희고 가느다란 상처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는 상처를 냈다. 자해다. 자기 학대. 시에나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감춰진 부분이. 어쩌면 그게 시에나가 자신의 표면을 긋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 아래 있는 것을 찾으려고.

 

별거 중인 아내에게 딸 "찰리"의 친구 "시에나"가 피에 뒤덮인 채 집에 찾아왔다가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조""시에나"를 숲에서 찾아내 병원으로 보냅니다. 자동차 사고 같은걸 예상했던 "조"는 경찰들의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곧, "시에나"의 아버지인 전직형사 "레이"가 집에서 목이 그어진 채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수사관들은 아버지의 피로 뒤덮인 "시에나"를 제1의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조"는 소녀가 아버지를 죽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악몽 같았던 2년 전의 사건을 겪은 뒤, 더 이상은 경찰 수사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조"이지만 자주 자신들의 집에서 잘 정도로 딸과 가장 친했던 "시에나"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기에 그녀의 심리감정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용맹하고 존경받는 형사였던 "레이"의 명예가 실추될 걸 우려하는 서머싯 경찰들과 충돌 속에서 "조"는 사건을 더 깊이 파고들어 "시에나"의 가족에 대한 비밀들에 다가가고, 자신의 친구인 전직 형사 "빈센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조"가 밝혀낸 비밀들과 "빈센트"가 파낸 묻혀있던 이야기들이 엮이며 사건의 행방은 이상한 곳으로 흘러들어갑니다.

 

로니의 몸이 거부감으로 뻣뻣해진다. 레이 헤거티의 평판을 사수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은 거다. 살인사건 조사는 가능성들의 서커스다. 스포트라이트가 너무 강렬하다 보니 모든 흠집과 결점이 드러난다. 희생자 또한 심판대에 올려진다. 법정에서 두 번 죽는 수도 있다. 당할 만해서 당한 사람이 되고, 칼에 찔리거나 목이 졸리거나 총에 맞는 것 못지않게 상처를 입는다. 로니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히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어림없다. 친구에게는 어림없다.

 

전작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서 사람의 마음을 부수어 결국에는 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괴물과의 사투 끝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까지 산산이 부서졌었던 "조 올로클린"은 결국 아내의 요구로 별거에 들어가 자신의 새 친구인 파킨스병과 함께 외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위험한 일에 말려들지 않으려던 "조"였지만 열 네 살 큰 딸 "찰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시에나"가 살인용의자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죽은 "시에나"의 아버지가 존경받던 은퇴형사였기에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들은 예민한 상태이고 "조"가 알게 되는 사실들은 이 사건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뜻을 의미하기에 이번에도 친구 "빈센트"의 도움을 구합니다. 그리고 "조"가 도착한 곳엔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는 또 다른 괴물이 있습니다. 그 괴물의 목표는 어른이 되기 직전의 반항적이지만 연약한 소녀들로 그 소녀들을 이해해주고, 위로하고, 말을 들어주다가 갑자기 질책하기를 반복하며 결국 그들을 소유해서 마음대로 이용합니다. "조" 역시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이기에 이번 사건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격한 분노를 드러내지만 괴물은 너무 영악해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까지 엮이게 되면서 "조"는 또 다른 위험과 마주하게 됩니다.

 

"간단하든 복잡하든 난 상관 안 해요, 교수. 당신은 인간 행동을 이해하려고, 설명하려고 하죠. 나는 아니에요. 난 우리가 고릴라보다 작고 침팬지보다는 크지만, 그 둘보다 더 나쁘고, 아무리 이성이니 규칙이니 법이니 하는 게 있어도 저 밑바탕의 욕구는 여전히 정글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이 작품 "내 것이었던 소녀"는 실제로 호주에서 있었던 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서 구상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를 여기에 간단하게라도 써버리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적지는 않겠습니다만, 사실 책 초반부만 읽어 보셔도 대충의 윤곽이 그려지긴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임상심리학자가 주인공인 심리스릴러이기에 재미가 반감되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재미는 주인공이 어떻게 사건의 주변부에서 천천히 중심부까지 도달하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는 자신을 갉아먹는 파킨슨 병과 투쟁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읽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읽은 조각들을 모아서 숨겨진 조각들을 예측하며 하나 하나 끼워 맞추어 갑니다. 이런 행동은 언제나 사람들 저마다가 숨기고 있는 마음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들여다 봐야하는 고된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작가는 세심하고 예리한 문장들로 구성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잘 구축된 이야기들과 캐릭터들로 정말 매끄럽고 흥미로운 훌륭한 심리 스릴러가 완성됩니다.

 

질투는 끔찍한 거다. 나는 그 모든 심리적 방아쇠들을 안다. 통제를 잃는다는 두려움, 상실, 버려짐, 무시,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그렇지만 질투의 가장 파괴적인 점은 그것이 정작 가장 소중한 것을 죽인다는 것이다. 사랑은 질투의 속박을 견뎌내지 못한다. 예외 같은 건 없다. 사랑은 동등하거나, 아니면 비극이다.

 

어서 빨리 세상으로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십대 소녀들과 그들을 아직은 보호하고 싶어하는 부모들, 그들 중 부모의 보호막을 빠져나간 몇 명의 소녀들을 노리는 괴물들. 이 작품은 사건 이외에도 위험한 세상에서 십대 소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작가 "마이클 로보텀"역시 세 딸의 아버지여서 인지 크게 마음에 와닿는 책 속의 문장, 구절들이 많습니다. 부모들도 십대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십대였던 자신들 역시 지금 알던 것을 그때 몰랐기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하려다가도, 이제 알게된 것들 때문에 언제나 자녀들과 작은 전쟁을 치룹니다. 그럴 때면 자녀들은 마치 독재자에 맞서는 투사가 된듯 부모를 한심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어서 빨리 어른이 돼서 떠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자녀가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었을 때, 그들을 떠나 보내고 나면 이 책속의 한 구절처럼 자녀를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슬픈 일이라고 느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슬픈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이 밝고 생기 넘치게 자라는 것을 보는 기쁨은, 매 해가 또 다른 무언가의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생각에 약해진다. 마지막으로 딸아이를 그네에 태워준 때. 내가 마지막으로 이빨요정이나 산타클로스 흉내를 냈던 때. 마지막으로 동화책을 읽어준 때.

딸아이들에게 딱 한 가지만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첫 경험을 최대한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첫 키스, 첫 데이트, 첫 사랑, 첫 아이의 첫 웃음...

그런 것들은 오로지 하나뿐이니까.

 

전작인 "산산이 부서진 남자"보다 스케일이 작아졌지만 "내 것이었던 소녀"는 조금 더 심리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작품입니다. 심리 스릴러라고 하면 당연히 기대하게 되는 요소들이 모두 갖춰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기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게 되는 작품입니다. 가급적 책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 소개도 읽지 말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지도 못한 울림이 있는 작품입니다.

올해 이 시리즈 다음 작품인 "Say You're Sorry"와 이번에 'CWA 골드대거'를 수상하고 '에드거' 상 최종후보에 오른 스탠드언론 "Life or Death"도 출간된다고 합니다. ("Life or Death"는 만일 이번에 '에드거'를 타면 '대거'와 '에드거'를 동시에 수상한 역사상 세 번째 작품이 됩니다.) 글 솜씨에 대한 검증은 이미 끝난 작가이니 다음 작품들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듯 합니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스릴러입니다.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독일에서 제작된 "조 올로클린 & 빈센트 루이츠" 시리즈 첫 편 "Neben der Spur - Adrenalin(용의자)"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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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남자 파커 시리즈 Parker Series 2
리처드 스타크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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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계의 거장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Donald E. Westlake)"가 필명 "리처드 스타크(Richard Stark)"으로 1963년에 발표한 "얼굴 없는 남자(The Man With the Getaway Face)"입니다. 이 작품은 "파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 "사냥꾼"의 마지막, 범죄조직 아웃핏을 피해 도망간 상황부터 이어집니다.

 

거대 범죄조직 아웃핏에 싸움을 걸었던 "파커"는 친구에게 소개받은 의사에게 성형수술을 받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가지고 있던 돈을 거의 다 써버린 "파커"는 옛 친구 "스킴"에게 괜찮은 건수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계획도 어설프지만 무엇보다 "파커"가 꺼림칙하게 느끼는 것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낯선 초짜 동료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돈이 필요한 "파커"는 이번 범죄에 가담하기로 결정합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선불로 돈을 지급한 값어치를 톡톡히 하는 듯 했다. 파커는 자신의 새 얼굴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거울에서 돌아섰다.


배신한 아내와 동료를 향한 복수가 결과적으로 거대 범죄조직 아웃핏에게 한방 먹이게된 "파커"는 그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그쪽 세계에서 믿을만하다고 소문난 의사에게 불법 성형수술을 받습니다. 새로운 얼굴에 적응도 하기 전에 "파커"는 예전에 몇 번 같이 일했던 "스킴"이 제안한 새로운 범죄에 참여하기로 합니다. 그가 계획한 범죄의 타깃은 은행의 현금수송차량이지만, 금액도 예상보다 적거니와 강탈 계획 역시 어설프기만 합니다. 거기다 이 계획을 처음 세운 "스킴"의 여자친구이자 웨이트리스 "알마"의 존재가 "파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냉철한 프로 범죄자인 "파커"의 기준으로는 무조건 빠져나가야할 계획이지만 적은 돈이라도 필요한 상황이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이 범죄에 가담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알마"를 처음 만난 순간 "파커"는 그녀가 배신을 하고 강탈한 돈을 혼자 차지할 거라는 자신의 예감이 맞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배신을 대비한 다른 계획을 준비하려던 "파커"는 자신을 성형해준 의사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장 강도 계획이 꼬이게 될 위기에 처합니다.


"여자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파커가 말했다. "새로운 사람이라서 그래.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거라고. 초짜가 건수를 물어오면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법이 없어."


전작 "사냥꾼"에서 자신을 배반한 이들에게 거침없고 냉철하게 복수를 하는 "파커"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 "얼굴 없는 남자"에서는 "파커"의 본래 모습인 실력이 좋은 프로페셔널 범죄자로서의 "파커"를 보여줍니다. 배신 가능성이 높은 생소한 멤버와의 작업이라는 큰 위험요소를 안고 현금수송차량을 털려는 "파커"와 일행 앞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오면서 범죄계획에 차질을 빚게 됩니다. 그는 "파커"가 불법 성형수술을 받았던 병원의 직원으로, 누군가 의사를 죽여서 범인을 찾으러 "파커"를 찾아온 겁니다. 그는 자신이 정해진 기한 내에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의사가 수술해주었던 범죄자들의 정보를 전부 흘려버리겠다고 말하고, "파커"는 이 현금수송차량을 터는 계획을 뒤로 미룰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살짝 꼬여가는 "파커"의 범죄행각을 따라갑니다.

엉망인 계획을 다시 짜고, 도주로를 몇 번이고 연습하고, 배신에 대비한 작전까지 짜는 "파커"의 모습은 그야말로 프로 범죄자입니다. 거기다 의사를 죽인 사람이 자신이 아님을 증명하지 않으면 아웃핏에 자신의 정보가 흘러가버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철두철미한 성격의 "파커"에겐 이 모든 요소들이 꼬이게 되서 진행이 늦어지는 것이 짜증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실력으로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고 죽어 마땅한 인간에게 총알을 선물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매번 건수가 있을 때마다 그렇게 똑같은 인간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게 느껴졌다. 알마처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인간도 꼭 한 명씩 끼어 있었다. 이번 일만 치르고 자신은 이 바닥을 뜨겠다고 주장하는 인간도 꼭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핸디였다. 그리고 자기 이름 앞으로 적어도 1만 달러 정도는 어딘가에 숨겨둔 인간도 늘 한 명쯤 있었다. 깡통이나 금속 상자 같은 데 돈을 넣어 전국의 들판이나 숲, 이런저런 장소에 파묻어두는 그런 인간들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런 인간은 스킴이다.

 

전설적인 캐릭터 "파커"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작품 "얼굴 없는 남자"는 아웃핏의 귀찮은 추격을 피하고 자신의 평소 삶으로 돌아간 "파커"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평소의 삶이란  믿을 만한 멤버와 함께 진행 가능한 괜찮은 건수를 한 건 하고, 그 돈으로 호텔에서 가진 돈이 일정 액수로 떨어질 때까지 조용히 보내는 것입니다. 언제 쓸지도 모르며 돈을 숨겨놓기만 하거나,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고선 계획없이 생활하다가 돈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 찾아오는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규칙을 철저히 지킵니다. 범죄를 벌일 때도 쓸데없는 살인은 최대한 자제하고 계획에 따라서만 움직이지만 인생이란 항상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도 않고, 사람의 욕심이란 끝도 없기에 간간히 완벽해 보이는 계획들이 꼬이고 틀어지게 됩니다. 그럴 때면 "파커"는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문제들을 제거합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절대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타입의 남자입니다.


파커는 무엇이든 어영부영 끝나버리는 것이 싫었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런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고 미진하게 남겨두는 것을 그는 좋아하지 않았다. 스텁스가 바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였다. 그런데 그가 복잡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따라서 파커는 늘 하던 대로 하기로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계획에 충실하며, 절대로 균형을 잃고 쓰러지지 않도록 애쓴다.

 

"얼굴 없는 남자"를 작가 "리처드 스타크"의 걸작 중 하나이자 전작인 "사냥꾼"에 비교하자면 살짝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냉철한 프로 범죄자 "파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솔직히 세 번째 작품 제목이 "아웃핏"이라서 다시한번 아웃핏과 "파커"의 대결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 작품을 더욱 기대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뭐, 예상한 대로 판매량이 좋지 않아서 현재 계약된 "아웃핏"까지만 출간되고 그 뒤 작품들은 출간이 힘들 것 같아 조금 슬프지만 국내 출판시장이 이런거야 한 두해도 아니니... 그냥 다음 작품인 "아웃핏"까지라도 제대로 즐기는게 속 편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사냥꾼"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작품 "얼굴 없는 남자"도 재미있게 읽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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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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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전화번호부를 써서 출간한다고 해도 사서 읽고 싶은 작가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가 2010년에 발표한 "파기환송(The Reversal)"입니다. 이 작품은 링컨차를 사무실로 쓰는 변호사 "미키 할러"의 세 번째 이야기이지만, LAPD "해리 보슈"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해리 보슈"의 분량이 많습니다. 드디어 제대로 뭉친 형제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카운티 지방검사장의 식사초대에 응한 변호사 "미키 할러"는 그 자리에서 특별검사직을 제의받습니다. 24년 전 유죄 판결을 받아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이 새로운 DNA 증거의 출현으로 파기환송되어, 검찰은 재기소를 위해 특별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뜻밖의 제안에 당황한 "미키 할러"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고 그것이 수용될시 특별검사직을 맡기로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내 의뢰인 중에 사형을 선고받은 자가 있다거나 그런 사건을 변호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소위 문명사회라는 곳에서는 사회 그 자체가 살인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쪽에 믿음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에는 그러한 믿음도 내가 사형이라는 위협을 일종의 칼날처럼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24년 전 아동 유괴 및 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제이슨 제섭"은 끈질기게 사법투쟁을 벌인 결과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만한 DNA 증거를 찾아냅니다. 주 연방 대법원은 새로운 DNA 분석결과와 그 외의 다른 증거들의 불일치를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법원으로 돌려보냅니다. 이제 카운티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동살해범인 무기수를 다시 기소하거나, 그에게 자유를 주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카운티 지검장은 검찰과 철저히 독립된 특별검사 역할을 악명 높은 변호사"미키 할러"에게 제의합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고민한 "미키 할러"는 자신의 전처이자 카운티 검사인 "매기 맥퍼슨"을 차석검사로, 그리고 자신의 이복형이자 LAPD "해리 보슈"를 담당 수사관으로 쓴다는 조건으로 특별검사직을 수락합니다. 그러나 24년 전 사건 관계자 중 다수가 이미 사망한 상태인데다 언론은 벌써부터 검찰과 경찰의 허술한 수사로 엉뚱한 사람을 무기수로 만들었다며 "제섭"을 영웅으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승소할 확률이 현저히 낮은 이 사건을 다시 재판하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미키 할러"는 예전 사건자료와 재판기록 등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베테랑 형사 "해리 보슈"가 사건현장과 주변인, 증인 탐문 등 외부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재심까지의 시간동안 밖에서 지내게 된 "제섭"에게 감시팀을 붙여놓은 "해리 보슈"는 "제섭"의 행적에 대해 보고를 받으면서 불안감을 느낍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제섭"이 재판기간 중에 다시 살인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느낌이.


어린아이의 시체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은 늘 보슈가 감당하기에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들은 심적으로 그를 더 힘들게 했다. 보슈는 한참 동안 사진을 빤히 바라보다가 가슴속에서 커다란 덩어리 하나가 역류해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다름 아니라 시체가 버려진 방식, 즉 다른 곳이 아닌 쓰레기 수거함에 아이의 시신을 던져놓았다는 사실 때문임을 깨달았다. 어린 소녀의 시신을 그런 식으로 버린다는 것은, 희생자에 대한 어떤 선언이자 그 아이를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검사가 되어 파기환송된 오래전 사건을 맡은 변호사 "미키 할러"와 그를 도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리 보슈"의 이야기를 다룬 "파기환송"은 법정소설과 형사소설을 어떻게 조합해야 새로운 스타일의 끝내주는 작품이 탄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본과 같은 작품입니다.

DNA가 증거물로 사용되지 못하던 시절에 진행된 재판의 결과는 용의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시간이 흘러 DNA가 일치하는 사람이 용의자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로 인해 원심이 파기됩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찰은 돈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 용의자가 진범임을 너무나 확신하기에 재기소를 결정하고 범죄자 변호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변호사 "미키 할러"에게 특별검사직을 제안합니다. 검사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미키 할러"는 언론의 설레발과 과도한 관심 속에서 아동살인범을 다시 교도소 안으로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변호사와는 다른 경직된 분위기 속에 가해지는 중압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검사인 전처 "매기"와 베테랑 형사이자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이복형 "보슈"에게 의지를 합니다. 한편, 홍콩에서의 일로 동생에게 진 빚을 갚는 의미와 아동살인범은 어떻게든 잡아야한다는 의지로 이 사건에 투입된"해리 보슈"는 이 아동살인범이 한 소녀만 죽인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사건을 조사하면서 망가진 한 가족의 비밀과 아동살인범 "제섭"의 위태로운 행동들이 엮이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결말로 향해갑니다.


그녀는 비밀을 알고 있었다. 이번 재판이 관례나 절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비밀. 법학이나 전략에 관한 것도 아니라는 비밀. 그녀는 세상 저편에 어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번 재판은 바로 그 어둠을 잡아채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관한 일이었다. 끌어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내면의 불길로 벼리어 양손에 들고 맞서 싸울 수 있는 무언가 날카롭고 강한 무기로 바꾸어야 했다.


이 작품 "파기환송"은 "미키 할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지만 "해리 보슈"의 분량이 동등합니다. 챕터마다 "미키 할러"의 일인칭시점과 "해리 보슈"의 삼인칭시점으로 바뀌어 진행되기도 하지만 서로 각각 법정과 현장이라는 상반된 장소에서 활약하고, 이 둘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모든 것이 완성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변호사와 형사. 이 두 사람은 형제임에도 서로를 모른채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가는 도중에 만난 사이입니다. 범죄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속물 변호사와 범죄자를 잡는데 반평생을 바쳐온 형사. 갑부 거물 변호사의 사생아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란 동생과 거리의 여자였던 어머니가 죽은 후 고아원을 전전하며 거칠게 살아온 형. 이 둘은 어느 정도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지만 완벽하게 신뢰하며 마음을 터놓는 형제사이는 아닙니다. 동생 "할러"가 서로의 딸들도 만나게 해주자며 사적인 교류를 계속 제안하지만 "보슈"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거부합니다. 그런 두 형제가 이번 사건으로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됩니다. 물론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달라 삐꺽대는 상황도 많지만 서로의 좋은 면을 더 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여전히 서로가 '같은 산의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산등성이'처럼 본질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도 다시 깨닫고 인정하게 됩니다.


매기는 언제나 그것을 '입증 책임'이라고 불렀다. 사법적인 책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국민을 대변하는 검찰 측의 대표로 서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오는 심리적인 책임감이었다. 나는 그녀가 설명하려 하던 그 부담감을 이기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리곤 했다. 검사는 늘 승리를 예측하는 쪽이다. 국민의 대리인이다. 그런 위치에 무슨 부담감이 있단 말인가. 설혹 있다 해도 누군가의 자유를 손에 쥐고 홀로 싸워야 하는 피고 측 변호사의 부담감에는 댈 것도 아니다. 이렇게 반박하며 나는 매기가 내게 어떤 말을 하려 하는지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맞기 전까지.


24년 전 사건이 파기환송되어 다시 재판이 열린다는 독특한 소재의 "파기환송"을 읽고 나니 작가 "마이클 코넬리"가 형사재판에 관한 법정을 다루는 데에도 특출난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가 독특하다는 이유뿐 아니라, 자신의 특기인 형사사건과 범죄수사의 현실감을 제대로 섞어 보기드문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써냈기 때문입니다. 책 시작부터 빨려 들어가서 쉬지도 않고 미친듯이 읽어버렸습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형사사건 기자 출신답게 캐릭터들의 대사들 이외엔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건조하고 딱딱한 문체를 씁니다. 그래서 때로는 신문기사나 범죄수사 일지를 읽는 듯 한 느낌도 드는데, 이번 작품 "파기환송"에서는 예외적으로 캐릭터들의 입을 빌어서뿐만 아니라, 문장 곳곳에 작가가 얼마나 아동 살해를 혐오하는지가 묻어나옵니다.


나는 피고 측 변호사이지 검사가 아니었다. 검찰이 아니라, 약자 편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 사건에 평결이 내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하여 내 기록과 양심에 평생 그것을 얹혀놓고 살아가지 않아도 되기 위해 한 발 한 발 의식적인 과정을 밟아오며 재판을 조정해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것이 죄책감에 사달리는 한 남자의 명상이었다.


두 번 말해 뭐하겠습니까?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크라임 노블의 마스터'라는 자신의 별명이 헛것이 아님을 이 작품 "파기환송"으로 또 한 번 증명했습니다. 이 작품은 정말로 법정소설과 형사소설의 완벽한 조합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출간된 "미키 할러"와 "해리 보슈"가 같이 등장한 작품들과 달리 둘이 제대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현지 신간 "The Crossing"에서는 결국 "해리 보슈"가 LAPD에서 완전히 은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동생 "미키 할러"의 수사관으로써 활약한다고 하니, 어쩌면 이 작품에서 보다 더 매끄럽고 완숙된 호흡을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드라마 "BOSCH" 시즌 2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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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2-2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전화번호부를 써서 출간한다고 해도 사서 읽고 싶은 작가` 라는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마이클 코넬리의 책을 몇 권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전화번호부를 써서 출간한다해도 읽고 싶으시다 하시니, 마이클 코넬리를 더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잘 읽었습니다, 다크차일드님.

다크차일드 2016-02-25 04:17   좋아요 1 | URL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명이긴 한데 솔직히 전화번호부를 출간한다면 좀 고민이 될듯 합니다...^^;;;
 
무너진 세상에서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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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데니스 루헤인(Dennis Lehane)"이 2015년에 발표한 "무너진 세상에서(World Gone By)"입니다. 이 작품은 "운명의 날(The Given Day)""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Live By Night)"에 이은 '커글린 가(家)'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현역 마피아에서 물러나 사업을 하고 있는 "조 커글린"은 여전히 템파 지역의 마피아 조직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운영하고 있는 사업들을 잘 관리해서 조직의 배를 불려주고, 자선활동으로 지역의 존경을 받던 "조"는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한동안 적을 만들지 않고 조용하게 살았기에 그 정보를 무시하려 했던 "조"는 불안감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깨달은 사실은, 사람들이 계속 바뀌면서 그 전의 멍청이들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을 한다는 것이었다. 도무지 과거에서 배우는 것도 없고 발전하는 것도 없었다.

맙소사, 만사가 순조롭게 풀리던 시절이 그립군. 그때는 누구나 즐겁게 돈을 벌고 돈을 쓰고 다음 날 일어나 다시 그 짓을 했다. 조 커글린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에는. 오래전에 깨달았지만 그때가 황금기였다.


인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여인을 자신의 눈앞에서 잃고 나서, 7년 동안 "조 커글린"은 조직의 사업을 계속 성장시키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합니다. 비록 보스 자리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디온"에게 물려주고 그의 그림자 안으로 숨어 들어갔지만 조직원과 주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으며 템파 지역의 거물로 성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는 자신이 청부 살인의 타깃이 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됩니다. 아무도 자기를 죽일 이유가 없기에 잘못된 정보라 생각하고 넘기려고 하지만 마피아의 세계에서는 그 누구라도, 어떤 이유로든, 언제나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직시하고 자신의 죽음을 원하는 사람을 찾기 시작합니다. 점점 더 잠을 못 자고, 환각이 보이는 현상도 더 심해지지만 자신이 죽는다는 두려움보다 자신의 아들 "토머스"를 고아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자신을 죽이려하는지 짐작도 못한 채, "조"는 다시 한 번 전쟁의 소용돌이 중심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먼저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평화가 계속될 거라는 안이한 생각들이 칼날이 되어 "조"를 향해 날아오게 됩니다.


3년이 지나자, 거의 아무도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서반구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 연합을 초월하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었다. 길 밸런타인의 죽음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 메시지가 더욱 분명해졌다. 아주 단순한 메시지. 누구든 살해당할 수 있다. 언제든, 무슨 이유로든.


보스턴 경찰 서장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불량청소년으로 살다, 감옥에 들어가서 마피아와 엮이고 결국 보스의 자리까지 올라서서 밤을 지배했던 남자 "조 커글린"의 마지막 이야기 "무너진 세상에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전작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에서 세상이 끝난 정도의 비극을 겪었지만 "조"는 여전히 어둠의 규율과 법으로 밤을 지배하며 살아갑니다. 나치가 유럽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일본이 진주만에서 무모한 헛짓거리를 벌이자 "조"의 사업은 덜컹 거리지만 여전히 마약, 매춘, 수송 등에서 다른 조직들 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쭉 이어질 것 같던 평화는 누군가 "조"를 암살하려고 하면서 흔들립니다. 그리고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삶을 살던 "조"는 아직도 자신이 마피아의 인간이라는 걸, 그리고 여전히 밤을 지배하는 규율과 율법은 낮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에서 독자적인 규칙으로 돌아가는 마피아의 세계에서 정점을 향해 날아오르는 "조 커글린"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 "무너진 세상에서"에서는 그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린 자신을 남겨두고 집을 떠난 두 형들 때문에 사이가 나빴던 부모 밑에서 고아처럼 자랐던 "조"에게는 패밀리 조직원들이 가족과 형제들입니다. 같이 마약을 밀매하고, 밀주를 만들고, 사람을 죽이며 끈끈한 관계를 맺어가지만, 그들은 대부분 왕자의 자리에 오르면 왕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을 지닌 남자들이기에 우정은 순식간에 금이 가기 일수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형제라고 부르던 사람의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 넣고, 바다에 던지고, 목을 베어버립니다. 결국 아무도 영원한 왕이 되지 못한 채 서로를 죽이는 비극을 되풀이 합니다.


"아들을 사랑하나?"

"세상에서 제일."

"그럼 당신 생각은 때려치우고 엄마를 선물하게."

먼투스는 옷장에서 갈색바지를 꺼내 입었다.

"아들은 언젠가 떠나. 늘 그래. 평생 같은 방에 앉아 있다 해도 아버지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니까."

먼투스는 바지 고리에 혁대를 꿰어 넣었다.

"나도 아버지한테 그랬소. 당신은?"

조가 럼주를 한 모금 홀짝였다.

먼투스는 가죽으로 된 총 지갑을 어깨에 찼다.

"비슷해. 그렇게 어른이 되잖아? 아이들은 매달리고 사나이는 떠나고."


이 작품 "무너진 세상에서"가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 "스티븐 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작품을 "마리오 푸조"의 "대부"이후 최고의 갱스터 소설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만큼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비정하고 잔인한 마피아의 세계를 훌륭하게 재현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결코 마피아를 미화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멋진 농담들을 던지는 낭만적인 남자들처럼 보이지만 죽음에 대한 불안을 떼어놓지 못하고 잠을 설치고 비열한 방법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이기적인 남자들입니다. 자신들의 나약함과 불안감을 폭력으로 감추고 다른 범죄자들과는 다르다는 우월감을 가진 남자들. 여자와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는 규율을 지키는 자신들에게 자부심을 느끼지만 정작 그들의 남편과 아버지를 빼앗아 버린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멍청한 족속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들도 그런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들이 도덕심과 동정심 그리고 배려 등을 제거하면 드러나는 남자라는 동물들의 본모습일 지도 모릅니다.


"아버지."

토머스가 불렀다.

"응?"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에요?"

조는 토머스의 셔츠에서 구토 자국을 보았다.

"아니다, 아들. 특별히 좋은 사람이 아닐 뿐이야."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이제 미국을 대표하는 범죄소설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의 글은 거칠지만 문학적이고, 날 것의 냄새가 남아있지만 아주 정교합니다. 생생한 대사들과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이야기들은 그의 작품들이 왜 최고의 범죄소설로 추앙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만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냉정한 세상 속의 범죄와 인간들의 운명을 제대로 표현합니다. 그가 이룬 업적들은 결코 아무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데니스 루헤인"은 이 '커글린 가(家)' 삼부작으로 야심차게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의 역사 속에 스며든 범죄와 사람들의 드라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성공들 중에는 생애 첫 '에드거' 상 수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세계엔,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진솔함이 존재했다. 이곳에 들어와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이 지은 죄의 죄수이자, 망가진 삶의 볼모였다. 영혼이 무구하고 삶이 자유로워서, 조 커글린이나 디온 바르톨로, 엔리코 디자코모가 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 이 세계의 일원이 된 까닭은 죄와 슬픔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삶과 어울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배우겸 감독인 "벤 애플렉"이 이 작품 "무너진 세상에서"의 전작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를 촬영 중에 있습니다. 이미 감독 데뷔작을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으로 찍었는데, 두 번째 만남도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범죄소설이라기 보다 역사소설에 가까웠던 첫 번째 작품 "운명의 날"과 갱스터 소설인 후속작 두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기묘한 삼부작의 훌륭한 마무리로 이 작품 "무너진 세상에서"는 완벽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예상했음에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슬픔과 허무함 때문에 계속 입맛이 씁쓸하긴 했습니다만. 사실 "데니스 루헤인"은 항상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끝냈는데도 책을 읽는 동안 조금은 슬프지 않은 마무리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들이 매력적인 이유가 어설프고 작위적인 해피엔딩 따위는 결코 없기때문인데도 말입니다.


다들 잘 지내구려. 모쪼록 편안하기를. 그가 죽은 자들에게 말했다.

그래도 사과는 하지 않으리다.


될 수 있으면 삼부작을 순서대로 읽으시길 추천드리지만 여의치 않으시면 두 번째 작품부터 읽으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사실 이 작품 단독으로도 훌륭하지만 더 깊은 여운을 느끼시려면 전작의 감정들을 이어가시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니스 루헤인"은 언제나 그렇듯 멋진 작품들을 써내는 끝내주는 작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시게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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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파수꾼
켄 브루언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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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 느와르의 시인'으로 불리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범죄소설 작가 "켄 브루언(Ken Bruen)"이 2001년에 발표한 "잭 테일러(Jack Taylor)"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밤의 파수꾼(The Guards)"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되고 나서 작가의 예상과는 다르게(?) 평단의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에드거', '마카비티', '셰이머스' 상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르고 그중 '셰이머스' 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많은 평론가들이 21세기를 대표하는 범죄소설 중 한 권으로 자주 언급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일랜드 공화국 경찰, '가르다(Garda/Guards)'에서 나온 "잭 테일러"는 아일랜드에서는 보기 힘든 직업인 사립탐정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맡은 사건들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며 나름 명성이 쌓아가던 어느 날, 자신의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달라는 여인의 방문을 받은 "잭 테일러"는 내키지는 않지만 사건을 수락합니다. 일단은 돈을 벌어야 좋아하는 술을 사마실 수 있으니까.

 

가르다에서 잘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정말 잘리고 싶다면 제대로 노력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대망신을 당하지만 않으면 그들은 거의 모든 잘못을 눈감아 준다. 내게도 일이 많았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주의

   경고

   마지막 기회

   유예

그럼에도 나는 달라진 게 없었다.

물론 술도 끊지 못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가르다와 술은 아주 오랜 동안 애정 넘치는 관계를 유지해왔으니까. 절대 금주를 선언한 가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의심을 받게 된다. 가르다 안팎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과속차량 단속 중 정부 고위관료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 안정적인 직장, 가르다에서 쫓겨난 "잭 테일러"는 탐정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르다 출신이라는 이점과 저렴한 수수료, 특유의 끈질김 덕분에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가는 "잭 테일러"에게 미모의 여성 "앤 헨더슨"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자살로 종결된 자신의 열여섯 살 딸의 죽음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하고, "잭 테일러"는 얼떨결에 수락합니다. 사건 수사에 있어서 인내와 고집을 특기로 내세우는 "잭 테일러"지만, 그에겐 큰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알코올을 향한 복종입니다. 때문에 사건 수사는 반복되는 음주와 숙취로 인한 의욕저하 때문에 더디게 진행됩니다. 그러다 친구겸 조사원인 "캐시"의 도움 덕분에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아낸 순간 "잭 테일러"는 집 앞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두들겨 맞으면서 본 괴한들의 신발로 그들이 가르다라는 걸 알게 됩니다.

 

"가즈엔 왜 들어갔죠?"

"아버지를 자극하려고요."

"아, 아버지를 증오하는 모양이군요."

"아뇨, 난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테스트였습니다. 아버지가 날 말리실지 궁금했어요."

 

아일랜드 경찰 가르다 (혹은 가즈) 출신의 사립탐정 "잭 테일러"의 첫 번째 이야기인 "밤의 파수꾼"은 범죄소설이고, 하드보일드 소설일 수도 있고 느와르로 분류할 수도 있고, 탐정소설로 볼 수도 있습니다.(이렇게 나누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은) 어쨌든 큰 틀로 보자면 범죄소설입니다. 일반적인 탐정이 주인공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생각하시고 읽으시면 당황하실 테지만 이 작품은 분명 탐정이 등장하는 범죄소설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소설 속에 분명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이 있지만 이 작품은 사건이 중심이 아니고 탐정 "잭 테일러"가 중심인 소설입니다. 책 타이틀을 그냥 "밤의 파수꾼"이 아닌 "잭 테일러"로 해도 될 만큼.

소설은 자신의 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자의 의뢰로 시작됩니다. 소녀의 자살사건은 다른 소녀들의 죽음과 이어지게 되고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기회를 "잭 테일러"가 어이없는 실수로_실수라기 보다는 큰 죄로 날려버리면서, 소설은 해결해야 할 사건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 "잭 테일러"와 그의 주변인들("잭 테일러"가 아버지처럼 의지하는 단골 술집의 사장 "숀", 가르다 초짜 시절부터 유일한 친구였던 화가 "서튼", 주정벵이 노숙자 "패드릭" 등) 사이에 벌어지는 균열과 그 틈의 어두운 곳으로 이동됩니다.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죽음과 그 죽음이 불러온 어이없는 죽음들 속에서 죄책감과 무력감에 고뇌하던 "잭 테일러"는 스스로 이 문제의 원인인 인물을 니모 부두 앞바다에 수장시킵니다. 자신의 죄와 술병도 함께.

 

속을 비워낸 흔적도 남아 있었다. 아침 기도의 흔적. 변기 앞에서 꿇어앉아 행하는 오래된 의식.

튀포드!

확실히 튀포드 변기들이 내구성이 좋다.

산발적으로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내장이 흉강으로 솟구쳐 오르는 기분이었다. 흉강. 뭔가 있어보이는 단어다. 의학적으로 해박하다는 인상도 주고.

 

들어가면 웬만해서 잘리지 않고 정년까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가르다에서 어떻게 하면 쫓겨날 수 있는지 몸소 실천해서 보여주신 우리의 "잭 테일러"씨는 탐정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 "밤의 파수꾼"의 주인공입니다. 아일랜드에는 탐정이라는 직업이 공식적으로 없으니 면허도 없고 사무실도 없는 "잭 테일러"는 단골 바에 죽치고 앉아 술을 마시며 의뢰인을 기다리다 사건을 맡아 해결하는 걸로 근근이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목표는 있습니다. 자신의 남겨놓은 흔적들이 널려있는 아일랜드 골웨이를 떠나 런던으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이건 어디까지나 목표이자 계획일 뿐이고 지금은 그저 소소한 의뢰를 맡아서 해결하기 급급합니다.

그는 고독하고, 비도덕적이고, 주책없고, 찌질하기도 하며 폭력적이고 삐뚤어진 유머감각을 지닌 알코올중독자입니다. 유일한 장점은 책을 너무도 사랑한다는 것. 죽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증오에서 무시의 단계로 넘어간 어머니에 대한 감정들까지 그를 점점 더 술과 책에 몰두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사건은 해결하는 수사관입니다. 물론 그 사이 사이에 습격-병원행, 음주, 실신, 기억상실-정신병원행 등 여러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중 대부분은 우울한 생각이었다. 내게 친절을 베풀었지만 내가 심하게 학대한 사람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무시해버린 남들의 기분. 그렇다, 내게는 엄청난 죄의식이 있었다. 거기에 약간의 후회와 넘치는 자기 연민을 더하면 전형적인 알코올의존자가 탄생한다.

 

작가 "켄 브루언"은 이 작품 전까지는 영국을 배경으로 소설들을 썼었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나라인 아일랜드가 미국물을 먹고 충분히 타락했다고 느꼈을 때 탐정 "잭 테일러"를 탄생시킵니다. 그리고 자신의 대표작답게 "켄 브루언"은 자신의 모든 장점을 이 작품과 이 시리즈에 쏟아 부었습니다. 어디로 방향이 튈지 모르는 인생사를 반영한 독특한 이야기 속에 재치 있지만 기이하게 쓴맛이 느껴지는 유머, 무감각한 폭력들, 도덕적으로 모호한 캐릭터들, 싸구려 같으면서도 스타일이 살아있는 작품의 완성도. 그러나 무엇보다도 "켄 브루언"하면 바로 글의 독창성입니다. 짧지만 강렬한 그의 문체는 읽어보면 누구나 그가 왜 범죄소설계의 시인으로 불리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의미와 내용을 압축시킨 그의 문장과 단어들은 정말 최고급입니다. 때문에 "켄 브루언"의 작품들이나 글들을 읽으면 단어, 문장, 문단, 챕터, 작품으로 나누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작품 "밤의 파수꾼"을 출간하고선 성공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한 "켄 브루언"은 이 작품이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되고 수많은 상에 노미네이트 된 사실에 가장 놀란 사람 중에 한명이라고 합니다. 편집자들의 반대와 수많은 독자들의 항의와 협박 편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켄 브루언""잭 테일러" 시리즈로 매춘부 재활시설, 집시문제, 아일랜드 교회와 사제들 등 아일랜드의 금기들을 건드리며 아일랜드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로 우뚝 서있습니다. 폭력성과 비도덕적인 문제로 호불호가 갈릴지는 몰라도 아일랜드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라는 사실에 지금껏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남자의 셔츠를 움켜잡았다.

일으켜 세운 후,

하나

끝.

그가 중심을 잃고 난간 너머 운하로 떨어져버렸다.

내 집의 문을 여는 순간 운하 쪽에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그 사람 수영 못 할 거예요."

"그러거나 말거나."

 

"밤의 파수꾼"은 탐정이 등장하는 범죄소설입니다.

하지만 작가 의 말에 따르면, "잭 테일러"가 있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잭 테일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해결되는 작품입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인지 감이 오지 않으신다면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15년 전 작품이지만 최고로 우아하고 스타일이 살아있는 범죄소설을 만나보게 되실 겁니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들 중 "런던대로", "Blitz"가 영화화 되었는데 "잭 테일러" 시리즈도 아일랜드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이아인 글렌(Iain Glen)""잭 테일러"역으로 나와 시즌 6까지 만들어졌는데, 개인적으로 상상했던 "잭 테일러"랑 이미지가 너무 흡사해서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켄 브루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작가가 술에 한껏 취한 채 대마초를 피우며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쓰고, 다음 날 맨 정신으로 자신의 글을 읽어보고는 '어? 괜찮은데!'라며 바로 출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만큼 독특하고 제멋대로이며 골 때리지만 환상적입니다. 이 작품 "밤의 파수꾼""잭 테일러" 시리즈의 마지막 국내 출간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그냥 사라지기엔 너무나 끝내주는 작가의 대표 시리즈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Jack Taylor : The Guards"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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