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남자 파커 시리즈 Parker Series 2
리처드 스타크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범죄소설계의 거장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Donald E. Westlake)"가 필명 "리처드 스타크(Richard Stark)"으로 1963년에 발표한 "얼굴 없는 남자(The Man With the Getaway Face)"입니다. 이 작품은 "파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 "사냥꾼"의 마지막, 범죄조직 아웃핏을 피해 도망간 상황부터 이어집니다.

 

거대 범죄조직 아웃핏에 싸움을 걸었던 "파커"는 친구에게 소개받은 의사에게 성형수술을 받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가지고 있던 돈을 거의 다 써버린 "파커"는 옛 친구 "스킴"에게 괜찮은 건수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계획도 어설프지만 무엇보다 "파커"가 꺼림칙하게 느끼는 것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낯선 초짜 동료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돈이 필요한 "파커"는 이번 범죄에 가담하기로 결정합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선불로 돈을 지급한 값어치를 톡톡히 하는 듯 했다. 파커는 자신의 새 얼굴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거울에서 돌아섰다.


배신한 아내와 동료를 향한 복수가 결과적으로 거대 범죄조직 아웃핏에게 한방 먹이게된 "파커"는 그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그쪽 세계에서 믿을만하다고 소문난 의사에게 불법 성형수술을 받습니다. 새로운 얼굴에 적응도 하기 전에 "파커"는 예전에 몇 번 같이 일했던 "스킴"이 제안한 새로운 범죄에 참여하기로 합니다. 그가 계획한 범죄의 타깃은 은행의 현금수송차량이지만, 금액도 예상보다 적거니와 강탈 계획 역시 어설프기만 합니다. 거기다 이 계획을 처음 세운 "스킴"의 여자친구이자 웨이트리스 "알마"의 존재가 "파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냉철한 프로 범죄자인 "파커"의 기준으로는 무조건 빠져나가야할 계획이지만 적은 돈이라도 필요한 상황이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이 범죄에 가담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알마"를 처음 만난 순간 "파커"는 그녀가 배신을 하고 강탈한 돈을 혼자 차지할 거라는 자신의 예감이 맞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배신을 대비한 다른 계획을 준비하려던 "파커"는 자신을 성형해준 의사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장 강도 계획이 꼬이게 될 위기에 처합니다.


"여자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파커가 말했다. "새로운 사람이라서 그래.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거라고. 초짜가 건수를 물어오면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법이 없어."


전작 "사냥꾼"에서 자신을 배반한 이들에게 거침없고 냉철하게 복수를 하는 "파커"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 "얼굴 없는 남자"에서는 "파커"의 본래 모습인 실력이 좋은 프로페셔널 범죄자로서의 "파커"를 보여줍니다. 배신 가능성이 높은 생소한 멤버와의 작업이라는 큰 위험요소를 안고 현금수송차량을 털려는 "파커"와 일행 앞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오면서 범죄계획에 차질을 빚게 됩니다. 그는 "파커"가 불법 성형수술을 받았던 병원의 직원으로, 누군가 의사를 죽여서 범인을 찾으러 "파커"를 찾아온 겁니다. 그는 자신이 정해진 기한 내에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의사가 수술해주었던 범죄자들의 정보를 전부 흘려버리겠다고 말하고, "파커"는 이 현금수송차량을 터는 계획을 뒤로 미룰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살짝 꼬여가는 "파커"의 범죄행각을 따라갑니다.

엉망인 계획을 다시 짜고, 도주로를 몇 번이고 연습하고, 배신에 대비한 작전까지 짜는 "파커"의 모습은 그야말로 프로 범죄자입니다. 거기다 의사를 죽인 사람이 자신이 아님을 증명하지 않으면 아웃핏에 자신의 정보가 흘러가버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철두철미한 성격의 "파커"에겐 이 모든 요소들이 꼬이게 되서 진행이 늦어지는 것이 짜증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실력으로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고 죽어 마땅한 인간에게 총알을 선물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매번 건수가 있을 때마다 그렇게 똑같은 인간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게 느껴졌다. 알마처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인간도 꼭 한 명씩 끼어 있었다. 이번 일만 치르고 자신은 이 바닥을 뜨겠다고 주장하는 인간도 꼭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핸디였다. 그리고 자기 이름 앞으로 적어도 1만 달러 정도는 어딘가에 숨겨둔 인간도 늘 한 명쯤 있었다. 깡통이나 금속 상자 같은 데 돈을 넣어 전국의 들판이나 숲, 이런저런 장소에 파묻어두는 그런 인간들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런 인간은 스킴이다.

 

전설적인 캐릭터 "파커"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작품 "얼굴 없는 남자"는 아웃핏의 귀찮은 추격을 피하고 자신의 평소 삶으로 돌아간 "파커"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평소의 삶이란  믿을 만한 멤버와 함께 진행 가능한 괜찮은 건수를 한 건 하고, 그 돈으로 호텔에서 가진 돈이 일정 액수로 떨어질 때까지 조용히 보내는 것입니다. 언제 쓸지도 모르며 돈을 숨겨놓기만 하거나,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고선 계획없이 생활하다가 돈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 찾아오는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규칙을 철저히 지킵니다. 범죄를 벌일 때도 쓸데없는 살인은 최대한 자제하고 계획에 따라서만 움직이지만 인생이란 항상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도 않고, 사람의 욕심이란 끝도 없기에 간간히 완벽해 보이는 계획들이 꼬이고 틀어지게 됩니다. 그럴 때면 "파커"는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문제들을 제거합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절대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타입의 남자입니다.


파커는 무엇이든 어영부영 끝나버리는 것이 싫었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런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고 미진하게 남겨두는 것을 그는 좋아하지 않았다. 스텁스가 바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였다. 그런데 그가 복잡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따라서 파커는 늘 하던 대로 하기로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계획에 충실하며, 절대로 균형을 잃고 쓰러지지 않도록 애쓴다.

 

"얼굴 없는 남자"를 작가 "리처드 스타크"의 걸작 중 하나이자 전작인 "사냥꾼"에 비교하자면 살짝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냉철한 프로 범죄자 "파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솔직히 세 번째 작품 제목이 "아웃핏"이라서 다시한번 아웃핏과 "파커"의 대결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 작품을 더욱 기대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뭐, 예상한 대로 판매량이 좋지 않아서 현재 계약된 "아웃핏"까지만 출간되고 그 뒤 작품들은 출간이 힘들 것 같아 조금 슬프지만 국내 출판시장이 이런거야 한 두해도 아니니... 그냥 다음 작품인 "아웃핏"까지라도 제대로 즐기는게 속 편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사냥꾼"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작품 "얼굴 없는 남자"도 재미있게 읽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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